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진학상담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진로품앗이상담”에 참여하기 위해 경기도의 H 및 B고등학교에 진로 상담관으로 갔을 때 일이다. 눈에 띄는 세 가지 유형의 학생들을 만났다.
첫째 유형, 어머니와 2학년 남학생을 동시에 상담했다. 학생을 보는 순간 왠지 불안하고 시선을 맞추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학생은 상당히 영리해 보였다. 어머니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학생이 역사에 관심이 많았으며 관련 활동을 꾸준히 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생의 생활기록부를 열어보니 1학년 1학기 때 성적은 중상이었는데 2학기에는 하위권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그런데 2학년에는 성적이 많이 향상되어 1, 2등급 대를 유지하였다. 학생의 능력은 있는데 갑자기 성적이 떨어진 경우는 그에 상응하는 큰 변화를 겪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넌지시 물어보았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학교폭력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잘 극복하고 어떻게 하면 진로를 잘 결정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 상담을 받으러 왔다. 그 학생을 보니 마음이 애잔했다. 참으로 어려운 시련을 잘 견디어냈다는 마음이 들어 끌어 앉아주고 싶었다. 정말 장하다! 너는 성적에 상관없이 꼭 성공적인 사람이 될 것이란 확신을 심어 주었다. 이런 경우, 1) 어려운 역경을 잘 극복했다는 사실, 2) 급상승된 성적변화 추이, 3) 한국사 자격시험에 대한 도전, 4) 학교에서 받은 각종 수상내용, 5) 봉사활동 시간, 6) 독서활동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입학사정관제로 준비하여 지원하면 참 좋을 것 같았다.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는 몇 가지 활동을 소개해 주었을 때, 학생과 학부모님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진로상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학생은 이러한 이력이 입학사정관이 찾고자하는 삶인 것을 잘 모르고 있었다.
둘째 유형, 너무 어려보인 1학년 남학생이 어머니의 강권으로 끌려오다시피 했다. 품앗이 상담이 주로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상담했는데 이 학생은 1학년이었다. 학부모님은 학생에게 무엇인가 자극을 주고 싶어 했다. 아직 철이 들지 않아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친구를 따라 다니며 놀기에 전념했던 학생이다. 성적은 매우 저조해 주로 8,9등급이었다. 그런데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동물조련사를 하고 싶다고 당당히 말했다. 상담하는 내내 주위집중을 하지 못하고 두리번거렸다. 아마도 어떻게 해야 동물조련사가 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설명을 해 주었다.
경험으로 판단하건데, 이 학생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몰입할 수 있고 재주도 있어 보였다. 그래서 공부를 하는 방법을 기초적인 것부터 가르쳐 주었다. 좋아하는 과목을 물었다. 과학에 대해 재미있어 했고, 특히 생물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은 가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가고 싶다고 했다. 지금의 성적으로는 대학을 갈 수가 없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는 듯했다. 일단 공부의 첫 걸음은 내신 성적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최근 야간자율학습에 1달간을 참석했다고 한다. 이제야 철이 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재주는 있기에 이렇게 인내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mail주소를 받았다. 앞으로 잘하고 있는지 메일로 연락하기로 했다. 사실 어머니는 자녀를 위해 무엇이든 해 주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셋째 유형, B고등학교 학생의 사례이다. 예쁘고 똑똑해 보이는 여학생이었다. 간호학과를 가고자했다. 외모 상 간호사가 적성에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적표를 보니 1학년 때는 거의 공부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2학년 때는 극상위권으로 향상되어 있었다. 어떻게 해서 이런 성적의 향상을 보였는지 물어 보았다. 그런데 1학년 때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서 학교에서 하는 모든 일에 빠졌다고 한다. 학교행사에도 전혀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집에 있으니 편하기는 하지만 공부하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계획된 공부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2학년 때는 마음을 고쳐먹고 학교생활에 충실하기로 했고 학교에서 하라고 하는 모든 일에 적극 참여했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 학생이 간호사로서의 꿈을 이루는데 무난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학생은 수능성적이 나오지 않아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내신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3학년 때 성적이 향상되는 것을 경험을 통해 많이 보아왔다. 내신이 좋으면 수능이 좋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학생은 수시로 대학을 지원하고 싶어 했다. 요즈음 수능공부의 패턴은 “강점 강화형” 학습이 대세이다. 방송부까지 하고 있는 이 학생은 생각도 깊고 용의 단정해서 면접에도 유리할 수 있는 학생이다. 이 학생의 사례는 학교생활에 충실해서 성공한 사례라고 본다.
학부모님들의 고민을 상담해 보니, 어머니들이 대학 다닐 때와 입시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그래서 자녀를 뭔가 도와주고 싶은데 어떻게 도와 줄 수 있는지를 잘 몰라서 주변 어머니들에게 정보를 물어본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우리 자녀가 학원이나 과외가 필요한지도 모른 채 옆집에서 하니까 나도 과외를 시켜야한다고 했다. 이럴 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아직도 학부모님들이 한 학교에 1명의 진로진학상담교사가 있어 이런 종류의 상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었다. 이는 학교의 홍보 부족 탓일 수도 있다. 또 진로품앗이를 학교마다 적당히 활용하면 학생과 학부모님이 동시에 상담을 받을 수 있어 사교육비를 절감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다.
성공을 위한 6단계 진로상담 단계가 있다.
1단계는 자기발견의 단계이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나는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가? 이 단계가 기초적인 반면, 학생들이 쉽게 놓치는 경우가 많다. 자기발견의 과정 없이 주변 사람들에 의해 진로를 결정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2단계는 목표설정의 단계이다.
나의 꿈은 무엇인가? 이는 나의 가치관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이 목표를 결정하기 전에 다양한 체험이 필요하다. 그러고 나서 목표를 설정한다.
3단계는 방법탐구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여기에는 목전의 목표인 대학진학과 직업선택을 동시에 고려해서 필요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높은 대학진학률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대학을 진학하는 데는 전형이 다양하여 충분한 정보를 알지 못하면 좋은 조건을 가지고도 대학진학에 실패하게 된다. 수시, 정시, 학업성적우수자 전형, 논술 면접전형, 입학사정관제 전형, 적성고사전형 등이 있다. 내가 어느 전형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으냐는 학생마다 다르다. 위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진로지도의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특성과 다양성을 반영하는 맞춤형입시지도라고 본다.
4단계는 실천의 단계이다.
아무리 목표를 잘 설정하고, 상담을 통해 방법을 알고 있더라도 실천을 하지 않으면 세우는 목표가 망상에 불과하다. 이 단계에서는 내가 이루고자하는 꿈을 위해 1)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할 것인가? 2) 어떤 효율적 학습방법을 선택 할 것인가? 요즈음은 공부하는 시간을 관리하기 위해 학습 플래너를 사용하는 학생들이 있다. 주로 학력이 높은 학생들이 많이 사용한다. 계획표를 이용하여, 자기 시간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5단계는 목표점검의 단계이다.
어떤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서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학생들이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학생을 보면 참 마음이 무겁다. 이 단계에서 학습코칭이 필요하다. 문제가 발견되었으면 과감히 기존의 방식을 버려야한다. 그런데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6단계는 목표달성의 단계이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주변과 정보를 공유하여 다른 학생들도 원하는 꿈을 이루도록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단계이다.
학생상담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진로 6단계를 학부모님들도 자녀에게 적용해보면 자녀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러분의 자녀는 지금 어느 단계에 속해 있습니까?
(진로상담 교육칼럼 초고작성 : 2012년 11월 2일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