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드라마 비평, 군주 가면의 주인]=5년이 훌쩍 흘렀다. 세월 빠르다. 눈깜짝할 사이라더니, 10회에서 11회로 건너뛰니까 5년이 흐르다니, 아무래도 시간은 무엇일까? 11회는 경제관념이 약간 첨가되면서 화폐의 중요성, 협력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역사 드라마의 감초, 삼각관계는 오밀조밀 한가은과 이선, 김화군과 이선으로 엮어지는데….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은 압권이다. 서로 사랑하는 연민의 마음이 있으면서도 가까이 할 수 없는 서로의 애틋함, 얼굴을 보면서도 마음은 아직 가면을 써야하는 낯설음들이다. 기성세대가 엇갈려 놓은 운명 때문에 모두 엇갈려 살아갈 뿐이다. 김화군도 할아버지가 만들어놓은 운명 때문에 사랑하는 세자와 결혼도 하지 못했으니 그 또한 엇갈린 운명이다.
전황(錢荒)은 돈의 씨가 말랐다는 것이다. 돈이 없으면, 돈값이 올라갈 것이고, 돈을 찍어내야하는데 구리가 없으니 조선은 돈을 만들 수가 없다. 이것은 드라마속에서 작가의 과도한 설정이다. 드라마속 조선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는 것이고, 편수회 대목이 구리수입권한을 모두 가졌다는 것인데, 선뜻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돈을 얼마나 가졌길래 빌려줬다가 다시 모았다가 그렇게 한다는 것인가? 엄청난 사채놀이를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5년동안 돈을 가져다 썼으니 서민들도 돈이 작지는 않을 것이다. 1년에 1천만원을 빌려도 5년이면 5천만원이다. 5천만원을 일시상환하라고 한다면 그것을 갚을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요즘 깡통주택처럼 사채업자들이 돈을 술술 풀었다가 일시에 상환명령을 내리면서 집을 잡아먹을 때 그렇게 한다.
세자 이선은 거상을 직접 찾아갔다. 거상들은 큰 기업과 같고, 보부상은 전국 유통망을 가지고 있으니, 전국 대리점을 가지고 있는 거대 상권이다. 소상공인들은 돈을 갚을 길 없지만, 거대상권인 거상들은 돈이 있으니 편수회의 일시상환명령에 돈을 갚고도 여유돈이 있다. 세자 이선이 묻는다. “위기를 넘겼나요? 과연, 왜 양수청이 지금 돈을 갚으라고 하는지요? 그 이유를 모르고 위기를 넘겼다면, 다음은 여러분의 차례가 될 것입니다. 주춧돌이 뽑혔는데 기둥이 서있다고 집이 안전하겠습니까? 다음은 바로 여러분의 기둥이 무너질 것입니다”라고.
그것은 내 문제가 아니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그것은 내 문제였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재판이 지금 진행중이지만, 사실 국민의 문제는 왕의 문제이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안전하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백성의 어려움은 군주의 어려움이다. 세자 이선은 그것을 정확히 깨닫고, 시전상인이 무너진다면 결국 거상도 무너질 것이니, 시전상인을 살릴 책임이 거상에게 있다고 말한 것이다. 시전상인을 위해서 돈을 빌려달라고 말한 것이 아니다. 거상을 위해서 돈을 빌려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한 것이다. 협력공동체의 존재를 알려준 것이다. 거상 따로, 시전 상인 따로가 아니고, 함께 협력해야 경제의 톱니바퀴가 돌아간다는 것을 말해준 것이다. 탐욕의 양수청이 시전상인을 잡아먹고, 그 다음에 누구를 잡아먹겠냐고 하니, 모두 수긍했다. 남은 것은 거상이니 양수청의 먹잇감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천민 이선은 먹고 사는 것 때문에 엉겹결에 세자노릇을 하고는 있는데, 만약 세자가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는 것을 알고만 있더라도 본인의 삶은 달라졌을 것이다. 세자가 언젠가 돌아오면 자신의 가면을 벗겨줄 것이고 그때까지 살아갈 명분과 희망이 있는데, 평생 편수회 대목의 꼭두각시가 되어야한다는 그 부담이 본인의 심장을 옥좨는 것이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하는 것은 소가 코뚜레를 하는 것보다 더 고통스런 일이다. 끌려가는 것이 그와같다. 진로는 절대로 코뚜레가 아니다. 스스로 좋아서 해야한다. 보수상 조직이 스스로 원해서 두령을 추대했듯이,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은 그 자체가 기쁨이고, 부작용이 없다. 진로가 그와 같다. 김화군도 마찬가지다. 할아버지가 시키는 것을 하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하려고 진작 뛰쳐 나왔다. 독립심, 스스로 자신의 꿈을 찾아 여행한다는 것은 요즘의 ‘자유학기제’와 같다. 부모가 시킨 것을 하는 것은 불행한 것이다.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야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등장하는 유명한 대사가 있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걸음을 걸어라. 나는 특별하다는 것을 확신하라. 모두 몰려가는 줄에 설 이유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걸어가라”
세자 이선, 한가은, 김화군 모두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고, 천민 이선은 아직 가면을 쓰고 있지만 진로탐색의 자기성찰을 하고 있는 중이다. 조만간 가면을 벗으면서 본인의 내면적 자아를 찾게될 것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 주제는 ‘스스로 자신의 힘을 찾는 것’이며, 그것은 자신이 자신의 주인이 되는 것, 꿈을 찾고 그 길을 걸어서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