조선일보 A1면(2019.5.20.월. 제30586호)에 약간 야릇한 사진 1장이 실렸다. 한국의 정서로 보면, 마치 버닝선 사태처럼 보여지는데,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가의 주요 언론사, 카지노 사업권 및 정부 발주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러시아 재벌에게 주겠다는 밀실담합이 담긴 동영상 캡쳐 사진이다. 3300억원을 후원해주면, 막대한 사업권을 주겠다는 구두계약이 몰카에 찍혔다. 일명, 러시아 스캔들이 사실로 드러났다. 슈트라헤 오스트리아 부총리는 해당 동영상이 공개된 직후 사퇴했고, 쿠르츠 총리는 자유당(보수)과 절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로 전격 발표했다.
나는 ‘동영상 출처’는 누굴까에 관심이 간다. 동영상이 없었다면, 이런 사건은 묻히거나 잊히거나 흐려진다. 슈트라헤 부총리는 결코 사퇴하지 않았을 것이다. 동영상이 있어서, 자신의 과거가 그대로 들통났으니, “멍청하고 무책임한 실수였다”고 자백하고서 공직에서 물러났다. 누가 촬영해서, 왜 지금 유포한 것일까? 해당 동영상을 유포하기로 결정하는 과정, 동영상을 현장에서 수거하던 그 과정은 왜 영상촬영에 찍히지 않을까?
‘언론사 슈피겔이 공개한 동영상’으로 ‘언론사의 출처 미공개’로서 가려졌다. 슈피겔은 권력을 저항해서 날카로운 보도로 이슈를 만든 언론사로 알려져 있다. 누군가로부터 제보를 받았을 것인데, 그들은 제보를 받아서 뉴스로 보도함에 있어서 ‘밀거래’는 없었을까?
국제뉴스이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충분히 직면할 사건이다. 동영상 파문처럼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어느날 친구가 내게 말하길, “나에 대해 이렇게 말한 것이 맞니?”라고 물을 때가 있다. 그때는 정말로 뜨끔하다. 슈트라헤 부총리는 국민이 안보이는 곳에서, 국민의 뒤통수에서, 국민의 것을 자신의 것처럼 팔아먹는 권력의 약탈자가 되었다. 사람이 살면서 그 사람이 없는 곳에서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가장 피해야할 인격이다. 가능하면, 누군가 없는 곳에서는 그 사람의 좋은 점만을 말해줘야지, 그 작은 칭찬이 겨자씨처럼 돌고 돌아서 자신에게 좋은 일로 되돌아온다. 누군가 없는 곳에서 그 사람의 흠을 본다면, 그 흠이 칼이 되어서 자신을 찌를 수도 있다.
슈트라헤 부총리는 재벌의 조카로 알려진 금발의 미녀에게 잘 보일려고, 국민을 배신했는데, 그 동영상이 국민에게 공개되면서 EU가 발칵 뒤집혔다. 우리는 이것을 기억해야한다. 그 무엇을 하더라도, 누군가에 대해 거론할 경우, 그 사람이 듣고 있음을 믿고서, 그 사람이 바로 옆에 있다고 생각하고서 말해야한다. 그래야 혀의 실수를 최대한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