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장창훈 기자]=갈등(葛藤)은 드라마의 기본 속성이다. 드라마가 평온하면, 시청률도 평온하다. 갈등이 폭발하면 시청자의 가슴도 조마조마하면서 채널이 고정된다. 갈등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정치권만 하더라도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갈등의 최고조를 이루면서 탄핵과 탄핵반대로 나뉘어서 편가르기를 한다. 광화문은 갈등의 한복판이다. 갈등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뒤엎고, 갈등의 긍정적인 속성을 끌어올리며, ‘갈등을 이용한 조직변화’를 추구하는 인물이 있다. 조정혜 갈등관리조정전문가이다.
보통, 갈등 때문에 못살겠다고 하면, 조정혜 조정가는 “갈등 때문에 활력이 넘친다”고 표현한다. 갈등의 형체는 동일한데, 갈등을 이해하는 인식관이 전혀 다르다. 일반인들은 ‘갈등은 불편하고, 문제투성, 알려지면 안되고, 덮어야하는 비밀스러운 것’으로 정의한다면, 조정혜 조정가는 “갈등은 변화요청의 신호, 수시로 옷을 갈아입고 나타나는 존재, 알면 갈등을 통해 소통의 통로가 되는 기회”로 정의한다.
대한성공회 유지재단 산하 31개 사회복지시설이 존재하고, 사회복지시설 실무진을 대상으로 갈등관리 역량강화 프로그램이 현재 진행중이다. 서울교육방송에서 갈등관리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교육현장을 탐방했다. 2월 13일 서울지역 사회복지시설 실무자 교육이 서울시립 구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렸다.
하루에 100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찾는 구로구에서 실버세대에게 명성이 높은 구로노인종합복지관 2F, 12명 남짓 사회복지사들이 모였다. 이론교육이 아님을 금새 눈치챌 수 있었다. 조정혜 조정가부터 이미 단상을 교육생과 같은 높이에 맞췄고, 둥글게 형성된 테이블 배치속에 강단이 놓여져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의 이론에 입각해서 6~7년동안 갈등관리 교육을 펼쳐온 조정혜 조정가는 지난주 참여한 교육생이 누군지, 그때 반응이 어땠는지, 오늘은 어떠한 표정과 태도와 인사말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지 세심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평범하게 보였지만,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드라마를 촬영하려는 어떤 배우처럼 그러했고, 교육시간은 시작되지 않았으나, 이미 교육생과 대화를 통해 실제 교육이 시작되고 있음을 분위기로 짐작했다. 관계와 갈등과 감정의 언어들을 공기처럼 인지하고 느낀다는 것, 갈등관리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터득하고, 배우게 되는 감정언어들이다. (나에게 비쳐지는 교육의 첫 분위기가 그러했고, 갈등관리조정전문가는 표현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면서 보다 더 나은 조직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모두 모이고, 조정혜 조정가는 ‘갈등’을 툭 던졌다.
“갈등은 변화요청의 시작입니다. 갈등은 매번 옷을 바꿔있고 나타납니다. 관찰을 통해 갈등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야,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게 됩니다. 갈등을 제대로 알면, 변화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있는 이 공간도 역사가 있고, 인류도 역사가 있듯, 모든 관계속에는 갈등이 존재하며, 그 갈등은 역사가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탐색, 관찰을 통해서 자신에게 있는 갈등을 알아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갈등은 혼자 있을 때는 생기지 않습니다. 상호의존적 관계에서 갈등이 발생합니다. 조직에서 갈등, 직장에서 갈등, 이웃이나 친구의 갈등이 각각 존재합니다. 상호관계가 더 깊고 역사가 오래될수록, 갈등해결이 어렵습니다. 오랫동안 형성된 관계는 역사가 깊어서 갈등이 깊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평소에 대화를 나눌 때, 표정이 소리보다 먼저 도착합니다. 소리가 오고 있고, 표정은 이미 존재하다. 그래서 표정을 못 보면, 소통을 이룰 수 없습니다. 눈빛과 행동과 표정과 자세를 보면서 소리와 불일치가 되면, 반드시 확인하는 질문을 던져야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소리에 대해 확인할 수도 있고, 본 것을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내 안의 감정을 물어보는 것은 괜잖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합니다. 표정이 많이 불편하신 것 같은데요라고 입장을 정리해서 질문을 던지면, 상대방의 감정이 한층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질문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기억해야합니다. 소리는 듣는 것이 아니고 보는 것입니다. 소리를 보는 연습, 경청의 습관은 갈등관리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설명하는 조정혜 조정가를 옆에서 관찰했더니, 교육생들을 한명씩 한명씩 눈빛을 마주하면서 교육생의 태도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갈등의 속성과 실제 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의 유형들에 대해서 쉽게 설명을 이어갔다. 갈등관리교육이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 직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할 책무가 조정혜 조정가에게 있다보니, 교육생들도 갈등관리교육을 받고서, 실제로 몰랐던 갈등의 형체를 파악하고 그 갈등을 변화요청의 신호로 이해하고 갈등을 대면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서, 드라마를 보는 눈빛보다 강렬하다.
조정혜 조정가는 ‘조직도’를 그리도록 요청했다. 핵심은 2가지였다. 조직도의 상하관계와 부서분화, 조직원들의 근속년수를 기록하는 것이다. 조직과 조직속에 존재하는 사람의 근속년수를 숫자로 기입하고서, 조직과 연결되는 협력사, 후원사, 결정권자 등에 대해서 그 위치를 명확히 표현한 다음에, 조정혜 조정가는 교육생들을 방문하듯 직접 찾아가서 “선생님은 이곳에서 어디에 위치하시나요?”라고 정확히 묻고, 그 위치에 동그라미를 치자, 그 교육생은 뭔가 묵직한 책임감의 역할을 옷입는 자세로 제법 진지해졌다.
정말로 평범한 교육같은데, 어머니가 자식에게 걸음마를 가르쳐주듯 가장 중요하고 핵적인 것을 깨닫게 해주는 교육이었다. 직장에서 조직의 틀을 이해시키고, 그 조직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알게 하고, 주변의 환경이 어떠한 힘의 균형으로 움직이는지 그것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도록, 스스로 응용할 수 있도록 조직도를 그려서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다.
“잠시 분위기를 전환해서, 질문을 하나 할께요. 며느리에게 시어머니가 전화를 했어요. 어제 계속 전화했는데 통화가 안되더라고 했어요,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관계는 2자 관계일까요? 3자 관계일까요?”
2명이 대화하는 것이니, 2자 관계인 것이 분명한데, 너무 쉬운 질문에 함정이 있나? 싶었다.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둘이서 전화를 하고 있으니 전화대화이니 분명 2자 관계가 틀림없다. 답은 3자 관계였다. 의외였다. 다중통화라도 했다는 것인가?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대화지만, 아들 때문에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가족으로 형성된 것입니다. 사회적 역할이 주어지면, 반드시 3자관계라는 것을 인지해야합니다. 아들이 대화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아들의 관계로 맺어진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서로 대화를 하기 때문에 이미 3자관계의 대화입니다. 3자 관계는 2자 관계보다 상당히 복잡하고, 힘의 원리가 작용해서 관찰해야할 변수가 더 많아집니다. 중요한 것은 구조속의 역할입니다.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아들로 인해서 형성된 3자 관계이고, 그 며느리가 직장생활을 한다면, 직장에서는 며느리가 아닙니다. 직장에서는 조직의 구성원입니다. 각각의 사회구조에서 그 역할이 있고, 그 구조에 맞는 소통의 질서가 각각 존재합니다. 며느리는 며느리로서 역할이 있고, 직장인은 직장인으로서 역할이 따로 존재합니다. 조직의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구조에 맞는 역할을 제대로 파악해야만 갈등이 줄어들게 됩니다”
1교시가 끝났다. 구조마다 역할이 있고, 구조가 바뀌면 역할이 바뀐다는 설명에 있어서, 알쏠달쏭했지만, 뭔가 매우 중요한 의미가 함축된 것은 분명했다. 니클라스 루만의 철학에 기반을 둔 사회구조에 대한 개인 역할의 재인식으로 이해됐다. 며느리일 때는 며느리로서, 친구일 때는 친구로서, 사회복지사일 때는 사회복지사로서, 자식은 자식으로서, 각각 사회적 역할의 신분에 맞게 그때마다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으로 이해됐다.
2교시는 금방 시작했다. 언론인으로 취재를 한다는 것은 관찰자로서 울타리 밖에 위치한다. 있지만 없는 투명인간의 존재가 언론인이다. 교육하는 장소를 가로지를 수도 있고, 주변을 빙 둘러서 사진을 촬영할 수도 있고, 투명인간처럼 활동하는 존재가 언론인이다. 2교시가 시작되자, 언론인으로서 역할이 갑자기 교육생으로 뒤바꼈다. 의자를 울타리로 빙 둘러서 1번, 2번, 1번, 2번, 1번, 2번 그렇게 번갈아 번호를 정하더니, ‘승낙과 거절의 표현’을 훈련했다. 부탁에 익숙하지 않거나, 거절에 익숙하지 않은 다양한 행동들에 대해서, 교육생들은 상대방과 함께 실제로 부탁하고, 거절하고, 승낙하면서 자신에게 느껴지는 감정의 변화를 관찰하는 실험을 실행했다. 훈련을 하면 할수록, 승낙과 거절의 걸음마를 우리는 배우지 못했음을 대부분 실감했다.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쉽게 승낙하면서 마음은 그렇지 않고, 거절할 것이 두려워서 쉽게 부탁하지 못하고, 거절하고서 마음이 불편하고, 거절당하고 마음이 쓰려서 고개가 저절로 돌려지는 그런 느낌이 바람처럼 스쳤다. 이미 예견하고, 대답을 정해놓고서 ‘예’와 ‘아니오’로 표현한 것인데도, 감정의 변화는 느껴졌다. 이 훈련을 통해서 ‘거절과 승낙’에 대한 감정언어, 평소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관찰방법을 배우게 됐다. 또 하나의 훈련은 상대방의 얼굴을 지긋히 바라보고, 눈을 들여다보고, 몸을 관찰하고 살펴보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훈련이다. 1번이 2번이 원할 것 같은 것을 해주는 것인데, 명찰이 불편하게 보여서 바로 잡아줬는데, 그것은 내가 보기에 불편한 것, 내가 원했던 상대방의 모습이었다. 2번은 내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거나 낯설게 불편해하니, 마주보는 모습을 90도 회전해서 서로 나란히 앉게 해줬다. 그 하나의 행동으로 불편했던 마음이 사라지면서, 2번은 사려심이 깊은 사람이라는 마음이 생겼다. 상대에 대한 관찰로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준다는 것은 결국 상대의 마음을 얻는 것임을 알게 됐다.
이 기사는 갈등관리 교육프로그램의 산맥에서 어떤 한 부분을 탐색해서 기록한 것이고, 실제로 교육에 참여했을 때 느끼고 깨닫고 변화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미 자신이 하고 있는 언어습관과 행동의 패턴에 대해서 이해하고, 관찰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자기탐색과 자기관찰을 통해 상대관찰, 주변관찰의 방법까지 배우면서, 주변에 수시로 옷을 바꿔서 나타나는 갈등을 발견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된다고 한다. 갈등관리조정 전문가 3급 과정이 현재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