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서양문학을 하는 사람과 영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반드시 거쳐야할 관문일 것이고, 현대인이라면 셰익스피어를 ‘세계적 문학인’으로 기억하고, 평가하고 있다. 영화로도 셰익스피어가 다뤄졌으니, 인류문명사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상당한 것 같다.
이런 와중에 ‘셰익스피어를 사랑한 여자’라는 도서가 얼마전 출판돼, 독자들로부터 호평(好評)을 받고 있다. 서울교육방송은 어렵게 최복심 작가와 연락이 닿아서, 직접 만나 인터뷰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 최복심 작가는 ‘셰익스피어를 사랑한 여자’에 이어 차기작을 준비중에 있었고, 집필에 대한 열정을 잠시 덮고 인터뷰에 기꺼이 응해줬다.
솔직히 고백한다면 ‘셰익스피어를 사랑한 여자’의 표지와 개략적 내용만을 인지하고서 최복심 작가를 만났다. 하나의 소설로서 인지하고 있던 나에게, 그녀가 꺼내놓은 작품배경설명은 ‘도서관’ 그 자체였다. 아마 최복심 작가가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한다면, ‘셰익스피어 작품전집 총평’으로 받아야할 것 같았다. 그만큼 ‘셰익스피어를 사랑한 여자’는 소설 그 이상의 작품가치를 가지고 있다.
국회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한다. 작은 체구에, 안경을 쓰고서, 국회 도서관에서 오래된 고서를 탐독했을 그녀의 집필자세를 유추해보면, ‘셰익스피어를 탐독하는 여자’로서 연상된다. 소설속 주인공이 셰익스피어를 통해서 사건이 전개되고, 그러한 사건의 연결고리는 셰익스피어의 주요작품들로 진행되는데, 작품들의 전개과정이 소설의 진행과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아주 고독한 투쟁과 장인정신과 같은 창작의 힘으로 빚어진 ‘작품성’인 것이다.
이 책은 고전을 현대화하고 소설로 압축해서 꾸민 독특한 구조다. 드라마로 제작해도 교육 드라마로서 좋을 스토리가 탄탄하다. 현대인의 바쁜 생활은 책보다는 잡지를, 잡지보다는 뉴스를, 뉴스보다는 인터넷 서핑을 즐기는 단순함을 즐기게 한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 16작품을 각 챕터별로 구분해서 소설이 진행된다. 셰익스피어 소설과 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비슷한 소설속 인물이 등장한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셰익스피어의 압축 캡슐을 열어주는 그런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셰익스피어를 관통하지 않고서는 결코 엮을 수 없는 대작이다. 문체는 간결하고 힘있다. 단문으로 진행되는 빠른 전개가 매력적이다. 고전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셰익스피어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교양도서로서 좋은 책이다. 고전은 모든 읽기의 기본이며, 밑거름인데, 셰익스피어의 명작 16편이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엮인 것만 봐도, 고전의 묘미가 새로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지상에 살아남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나 할까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죠. 유럽 여행 직후였어요. 꿈속에서 셰익스피어 집을 방문해서 그때 만난 셰익스피어의 실제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요. 셰익스피어가 자기 기억이 담긴 책을 건네면서 뭔가 대가를 요구했거든요. 그게 이 책의 시작점이고, 이 작품에 매달렸던 것은 셰익스피어 책을 쓰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았거든요.”
이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놓은 최복심 소설가의 눈빛에는 애절한 진실함이 스쳤다. 맹자는 공자를 만나지 않고서 책을 통해서 ‘멘토’로 삼고, 공자의 철학을 정치제도로 녹여냈다고 하는데, 최복심 소설가도 시간적 공간으로는 셰익스피어를 본 적이 없지만, 그 배경과 책과 사상을 통해서 꿈의 공간에서 만나, ‘셰익스피어를 사랑한 여자’라는 책을 집필하게 됐으니, 현대판 셰익스피어의 탄생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