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입하(立夏)를 맞이했다. 입(立)은 사람이 땅위에 두 다리로 서있는 모습이다. 인(人)도 두 다리로 서있지만, 입(立)은 더 분명하게 서있는 모습이며, 혹은 고인돌을 올려놓은 모습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입(立)은 뭔가를 완전히 올렸다는 개념이며, ‘시작’을 뜻한다.
하(夏)는 여름이다. 여름은 곧 ‘열다’는 뜻도 되며, 하(夏)를 분석하면 머리혈(頁)과 천천히 걸어갈 치(夂)가 들어있다. 머리를 천천히 걸어가는 계절이 ‘여름’이라는 의미다. 얼마나 더우면 그렇게 천천히 걸어갈까?
여름 하(夏)의 본질(本質)은 두뇌(頁)다. 머리는 곧 몸의 중심이듯, 계절의 중심은 여름이다. 여름에 계절이 가장 열정적이고, 태양은 가장 중심에 위치해서 모든 만물이 성장한다. 숲은 신록으로 그림을 그리고, 새들의 지저귐은 기쁨 그 자체이며, 달도 해처럼 희망으로 살아가는 계절이다. 장마철에도 ‘여름 땡볕처럼’ 비가 쏟아지니, 만물은 물만난 물고기처럼 성장한다. 곧 여름은 계절의 두뇌와 같다.
본래 여름 하(夏)는 뇌를 의미했고, 클 하(夏)를 말한다. 머리를 뜻하는 이 글자가 ‘여름’으로 변화되어 사용된 것이다. ‘열다’는 의미에서도 ‘두뇌’는 깨달음과 같으니, 여름은 ‘문을 여는 것’과 같다. 클 하(夏)처럼 견(見)도 사람의 다리와 눈을 크게 그려놓고서 ‘보다’를 의미했다. 이처럼 하(夏)는 걸어가는 사람의 다리위에 머리를 그려놓고서, ‘크다’고 의미했다. 여기서 ‘크다’는 것은 곧 ‘우두머리로서 지도자’를 말한다. 계절의 왕은 곧 ‘여름’인 것이다.
나의 한자해석이 간혹 ‘소리글자로서’ 한글을 섞어가며 진행된다.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한자해석은 유추를 통한 새로운 뜻을 찾아가려는 탐구과정의 하나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또한 한문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우리민족의 뿌리인 동이족이 한자창제에 관여했음이 인정받아오고 있다.
한자창제에 동이족이 관여했고, 그 동이족이 중국과 한반도에 흩어졌으며, 한반도에 정착된 동이족의 후손중의 하나가 바로 삼한, 마한, 변한으로 이어지면서 조선시대에 한글도 만들었던 것이다. 뜻글자로서 한자, 소리글자로서 한글을 가진 민족은 지구상에 몇 안되며, 이러한 글자가 사용하기에 매우 편리한 컴퓨터 언어로 된 것은 한글이 유일하다. 영어보다 한글자판에 유용하니, 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소셜적이고, 컴퓨터적인가? 한글은 한자라는 남편과 함께 살아갈 때 더욱 아름다운 것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입하(立夏)는 머리를 하늘로 쳐들고서 똑바로 서있는 모습이며, 건물로 본다면 준공식을 했다는 것과 같고, 사람으로 본다면 봄의 탄생 이후, 직립보행으로서 땅에 첫발을 디디면서 걸어간다는 것이며, 일(事, work)로 본다면 시작과 함께 틀을 완성한 것을 말한다. 시작은 봄(春)이고 여름은 논의후 계획(plan) 및 과정이다. 계획과 설계가 명확하면 가을에 열매가 풍성하다.
여름에는 햇빛이 가장 적극적이며, 햇빛을 통해서 나뭇잎은 광합성작용을 하며, 꽃들이 벌과 나비를 불러오며 숲은 숲으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렁차다. 나아가 폭풍도 칠 것이다. 여름은 마치 질풍노도의 시기로 알려진 사춘기와 같다. (물론 사춘기는 ‘봄’이 들어있다). 사춘기와 청년의 시간이 바로 ‘여름’이다. 가장 아름다운 성장과 치열한 폭풍우를 견디고 나면 결실의 가을이 문턱앞에 와 있을 것이다. 모든 희망이 형상을 이루는 가을이 되기까지 어려움을 극복하는 여름의 시간을 우리는 견뎌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