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현장탐방, 갈등관리전문가 3급과정]=2월 25일 한누리갈등관리조정센터(센터장 조정혜)에서 운영하는 갈등관리조정가 3급 과정 워크샵 교육취재에 나섰다. 택시를 타고, 네이버 지도로 확인하니, 아차산역 2번출구 가기전에 우회전이었다. 운전기사에게 이야기하니, “예, 좌회전이겠죠. 현장에 가서 다시 확인해보죠”라고 말한다. 내 말을 잘못 알아들은 것인지, 혹은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인지, 소통의 부재로 스마트폰 지도를 다시 확인하니, 내 지도가 뒤집어 있었다. 장한평에서 아차산까지 가는 길로 지도를 바로 잡으니, 아차산역 2번출구 지나서 좌회전이다. “좌회전이네요, 제 지도가 뒤집어졌어요”라고 응답하니, 운전수가 빙글 웃는다. 그렇게 들어선, 위크샵에는 교육생들의 열기가 넘쳤다.
금일 교육일정은 매우 특별하다. 문용갑 한국갈등관리조정연구소 소장이 직접 강좌를 해줄 것이고, 또한 한국에서 ‘니클라스 루만 이론’의 독보적인 존재로 각광받는 이철 교수(동양대)가 직접 강의를 해줄 것이다. 갈등관리조정가 3급과정 전체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조정혜 조정전문가를 중심으로, 첫 번째 워크샵 ‘YES와 NO’(승낙과 거절 의사표현) 교육이 진행됐다.
둘씩 둘씩 서로 짝을 이뤄서, 3가지 부탁 들어주기, 3가지 부탁 거절하기를 실험하면서, ‘예와 아니오’에 대한 자신의 감정변화를 관찰하는 것이다. 상대가 “예”라고 대답할 때, 자신의 느낌, 또한 자신이 “예”라고 할 때 자신의 느낌, 상대가 “아니오”라고 대답할 때 자신의 느낌, 자신이 “아니오”라고 대답할 때 자신의 느낌에 대해서 세분화시키면서, 상대의 거절이 두려워 혹시 부탁하지 못하는 자신의 심리적 상태까지 살펴보는 시간이다. 관찰대상이 자신의 느낌(감정)이라는 것이 교육실험의 핵심이다. 나는 워크샵 일정에 늦은 관계로 포함의 울타리에서 배제되어, ‘YES와 NO’ 교육실험은 관찰자로 참여했다.
◆ 모든 갈등의 답은 과거에 존재한다.
문용갑 한국갈등관리조정연구소 소장에 대한 기대심리는 ‘문용린 교육감’과 이름이 비슷하여서, 보수적이면서 원로학자일줄 알았으나, 나의 판단은 뒤집어진 네이버 그 지도 같았다. 내가 잘못 짚었다. ‘갈등’의 불편한 이미지와 전혀 다르다. 교육생들과 첫 만남의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 온도차를 줄여나갈까, 그 교육법을 관찰해보니, 갈등관리전문가는 달랐다. 이미 준비해온 프로그램의 일부였겠지만, 셋씩 셋씩 짝을 맺어서 서로 자신의 갈등을 표현하고, 오늘 수업의 목표에 대해서 설명하기였다. 역발상!!! 수업의 목표를 교육생들에게 던져주고, 갈등이 무엇인지 스스로 설명하게 하면서 교실은 금새 활력이 넘친다. 갈등을 주제로 한 소그룹 모임이 끝나자, 명찰에 적힌 이름을 정확히 호명하면서, 옆의 교육생의 갈등에 대해서 설명하게 하니, 교실은 초긴장 모드로 바뀐다. 무엇을 들었는지, 상대의 갈등은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의 두뇌회전 소리가 들릴 정도다.
교육생들이 옆의 교육생에 대해 갈등과 목표를 설명하면서, 경청의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문용갑 소장은 칠판에 “각자의 갈등”에 대해 핵심적으로 적었다. 모두 크고 작은 갈등을 마음속에 품고서, 참으면서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빙산의 일각으로 표현한 갈등들일 것이다. 문용갑 소장은 명료하게 “갈등은 좋은 관계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생긴 것”으로 정의했다. 아주 간단하고, 쉽고, 이미 알고 있는 답이었다. 교육생들도 모두 수긍했다. 문용갑 소장은 “갈등이 발생하기 전, 좋은 관계는 곧 과거에 있으니, 모든 갈등의 답은 과거에 있고, 과거를 다시 끄집어내서 현실의 갈등을 해결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행복은 2가지로 분류한다. 하나는 건강, 다른 하나는 사람과 관계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건강만큼 소중하다. 갈등은 관계와 관련된다. 문용갑 소장은 ‘건강’과 ‘관계’를 비유적으로 비교하면서, 건강을 관리하듯 스스로 주변과 건강한 관계를 관리하기 위해서 해야할 일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건강관리를 안하면 병이 생기듯, 관계관리를 하지 않으면 결국 갈등의 병이 생기게 된다. 큰 병이 생기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치료를 받듯, 관계의 갈등문제가 발생하면 전문가를 찾아서 갈등문제를 진단받고 치료법을 찾아야한다. 관절(關節)과 관절(關節)로 연결된 유기체로서 몸의 건강이 중요하듯, 관계(關係)를 건강에 비유하는 것이 참으로 적절했다.
◆ 사회적 갈등과 개인적 갈등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의 위치에 따라, 개인적 갈등과 사회적 갈등으로 분류된다. 갈등이 내 안에 있으면 내적 갈등이고 개인적 갈등이다. 반면 갈등의 원인이 밖에 있으면 사회적 갈등이다. 문용갑 소장은 핵심과 정곡을 짚으면서, “갈등의 본질”을 설명해 나갔다. 갈등이 발생했다면,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던지, 혹은 외부에 있던지, 본래 가장 좋았던 과거의 관계는 체온의 항상성 36.5도이고, 갈등의 발생은 체온이 올라가거나, 떨어지는 증상이다. 갈등이 발생하면 사람의 심리는 먼저 두려움을 느끼고, 때론 그 갈등과 맞서 싸우려는 분노를 느낀다. 두려움은 도망의 행동을 유발하고, 분노는 공격의 행동을 낳는다. 그리고 묻는다. 동물과 사람의 분명한 차이에 대해서, 그 정답은 ‘직립보행’은 아닐 것이고, ‘언어적 인간’ 쉽게 말하면 “말할 줄 아는 것”으로 생각됐다. 두뇌 구조는 본능과 감성과 이성으로 나뉜다. 이성은 언어와 관계된 영역이고, 본능과 감성은 감정과 직결된다. 과학자들은 현미경을 통해 원자와 전자를 구분하고, 미토콘드리아와 세포핵을 구분하듯, 갈등관리조정전문가는 사람의 심리상태를 아주 냉철하게 분석했다. 보통 ‘마음’ ‘심리’ ‘감정’ ‘이성’ 등으로 분류되는 생각의 과정이 갈등관리조정에서는 심리적 활동에 대해 각각 구분해서 관찰해서 표현했다. 갈등을 조정하려면, 갈등의 본질이 도대체 무엇인지, 원자와 전자와 중성자를 구분하듯, 때론 쿼터의 존재를 밝혀내듯, 마음과 생각의 원자구조에 대해 분석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했다.
◆ 가깝고도 먼 당신 / 편짜기
싸움 구경은 시간 가는줄 모르듯, 갈등에 대한 교육도 그 자체로 흥미로워, ‘도깨비’같은 인기 드라마를 보듯 시간이 흘렀다. 문용갑 소장의 마지막 수업은 갈등의 고조(증폭, 폭발)에 대한 것이다. 갈등의 결국은 공멸의 단계로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 그러한 갈등의 시작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발생한다는 것, 문용갑 소장은 “관계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갈등이 많다”고 설명하면서 강의를 이어갔다. 이번엔 둘씩 둘씩 파트너를 맺고, ‘서로 관찰하기’를 주문했다. 그리고 관찰한 것에 대해 상대를 표현하도록 했다. “정말로 편해보입니다.” “이해력있는 따뜻한 사람입니다” 등등 다양한 표현이 나왔다. 문용갑 소장은 ‘인정’(認定)과 ‘칭찬’(稱讚)의 전문용어를 구분했다. 인정(認定)은 관찰과 연결된 개념으로, 있는 그대로를 설명하는 것이다. 과학실험처럼 사실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주관적 감동이 아니다. 상대방의 현재 그 모습을 인정해주는 것, 상대방에 대한 나의 느낌이 아니라, 상대방을 상대방으로 바라보는 것, 그 관찰이 먼저 필요하고, 상대방을 상대방으로 인정해주지 못하면, 그때 갈등이 발생한다. 친밀감이 가장 두터운 가까운 사이에서 갈등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서 비롯된다. 나는 문용갑 소장의 설명을 듣고, “가깝고도 먼 당신”이라고 적었다. 사실, 쉽고 혹은 어려운 개념이었다.
“미국이 어딨죠? 이 말을 듣고 여러분은 머릿속에 지구본을 그리셨죠? 사람은 누구나 마음의 지도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미국이란 나라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마음의 지도 어딘가에 위치합니다. 그렇죠? 마음의 지도를 ‘스크린’이라고 합니다. 누군가를 생각할 때, 어떤 사건을 생각할 때, 미리 판단하고, 해석하고, 평가하고, 감시하는 것이 바로 스크린입니다. CCTV가 여러분을 감시하고 있다면 모두 불편할 것입니다. 그처럼, 사람은 평가받는 것, 감시받는 것을 싫어합니다. 있는 그대로 인정받길 원합니다. 누군가를 혹시 판단하고, 평가하고 있지는 않는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있는지, 자신을 관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인정받고 싶은데, 인정하지 않고 해석하고 평가하고 판단하면 그때 갈등이 발생합니다.”
갈등의 9단계 도표가 에스컬레이터에 비유해서 그려졌다.
(긴장-입씨름-행동-편짜기-체면깍기-위협-피해-파멸-공멸)
부부갈등이 가족갈등으로 번지고, 가족갈등이 친정과 시댁의 갈등으로 확산되고, 결국 부부이혼의 법정 시비(是非)로 커지는 결정적 이유는 ‘편짜기’ 때문이다. 갈등의 3단계는 개인간 갈등이어서, 그냥 쉽게 갈등을 해결할 수 있지만, 편짜기의 갈등단계로 증폭되는 순간 집단간 갈등으로 커지면서 결국 사회문제로 확산되어서, 화재사건처럼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문용갑 소장은 부부갈등 해결의 1번지로 “편짜기 금지 및 들어주기”를 제안했다. 편짜기 단계로 진입하지 않는 것으로 이미 갈등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당사자간 대화로서 해결해야할 서로의 숙제는 남겨져 있지만, 편짜기를 하지 않음으로 서로의 문제를 풀면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편짜기 단계로 진입하는 순간, 갈등은 너무 커져서 당사자가 화해를 하더라도 갈등이 갈등을 낳다보니 갈등은 쉽게 해결이 안될 수 있다.
편짜기의 갈등단계로 진입하지 않았다면, “만나기-들어주기-인정하기”의 3단계 경청법으로 갈등문제를 해결하면 쉽게 풀릴 수 있다. 혹시, 갈등의 골이 너무 오래되고, 깊어서 쉽게 해결되지 않을 때에는 명의(名醫)를 찾듯, 갈등조정전문가를 찾아서 상담을 받는 것도 갈등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