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熱情)은 곧 불(火)이다. 땅속 돌들이 튀어나오듯 생각이 생각밖으로 분출하는 것은 열정 때문이다. 돌들도 불은 견딜 수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의 살아온 모든 삶속에서, 이런 열정을 멈추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딱 하나, 아이들이다. 어른으로서 어른의 세계를 살아가는 내가 모든 업무의 열정을 뒤로 하고, 내 관심을 끌게 하는 것은 오직 하나, 아이들이다. 나는 씨앗처럼 똘망똘망하는 그 미래의 유산들을 쳐다보면, 양심이 견딜 수가 없다.
지금은 내가 함께 사업은 하지 않지만, IT전문가 A씨도 세속에 찌들어서, 술의 인(印)을 맞은 그 사람조차 ‘아이들의 미래교육’을 논의할 때는 정신을 차렸었다. 아이들의 교육은 결코 나만의 입장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아이들 교육에 더 무게중심이 강하다.
방금 전에도, 나는 해야할 5가지 일들이 계단처럼 나열되었다. 저녁밥을 먹고서, 육룡이 나르샤를 보기전까지 내가 해야할 5가지 일들을 하려고 마음을 먹는 그 순간, 메일 1통이 모든 순서를 헝클어뜨렸다. 서울교육방송 대표기자단 아이들이 보내온 경복궁 탐방 취재일지다. 나에게 학생들의 취재일지는 언제나 최우선 1순위다. 모든 업무중에서 가장 상석(上席)이다. 모든 열정보다 앞선 열정이다.
이걸 해서, 경제적 이윤을 이렇게 해보고, 저걸 해서 경제적 이윤을 저렇게 설계하고, 요걸 해서 이런 방향으로 진행한다면 이 사업은 이렇게 될 것도 같고, 여기에는 이런 사람이 맞을 것 같고…. 이 사건은 이렇게 보도하고….. 이 사람을 만나면 이런 것을 논의하고…. 내일은 내가 만나야할 사람이….. 이런 저런 생각들은 언제나 머릿속에서 도토리 키재기처럼 순서를 다툰다. 그러다가, 호랑이가 나타나면 밀림은 조용하듯, 나에게 호랑이는 학생이다. 학생들의 기록일지는 그만큼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제도 그랬다. 한성여중 대표기자가 보내온 학교폭력 예방캠페인 영상 인터뷰를 보면서, 본래 내가 해야할 업무가 있었는데 그것을 모두 삭제하고, 오직 영상 인터뷰 작업에만 메달렸다. 그 학생이 보내온 재료로 가장 맛있는 영상 요리를 만들기로 작정하고, 정성을 다했다. 그것 하나만 쳐다본다는 것은 창조적 발상이 떠오르고, 내가 마음에 들기까지 나는 온 힘을 다한다. 육룡이 나르샤가 시작된지 5분이 지나기까지 작업이 겨우 마쳤다.
내 노트북 바탕화면에는 써야할 책들이 10개가 넘는다. 한문과 진로와 교육과 다문화 등등 쓰고싶은 분야의 책들이 종류별로 나열되어 있고, 종이책으로 출판할 수 있는 분량의 책들이 10권 정도 대기중이다. 약간 손질만 하면 종이책이 나올 것들인데, 나는 학생들의 작품을 책으로 만들어내는 그 일이 진정 즐겁다. 얼마나 기쁜 일인지, 초등학생이 하얀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모든 업무를 접고, 학생의 글에 메달린다. 내가 글을 쓰는 것보다 더 행복한 학생의 글을 다듬는 일, 나는 어쩔 수 없는 교육가인가보다. 나는 어쩔 수 없는 교육 농사꾼인가보다.
육룡이 나르샤가 시작되기 1시간 전인데, 아~~~ 오늘도 나를 믿고 나에게 글을 보내오는 이 학생들에게 나는 무엇으로 그 믿음에 답할까? 먼 훗날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빛내는 위대한 인물들로 성장하길 진정 바라면서…… 묵묵히 학생들의 바탕화면이 되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