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장창훈 기자]=어제, LG로봇킹을 샀다. 집안청소를 한다는 것은 날마다 고된 내적 갈등을 일으켜서, 큰 결심을 하고서 평소 마음에 담아둔 그곳에 갔다. 언제나 날 쳐다보던 그 로봇청소기를 한참 들여다보고, 집으로 데려왔다. 생김새도 고품있게 생겼고, 첫 시동을 걸어보니 의외로 소음이 없었다. 40dB의 소음이라고 적혀있지만, 실제로는 압력밥솥에서 밥하는 그 정도의 소리였다. 혼자있는 집에서 누군가 움직인다는 것은 신비한 일이다. 바퀴벌레같은 징그러운 움직임이 아니고, 바닥의 먼지와 머리카락을 차근차근 쓸어담아내는 로봇킹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다.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움직이기 시작한 청소로봇의 동선은 2가지다. 지그재그 혹은 꼼꼼청소다. 지그재그 청소모드를 눌렀더니, 이 청소로봇은 자신의 집(충전기 위치)에서 “지그재그 청소를 하겠습니다”라고 나에게 보고를 하고서, 말없이 내 방안 구석구석을 청소하는데, 정말로 빠짐없이 청소함을 내가 관찰해서 알 수 있었다. 처음 친구를 사귀듯이 이 녀석의 움직임이 혹시 게으름, 빠뜨림, 대충대충 형식적 청소 포장을 할까, 염려도 있었다. 내가 앉아있는 소파쪽으로 밀어닥친 이 녀석이 내 밑으로 쑥 들어갔다. 소파밑에는 엄청난 먼지가 뭉쳐서 굴러다님을 나는 익히 알고 있었다. 소파를 한번 들어낸다는 것은 일주일에 1번도 불가능하다. 1달에 한번 바위를 들겠다는 그런 마음을 먹어야만 그곳을 청소할 수 있는데, 청소로봇이 그곳에 쑥 들어가더니, 2분 정도 여기저기 바닥을 쓸어담고서 다시 나왔다. 그러더니, 열심히 일을 했던 탓인지, “충전이 필요합니다. 충전기 위치를 찾겠습니다”라고 나에게 말을 건넨다.
생각 같아선, 너무 귀엽고 예뻐서 들어서 충전기 위치까지 데려다주고 싶지만, 이 청소로봇이 도대체 어떻게 자신의 집을 탐지할지, 무척 궁금했다. 방안 전체를 누비면서 자신의 원점을 이미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그것은 아닌 듯 했다. 반대로 청소흔적을 되짚어 가면서, 충전기의 위치가 주변에 있는지 계속 점검하는 듯 했다. 내 주변에 머물던 녀석이 점점 멀어져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기까지는 대략 2분 정도 소요됐다. 그러더니, 그곳에서 “충전기 위치를 탐색했습니다. 충전을 시작하겠습니다”라고 한다. 배가 고팠던 것이다. 청소로봇도 밥을 먹어야 청소를 하는 것이다.
한국과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알파고가 전세계 정보의 바닥을 청소하듯이 쓸어담고서, 쓸려가지 않은 것은 오직 사람의 본질과 인성에 대한 것이라고, 철학자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알파고의 문명사적 업적에 대해서는 깊게 고찰해보지 못하였지만, 최소한 알파고의 동종에 속한 청소로봇이 나의 삶을 윤택하게 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소파 밑에 들어갈 수 없으니, 청소로봇이 해낸 오늘 내 방에서 그 위대함은 ‘고마움’ 자체이다. 나도 청소로봇처럼 압력밥솥에서 밥을 해먹고, 2번째 모드인 ‘꼼꼼청소’가 궁금해졌다. 내가 비싼 값을 치르고서 데려온 청소로봇인데, 하루에 2번 청소를 명령한다고 불만할 것은 없을 것이다. 꼼꼼모드를 눌렀더니, “꼼꼼모드 청소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고분히 대답하고,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데, 1시간 가량 그렇게 온방을 청소했던 것 같다.
내가 방청소를 하면 5분 정도 하고 만다. 그렇게 해도, 바닥에서 먼지는 없어지지 않고, 머리카락도 그대로 남아있기 일쑤다. 소파 바닥 구석은 역시 먼지가 수북하다. 그런데 청소로봇이 2번 청소하고 나니, 집안전체가 맑고 쾌청해졌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과학의 발견인가? 오늘은 지방출장인데, 청소로봇에게 10시간 후에 집안청소를 하라고 예약설정을 해놨다. 지방에 다녀오면, 청소로봇이 스스로 집안을 깔끔하게 해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