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드라마 비평, 군주-가면의 주인]=백성은 물, 군주는 배와 같다. 물은 배를 엎거나 가게 한다. 군주가 백성을 다스린다는 것은 군림이 아니다. 함께 하는 것이다. 물은 배를 위해, 배는 물을 위해 함께 섞이고 어울어지는 것이다. 군주-가면의 주인에서 말하는 진정한 군주, 권력의 속성, 많은 것을 시사한다. 마지막 39~40회(일반적 드라마로 20회)는 약간 싱겁게 끝났지만, 전반적으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것과 권력을 잃었다가 다시 찾기까지의 과정이 리얼했다.
편수회 대목은 마지막 역전을 해보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신하들을 책동해서, 왕을 배신하고, 민란을 일으켜서 궁궐을 불태우려고 했으나, 이미 편수회는 권력의 중심축을 잃었고, 신하들의 마음이 흔들린 상태다. 물지게꾼들이 밥줄을 잃게 될 위기에 놓이자 광화문에 모여 시위를 하려고 했으나, 보부상 조직을 활용해서 물지게꾼들에게 새로운 성곽 일자리를 준다고 하니, 그냥 흩어졌다. 백성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먹고 사는 생존문제가 크다.
실업률이 요즘도 높은데, 더 많은 청년 일자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성곽보수공사를 통해 국가예산을 푸는 뉴딜정책을 편다는 것은 신선한 발상이다. 흥선대원군도 백성들의 마음을 그렇게 풀었으면 좋았을 것인데, 경복궁 중원이라는 거대한 사업에 백성을 의무적으로 강제노역을 시키니 누가 좋아했겠는가?
양수청이 사라지면 거기에 딸린 물지게꾼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면 늘상 당한다. 물지게꾼이 사라지더라도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준다면,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듯이 생계문제가 해결되니 잠잠해진다. 해독제를 만들고서 환자들이 해독제를 복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드라마에서 비약이 심했다. 게다가 대목의 아들이 비방을 알려주도록 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 마지막회에서 대목의 아들이 비방을 알려주지 않는다면, 대목이 이기는 것인가? 신하들은 대부분 죽고, 궁궐은 어수선한 속에서 백성의 민란으로 궁궐이 다시 불타면 드라마는 끝나지 않는 것인가? 극적인 전환도 좋지만, 맥락있는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가은 낭자가 스스로 독을 먹고, 해독제를 복용해서, 약의 신뢰성을 입증한다는 것도 너무 이상하다. 차라리 왕의 주치의가 약의 신뢰성을 증명하면 간단하지 않는가? 진꽃탄의 독이 해독되는 과정을 실제로 보여주면 되는 것을, 스스로 목숨을 걸고 해독제의 성능을 입증한다니, 조선시대가 그렇게 무식했을까? 드라마를 만들더라도 과거를 정도껏 왜곡하길….
게다가 마지막 무혈입성하겠다면서 대목의 은신처를 쳐들어가는데, 왕이 칼을 들고서 싸우는 것은 아무리 봐도 옳지 않다. 왕이 만약 칼을 맞고 쓰러지면, 대목이 이길 것이다. 그곳은 어디서라도 활을 쏠 수 있는 곳인데, 누구도 활을 쏘지 않았다. 대목은 1~38회까지 대단한 능력을 가졌는데, 왜 유독 39회에서는 무술실력이 사라졌는가? 그러나, 대목과 세자가 대화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어떠한 왕이 될 것인가?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가장 하고싶은 일, 그것은 무엇인가? 세자는 구렁텅이에 빠진 백성을 위해 어깨를 빌려줘서 괴물을 만들지 않겠다고 했으니, 참으로 군주로서 덕목을 지녔다. 그러나 그러한 덕목은 말보다 실천이다. 스스로 그것을 행동하는 군주가 되어야 백성이 그 군주를 진정한 군주로 섬길 것이다.
천민 이선의 말, “한번 엎지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고, 한번 떨어진 꽃잎은 가지로 되돌릴 수 없다”, 천민 이선이 왕좌를 찬탈하려고 했던 것, 그것은 가은낭자를 사랑하는 마음에 본정신을 잃고서 그렇게 했던 것인데, 이미 지난 과거가 되버렸다. 해독제를 먹고서 목숨을 부지했는데, 도대체 왜 천민 이선을 죽여야하는가? 천민 이선이 마지막 유언처럼 “이름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했고, 꿈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그 고백처럼, 사람은 사람과 함께 꿈을 갖고,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고 불리고 싶은 관계의 욕구가 있다. 꿈도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형성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 패주의 중전은 절대 불가하다고 신하들이 반대하자, 왕은 간단하게 왕의 모자를 벗고서, 침묵한다. 덕망있고 지혜로운 왕을 찾아 앉히라는 것인데, 신하들의 표정이 안봐도 알 것 같다. 얼마나 황당할까? 결혼할 사람과 결혼시켜주지 않으면 왕좌도 버리겠다는 각오에, 어떤 신하가 패주의 중전 절대 불가 방침을 고집하겠는가? 새로운 군주가 추대되면 자신들의 직위도 사라질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