整은 나무묶음이고, 理는 표면손질이다.
하루 웬종일 노트북과 씨름했다. rrrrrrㄲㄲㄲㄲㄲㄲㄲ라고 자동으로 한글 문서에서 작성되는데, 도대체 누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무슨 글씨를 쓰려는 것인지….
rrrrrrrrrrrrrrr이 수백개가 자동으로 혼자 저절로 작성되었다. 참으로 이렇게 황당한 일은 처음이다. ESC를 눌러도 잠시 뿐이다. 바이러스때문 같았다. 이럴 때는 공장초기화가 최고다. 이제 모두 완료했고, 노트북이 방청소한 듯 가뿐하다.
바탕화면은 책상과 같은데, 책상을 보면 그 사람의 지금을 볼 수 있고, 생활습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책상위가 지저분하고, 정리정돈이 되지 않는 사람은 하는 일들이 벌릴 줄만 알지, 수습할 줄 모르는 스타일이다. 책상위의 책꽂이가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고, 질서정연한 사람은 조직관리 뿐만 아니라 매사 삶의 리듬이 일목요연하다. 나는 지저분함과 질서정연함을 반복하면서 책상정리를 습관적으로 한다.
노트북을 공장초기화하는데는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 목욕탕에 다녀오는 그런 시간이다. 대신 한글 프로그램, 포토샵 프로그램, 이북 제작 프로그램 등등 몇 개까지 깔려면 약간 더 시간이 걸리고, N드라이브 자료 다운받기까지 포함하면 대략 3시간 정도는 걸리는 것 같다. 이렇게 모두 마치면 컴퓨터는 정말로 처음 산 것과 똑같다. 3개월에 1번 정도는 이렇게 자료정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정리(整理)는 뭘까? 영어로는 ‘arrange’이다. 네이버 국어사전은 “흐트러지거나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것을 한데 모으거나 치워서 질서 있는 상태가 되게 함”으로 정의한다.
정(整)의 발음기호는 [正정]이고, 理의 발음기호는 [里]이다. 整理=[正里]로 읽는다.
整은 2가지로 해석 가능하다. 첫째, 束(묶을 속)은 나무를 묶는 것이다. 整은 나무묶기이다. 산에서 나무를 하는 나무꾼들은 가지들을 일렬로 묶어서 지게에 짊어진다. 차곡차곡 하지 않으면 절대로 짐을 옳길 수가 없다. 가지런하게 해야만 나무짐을 질 수 있다. 整은 나무정리이다. 둘째, 整을 束政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政은 ‘정치할 정’이다. 整은 묶음정치를 말한다. 정리를 한다는 것은 모듬(묶음)이 정말로 중요하다. 조직관리는 묶음의 묶음을 잘 파악해서 관리하는 것이다. 전자의 해석이 더 타당하다.
理(다스릴 리)는 ‘왕(王)이 마을(里)을 다스린다’로 보통 해석한다. 왕이 마을을 다스리지 않는다. 이장(里長)이 마을을 다스리고, 왕은 왕의 신하들을 다스리는 것이다. 理는 玉里의 합성이다. 옥은 매끈한 구슬인데, 본래는 투박하다. 마치 다이아몬드 원석처럼 옥구슬도 땅속에 묻혀있을 때는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한다. 옥공예가가 그 옥구슬을 계속 갈고 다듬어서 빛을 발하게 해야 진정한 옥(玉)이 된다. 理는 옥에서 밭모양(里)의 무늬가 나타난다는 의미다. 다스린다는 것은 부드럽게 옥을 만지듯이 구슬리는 것이다. 다스림은 구슬림이다.
整은 묶음이고, 理는 손질이다. 정리(整理)는 묶음단위로서 물건과 사람을 구분하고 인사(人事)를 잘하는 것이며, 잘못된 일들을 자연스럽게 없애면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머리는 지구처럼 충분히 구슬이다. 생각의 구슬이 옥이 되려면 아마도 모순된 것들을 늘 자주 없애면서 다듬어야 완벽(完璧)의 화씨지벽(和氏之璧)이 될 것이다.
노트북에서 쓸데없는 파일들과 각종 프로그램들을 모두 삭제하고, 공장 초기화를 한 다음에 꼭 필요한 자료들만 담으니, 화씨지벽(和氏之璧)은 아니어도, 장씨지벽(張氏之璧)은 된 것 같다. 나의 노트북, ㄲㄲㄲㄲㄲㄲㄲㄲㄲ 대신에 ㅋㅋㅋㅋㅋㅋㅋ이다. 오늘 노트북 정리 정말 잘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