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의 어원, 경세제민은 정치적 의미를 포함
[서울교육방송 발행인 칼럼]=지난해 영국이 EU를 탈퇴할 때부터 이미 예고된 세계경제 대변동 사건이지만, 이제 시작인 것 같다. 트럼프 당선 이후 결국 그 뇌관인 사드 배치가 점점 윤곽을 드러내고 있고, 한국은 도처에 지뢰밭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이 북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사드로 인해서 국내 관광산업은 추락곡선을 긋기 시작했고, 그러한 손실에 대해 미국이 책임지는 것도 아니다. 모두 우방일 뿐, 남의 문제이다. 트럼프는 조만간 사드 배치 및 주한미군에 대한 비용문제를 정산하자고 요청할 것이다. EU에도 요청한 트럼프가 한국을 예외로 둘 이유가 전혀 없을 것이다. 북한의 골칫거리를 해결하는데는 그만한 비용을 지불하도록 요청하는 것이 트럼프의 경제관념인 것은 이미 증명되고 있다.
국내 경제상황도 그렇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는 건실기업들이 생존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제대로 된 정부가 다음 정권을 잡게 된다면 기업의 내부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한국경제의 새로운 미래를 열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과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만성 침체기로 직면할 수도 있다. 한국경제는 사실상 절체절명의 위기를 직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쨌든 현재로서 한국경제는 적폐청산(積幣淸算)의 첫단추는 뀄다. 드라마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 홍길동’에서 연산군이 보여준 ‘보여주기로서 질서 잡기’가 지금 한국경제에도 그대로 실현되었다. 아무리 외쳐도 고쳐지지 않았던 정경유착(政經癒着)의 부정적 고리가 끊어졌다. 정부가 원해서 지원을 한 것인데, 헌법재판소는 그것이 불법이며,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수사를 받고 있고, 대기업들은 줄소환을 예정하고 있다. 정부가 내라고 해서 낸 것인데, 그러한 자금지원이 덜미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렇다면 정부가 요청하더라도 기업에서는 기업내부 절차를 밟고서 지원하거나, 지원하지 않는 합리적인 결정을 해야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으로 기업의 방향이 완전히 틀어졌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단, 정경유착은 정치와 경제는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뜻인데, 우리나라에서 정경유착은 사실상 부정적 연결고리, 부정청탁, 비리의 개념이 매우 강하다. 돈을 받고서 법을 바꿔주고, 입법기관에서 움직여서 대기업을 봐주거나, 혹은 정치권에서 기업체를 압수수색했다가 어떤 목적을 이룬 후에 그것을 거래조건으로 서로 합의하는 그런 밀거래가 진행된다. 한국의 정치와 경제가 첫단추가 아주 잘못 끼워져서 현재까지 청산하지 못하고 그렇게 진행되었던 것이다. 이번에 제대로 적발되어서 기업의 무조건적 후원은 결국 국민경제를 망가지게 하는 첩경일 뿐이다. 국제사회에서 승부수를 던져서 경제력을 탄탄히 갖춰야하는 시국에, 날마다 돈이 이상한 것으로 밑빠진 독에 불을 붓듯 빠져나가고, 정부의 고위관리 노후복지를 위해서 사용되니, 서민들의 경제는 날이 갈수록 피폐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런 차원에서는 정치와 경제의 연결고리가 절단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전경련 해체가 바로 그 신호탄이다. 기업체들이 하나로 뭉쳐있으니, 정부에서는 전경련과 소통하면 모든 일처리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제는 전경련 시대가 막을 내렸다. 현재는 정부기관에서 기업체들과 간담회를 갖기 위해서는 각 기업마다 별도로 전화를 걸어서 참석여부를 묻는 실정이 되었다.
만약 연결고리가 썩지 않았다면 그 자체를 없애지 않았을 것인데, 기업체 입장에서도 수백억원을 출연하면서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 그러한 관념이나 판단도 없이 정부가 하자면 했던 그런 관행이 이제는 끊어졌으니,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진 것으로 뒤로는 웃을 것이다. 별도로 나가야할 돈이 나가지 않으니, 결국 기업의 내부 흑자로 돌아서는 순수익이 생기는 것과 같다. 물론, 어떤 특별한 기업체를 위한 법률제정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돈을 줘야만, 로비를 해야만 입법이 된다면 그런 입법기관이 무슨 의미가 있겠으며, 정부입법발의가 로비로 가능하면 그런 관행이 도대체 무슨 법리적인가? 이참에 그런 부폐의 고리가 절단난 것은 타당하다. 반면, 향후 새롭게 만들어질 정부와 경제의 연결고리가 보다 투명하면서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그런 소통의 합의체가 생겨나길 기대해본다.
트럼프 시대는 곧 보호무역의 상징이다. 보호무역은 각자 적재생존에 따라 스스로 살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국가 스스로 자생력이 없다면, 그 국가는 멸망할 수 밖에 없다. 과거처럼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략하는 전쟁의 시대는 종식되었으나, 보호무역으로 관세장벽이 높아지게 된다면, 결국 내수시장으로 기업체는 생존해야한다. 내수시장이 활성화되려면 국민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야하는데, 현재 한국의 국민경제는 1300조의 엄청난 채무에 묶여서 그것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국내 내수시장을 통한 기업체들의 자생활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비가 없는데 기업의 생산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결국, 기업으로서는 수출에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특히 정부와 긴밀한 업무협조는 불가피하다. 그런데, 정부와 소통통로가 차단되었고, 그동안 관행적으로 용인되었던 기업과 정부 공무원의 만남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사실상 원천 봉쇄되었고, 행정부가 세종시로 이관되면서 기업체들과 공무원의 만남은 확 줄어들었다. 여기에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정부와 기업체의 연결고리는 완전히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갑작스런 이런 통제불능의 사태는 분명 기업경영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기업은 기업으로, 정부는 정부로서 역할기능을 찾아가는 것은 본래 기능구조로서 당연한 것인데, 기업과 정부가 서로 갈등구조처럼 얽혀있어서 서로 너무 밀착되어, 기업과 정부가 각자의 순기능을 잃어버리고, 뇌물과 비리로 연결되었던 과거 관행은 매우 잘못된 것으로서, 각자도생의 길을 간다면 살아남는 기업은 훗날 한국기업의 미래산업이 될 것이다.
정치제도 역시 여전히 전통사회 수준으로 분화되지 못한 측면이 많다. 정책중심 정당을 아무리 주창해도, 친박과 같은 인물중심 정당은 여전히 관행이다. 이러한 관행이 철폐되지 못한다면 한국정치 역시 스스로 자생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기업의 문제가 결코 기업의 문제만은 아니다. 정치권도 기업체처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잘못된 정책은 과감히 실수를 인정하고, 오로지 국민을 위한 경제정책을 실현하면서, 정당이 완전히 환골탈태해야만 미래정치사회가 열릴 것이다. 기업은 최순실 사태를 직면하고 변화의 길로 들어섰다. 그 실체적 증거가 이사영입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변대규 휴맥스 회장을, 카카오는 조규진 서울대 기술연구센터장을, SK텔레콤은 안정호 서울대 융합과학 기술대학원 교수를, KT는 임일 연세대 경영대 교수를, SK하이닉스는 신창환 서울시립대 공대교수를, 아모레퍼시픽은 박승호 중국 CEIBS 석좌교수를, LS산전은 문승일 기초전력연구원장을, 한미약품은 서동철 중앙대 약대교수를 영입했다. 과거에 정부인사를 영입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판도다. 정치권에 줄을 대고서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하던 시절은 이미 끝난 것이다. 기업 스스로 국제시대를 직면해서 살아남을 방도를 마련해야하고, 그것은 기술력으로 승부하고, 국제무대로 진격해서 수출을 통해서 기업경쟁력을 확보해야하고, 정부는 국민가계 빚을 청산하기 위한 정책을 도입해야한다. 내수시장이 활성화된다면 국내기업의 소비시장이 마련되어서 기업체들의 수출부담이 줄어들면서 보호무역 시대에 생존력을 높일 수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가계빚이 너무 많아서, 국내 경제 침체기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經濟)의 본래 뜻은 경세제민(經世濟民)에서 유래한다. 세상을 경영하고 백성을 구제하는 것이 곧 경제이다. 우리가 알고있는 경제는 기업의 상품과 소비에 대한 것인데, 경제의 본질은 이미 ‘정치와 기업’이 함께 존재한다. 기업의 활동이 정치와 결코 무관할 수가 없다. 경제는 세상을 경영하고, 백성을 구제하는 것이듯이, 결국 경제가 활성화되려면 정치도 함께 솔선수범해야하는 것이다. 핵심은 국민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 정치와 기업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정치와 기업이 서로 손을 잡고서 정치와 기업이 어떻게 잘 살 것인가에 주력했으니 과거 왕권통치시절 귀족정치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국민주권시대라고 하여도 실상은 빛좋은 개살구이고, 뒤로는 기업과 정부가 서로 유착해서 국민을 경제로 통제하고 있었으니, 그런 부정부패가 완전히 청산하고 기업은 기업으로, 정치는 정치로 자생해서, 국민의 경제가 되살아나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