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기본기 4가지 : 치고, 뛰고, 잡고, 던지기 / 김종남
야구(野球)를 한자로 풀어보면 ‘들판에서 공놀이’하는 것이다. 축구(蹴球)는 찰 축(蹴)이 들어있고, 야구는 들판 야(野)가 들어있다. 野에 들어있는 ‘予여’는 ‘준다’는 의미가 있는데, 손(手)의 변형이다. 야(野)는 마을 리(里)와 손 수(手)가 합쳐진 글자인 것이다. 들판은 마을의 입장에서 ‘손처럼 뻗어진 땅’이며, 들판은 손바닥처럼 넓다. 야구(野球)는 손으로 하는 공놀이다.
야구의 기본은 4가지다. 흔히 축구는 발로 하는 경기이고, 야구는 손으로 하는 경기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야구는 손과 발로 하는 경기다. 축구는 손이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야구에는 발이 자주 사용된다. 야구는 손과 발의 스포츠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야구의 기본기는 4가지다. 치고 뛰기, 잡고 던지기다. 치고 뛰는 것은 타자의 몫이고, 잡고 던지기는 수비의 몫이다. 독자들이 알다시피 야구는 공격과 수비가 9번 교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타자가 수비 역할도 해야 한다.
공격에서 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치는 것과 뛰는 것이다. 만약 때렸다면, 그것은 안타다. 안타가 터졌다면 그때는 발의 속도가 중요하다. 빠른 속도로 질주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안타를 치고도 거북이처럼 느리게 달린다면 결국 수비의 속도에 막혀서 죽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야구는 속도 게임으로 불린다. 타자는 공을 때린 다음에 수비가 그 공을 잡고서 던지는 속도보다 빠르게 질주해야 살아남는다.
야구의 꽃은 ‘안타’다. 안타(安打)는 말 그대로 때렸다는 것이다. 때리기 위해서는 움직이는 공을 움직이는 배트로 맞혀야하는데, 골프와 야구의 근본적인 차이가 여기에 있다. 골프는 정지한 공을 살리는 데 있고, 야구는 살아있는 공을 다시 살리는데 있다.
여기서 안(安)을 흔히 ‘여자가 집에 있어야한다’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본질적으로 아니다. 옛날 제정일치사회에서 여자들이 종교를 담당해서 남자를 다스렸는데, 안(安)은 집의 주인이 여자라는 의미다. 남자는 소유권이 없었고, 밭에서 일을 했다. 남(男)이 그 증거다.
야구용어로서 ‘안(安)’을 재해석하면, 여자가 헬멧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어떤 면에서 여자야구를 의미할 수도 있겠다. 타(打)는 손(手)과 방망이(丁)를 합쳐놓은 모습이다. 안타(安打)는 헬멧을 쓴 타자가 방망이로 야구공을 때린 것을 말한다.
야구인들이 골프와 야구를 비교해 “죽어있는 공을 살리기는 쉬운데, 살아있는 공을 살리는게 더 어렵다”고 말한다. 물론 타자의 입장에서 해석한 것이다. 투수의 입장에서는 타자의 스윙보다 더 빠른 속도로 타자의 배트를 무색하게 만들길 원할 것이다.
타자의 경우, 움직이는 야구공을 움직이는 배트로 맞혀야하기 때문에 실력과 함께 행운(幸運)이 필요하다. 야구는 럭비공처럼 예측 불가능한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0.4초 그 순간에 둥근 배트로 움직이는 둥근 공을 맞춘다는 것은 ‘날아가는 새를 화살로 맞추는 것처럼’ 예술적인 정교함이 필요하다.
야구를 ‘3할의 예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타자가 10번중 3번은 안타를 쳐야한다는 의미에서 생긴 말이다. 10번 중에서 3번은 ‘30점’으로 이해하면 안된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움직이는 야구공을 야구배트로 맞춰서 멀리 보낸다는 것은 확률로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투수는 맞추지 못하도록 복잡한 구질로 야구공을 던질 것이고, 타자는 맞추려고 공의 변화를 노려볼 것이다. 이 복잡한 두뇌싸움에서 3할을 쳤다는 것은 ‘90점 이상’을 의미한다.
안타를 쳤다면, 이제 타자는 주자다. 주자(走者)는 뛰는 것이다. 주(走)는 ‘之지’와 발 족(足)을 합쳐놓은 글자다. 발로 빠르게 뛴다는 뜻. 주자는 발의 속도가 수비의 속도보다 더 빨라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빠른 질주는 안타와 도루, 질주에 반드시 필요하다. 이처럼 야구는 발의 운동이다.
야구는 단체전인데, 안타를 쳐서 너무 느리게 뛰면 ‘병살타(竝殺打)’의 위험이 존재하게 된다. 안타를 쳤어도 발이 느리면 ‘대주자’로 교체된다. 야구는 잘 치는 것만큼 잘 뛰는 것이 중요한 단체운동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프로를 꿈꾸는 선수들은 평소에 손과 발을 함께 운동을 해야한다.
수비의 입장에서 잡고 던지는 것은 늘 같이 가는 것이다. 빨리 던지기 위해서 정확히 잡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야구를 흔히 살고 죽이는 게임이라고 한다. 살아남은 자는 살아남기 위해서 최선의 속도로 뛰고, 죽이려는 자는 있는 힘을 다해서 상대방을 죽이려고 한다. 전쟁이었다면 총으로 죽이는 것이지만, 야구는 규칙의 운동이므로 속도로서 ‘서로 죽이고 사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타자의 입장에서 치고, 뛰는 것이 연속동작으로 진행되듯이 수비의 입장에서 잡고 던지는 것도 연속동작이다. 잡는 것은 던지기 위해서다. 야구는 글러브로 공을 붙잡는 운동이 아니고, 야구공을 통해서 속도를 경쟁하는 경기이다. 야구공을 붙잡는 목적은 던지기 위해서다. 타자가 뛰는 속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던져야만 상대를 이길 수 있다.
요약하면, 야구는 살기위해 잘 치고, 잘 뛰고, 죽이기 위해 잘 잡고, 잘 던지기다. 야구의 기본기인 4가지를 잘하는 것이 야구의 핵심이며, 특히 치고 뛰기, 잡고 던지기는 항상 같은 동작으로 연결해서 연습해야 한다. 잘 잡았는데 잘 던지지 못하면 그것은 못 잡은 것과 똑같고, 잘 치고 잘 뛰지 못했다면 그것은 못 친 것과 같다.
타자는 잘 치고 잘 뛰기, 수비는 잘 잡고 잘 던지기 이것만 잘하면 야구의 주춧돌이 세워진 것이다. 수학의 기본기가 4칙연산이듯 야구의 기본기는 치고, 뛰고, 잡고, 던지기 4가지다. 뺄셈이 나눗셈과 연결되어 있고, 덧셈이 곱셈과 연결되어 있듯이 치고 뛰기, 잡고 던지기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