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뉴스]=[서울교육방송 교육뉴스]=살아있는 조직(組織)은 어떤 것일까? 생동감(生動感)있는 관계(關係)는 어떤 것일까?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가족적 분위기로 회사생활이 유지될 수 있을까? 등등 크고 작은 조직의 의사소통 부재(不在)는 한국사회의 단면(斷面)들이다. 다시말해 의사소통의 형식은 많지만, 의사소통의 산물은 없는 독특한 사회현상이 진행 중이다. 근본 이유는 뭘까? 한누리갈등관리·조정센터(조정혜 센터장)에서 실시하는 갈등관리전문가 3급과정 교육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소통과 관련한 교육으로 갈등을 관리하고 대처함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교육방송도 피교육생으로 참여했다.
오늘의 교육은 책상없이 진행됐다. 의자에 둥글게 앉아서, 갈등의 단면(斷面)을 학습한다. “갈등관리는 감정을 다루는 일이며, 언어와 비언어로 드러나는 자신을 관찰하여 표현하고, 상대의 표정과 태도에 담긴 비언어적인 표현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다”는 조정혜 갈등관리·조정전문가의 설명이다. 공감적표현(共感的表現)이 오늘 교육핵심이다. 감정을 함께(共)한다는 것처럼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감정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형체여서, 책상을 함께 옮기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슬픔, 기쁨, 고통, 걱정, 욕구, 소외감 등등 감정의 다양한 얼굴들을 관찰하면서 상대방의 감정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경험이다. ‘감정보기’에 몰입하기, 자신의 감정상태과 상대의 감정상태에 몰입하기, 얼굴이나 몸짓에서 드러나는 감정읽기!!!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감정을 느끼는 것이 교육의 방향이다.
피교육생들은 처음 강의를 듣는 때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감정을 실험실 도구처럼 꺼내는 법을 알고 있다. 어색한 질문을 받았을 때, 당혹감의 감정을 스스로 알고서 그것을 표현할 줄도 알고, 순서없이 의사표현이 진행되어도 자연스럽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이 조직이라고 한다면, 피교육생들이 학습면에서 살아있다. 갈등(葛藤)이 내포하는 그 긴장감과 어색함이 교육과정에서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감정의 실체’를 볼 수 있도록 인식의 눈을 뜨게 한 교육효과라고 여겨진다. 2명씩 팀을 이뤄 진행한 역할극에서 어떤 감정이 표출되는지, 그 감정을 읽어내고 공감하기에 적합한 다양한 감정언어표현으로 미니 연극이 진행됐다. (나는 상담사로 활동하는 양미경 피교육생과 파트너가 되었다.)
** 남편이 아내에게 “빨간불이야”라고 했다면? 자동차 뒷좌석에는 남편의 상사가 부부로 동석하고 있는 상황에 발생한 일이다.
교통신호 체계에서 빨간불인데, 운전을 맡은 부인이 미처 못 보고 직진하려는 위험한 상황이다. 남편이 빨간불을 알아채서, 자동차는 멈췄겠지만, 이때부터 자동차 내부는 진짜 빨간불 상태에 돌입할 수 있다. 남편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부인의 운전에 참견했기 때문이다. 2명이 운전하고 있을 때에도 운전에 참견하는 것은 서로의 감정을 긁는 지름길인데, 남편 상사앞에서 빨간불도 못보는 운전실력으로 폄하했으니, 갈등폭발의 뇌관이 건드려진 것이다. 파트너와 이런 상황을 이야기했을 때, 평소 습관적 대화법은 “나도 봤어!!! 니가 운전해!!! 보고 멈출려고 했어!!! 알고 있어!!!”였다. 이런 말과 함께 감정상태는 빨간불로 급변한다. 모범답안이 없을까? 다양한 감정표현과 해석과 함께 입장에 대한 이해가 일어났고 그에 따르는 공감적 표현이 미소와 감동으로 하나가 되는 기분을 경험하게 되었다.
해당 교육 프로그램이 탁월한 것은 역할극을 통해 툭툭 튀어나오는 감정들이 무엇인지 과학 실험실처럼 확인할 수 있어서다. 온도가 0도로 내려가면 얼음이 얼고, 100도가 되면 수증기가 발생하듯, 어떤 여건과 상황이 주어지면 사람마다 감정이 발생한다. 그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관찰하는 훈련이 관계관리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부재중 통화를 거부하는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전화통화 역할극, 싫어하는 타부서 직장상사가 갑자기 찾아와 ‘공기가 탁하다’고 지적질하는 참견상황, 오랜만에 봤던 친구가 모른체하고 지나가는 상황 등등 다양한 상황극이 화기애애(和氣靄靄)하게 진행됐다. (놀라운 것은 역할극에서 표현되는 감정언어가 무엇인지 대략적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효능을 가진다.)
2교시 갈등관리 교육은 3명씩 팀을 이뤄서 실제 갈등조정 훈련이 실시됐다. 갑질한 A씨, 피해입은 B씨, 조정가 3명이 소그룹 조정모임을 진행하면서, 조정가의 감정상태, 갑질한 사람의 감정상태, 피해자의 감정상태에 대한 자신을 관찰하고 상대방을 관찰하면서 비언어적표현 훈련과 공감적 언어 훈련이 진행됐다. 교육은 소그룹별로 역할극에서 자신이 자신을 관찰하는 방법이 조금씩 진척(進陟)되어, 피해자의 사연을 요약해서 입장을 정리하는 단계까지 실시됐다.
조정혜 조정가는 “조정가의 핵심은 중립성과 제편성이다”고 강조했다. 중립성을 유지하는 비결은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으로서, 답변하는 시간과 순서, 사소한 결정까지 당사자들에게 의견을 묻고, 당사자가 결정하도록 촉진하는 것이다. 가령, 갑질하는 A가 피해자 B가 먼저 발언해도 좋다고 말했다면, 반드시 조정가는 갑질하는 A에게 “A께서는 B가 먼저 발언해도 좋다는 것이죠?”라고 확인해서 묻고, 동의하면, 조정가는 다시 B에게 “A는 B께서 먼저 발언하시길 원하시는데 어떠신가요? ”라고 묻고, B가 “저는 싫어요”라고 하면, 조정가는 B에게 “먼저 발언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시는군요?”라고 확인하는 과정을 다루는 것이다. 이렇게 누가 먼저 발언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까지도 당사자들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조정에서 조정가의 중립적 태도는 갈등당사자가 옳고 그름이 아닌 상태에서 모두가 인정되고 존중되고 있다고 느껴지는 감정체험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