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수필 | 장창훈]=게임중독, 음란물중독, 담배중독, 술중독은 사람을 끔찍하게 만든다. 시간을 갉아먹고, 건강을 강탈한다. 중독현상에는 위의 4가지 외에도 커피중독, 드라마중독, 욕설중독, 비판중독, 불면증중독, 카톡중독 등이 있다. 모두 습관과 연결된다.
나도 몇가지 중독에 걸렸고, 걸린 적이 있다. 일단, 술과 담배를 했었다. 지금은 하지 않는다. 술에 빠졌을 때는 술이 썩 좋지 않다는 의학적 상식을 알면서도, 술이 주는 기쁨과 즐거움에 ‘술의 단점’은 뇌에 인식되지 않았다. 친구가 좋으면 친구의 단점이 보이질 않는 것과 흡사하다. 담배도 동일했다. 담배는 해병대 군생활에서 배웠는데, 삶이 괴로워서 배웠고, 쉽게 끊어지질 않았다. 1999년 나는 담배와 술을 완전히 근절했다. (그 힘은 신앙에 있다.)
담배피우는 사람에게 담배를 끊으라는 것은 결혼한 사람에게 이혼하라는 것처럼 충격적 발언이다. 평안한 가정에 ‘이혼의 폭탄’은 누구도 원하지 않은 불편함이다. 그 결혼의 대상이 누구든, 결혼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하듯이, 습관은 그 사람의 고유적 측면이 강해서 쉽게 끊어낼 수가 없다. 아무리 담배의 위험성을 보여줘도 쉽게 근절되지 않는다. 결국, 담배를 애초에 가까이 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날마다 게임을 하다보면 어느새 게임에 빠져서, 밥을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듯이 게임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람의 뇌구조로 변한다. 그것을 해야만 웬지 존재하고 있다는 그 희열은 게임중독에 빠지게 한다.
나는 커피중독에 걸렸으나, 커피가 없다고 해서 손이 떨리는 그런 지경은 아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술중독자인데, 프로그래머로서 꽤 유능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말주변이 약간 사기성이 있는데, 그 실력은 분명 있다. 이 사람은 발전속도가 멈췄다. 그 이유를 분석해보니 술 때문이다. 이 사람은 날마다 술을 마신다. 몇 년전 사업 때문에 2주 넘게 날마다 만난 적이 있는데, 그는 단 하루도 술을 마시지 않은 적이 없었다. 술을 마시지 않는 나로서는 그 사람의 술상대가 된다는 것이 곤혹이었다. 술에 취한 그 사람과 미래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중독은 이처럼 사업을 망친다.
중독의 다른 말은 해로운 습관이다. 중독(中毒)은 ‘독의 가운데’로서, 살모사(殺母蛇)와 같은 독성분이 몸속에 들어온 것이다. 살모사가 사람을 물었다면 즉사할 것이다. 그처럼 중독현상은 사람의 뇌를 마비시킨다. 뱀은 맹독으로 사람의 육체를 죽이고, 중독은 습관으로 뇌를 죽인다. 중독현상 우습게 볼 것이 절대 아니다. 독(毒)은 살 생(生)과 말 무(毋, never)의 합성으로, 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사약(死藥)을 마시면 누구나 죽는다. 그처럼 중독은 사람의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도록 망가뜨린다. 얼마전 인기리에 방영된 ‘군주, 가면의 주인’에서도 ‘진꽃탄’에 중독된 귀족들이 나라를 망치는데 어이없는 법률을 통과해서 백성을 피폐한다는 내용이 나왔다. 그러한 이야기가 어찌 소설이겠는가? 권한을 가진 자들이 중독된 어떤 것 때문에 정작 본인들이 해야할 본연의 사역을 해내지 못하고 처참한 종국을 맞이한 것이 조선시대의 일이겠는가?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사줘야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맡기는 것도 금물이다.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 많고, 자극적인 영상은 사람을 쉽게 흥분시킨다. 음란물에 중독된다면 그 뇌구조가 완전히 이상케 변질되지만, 음란물도 1주일 내도록 본다면 그 감각이 흐릿해져서 누구라도 정상적인 삶을 살려고 마음을 새롭게 고친다. 모든 것은 정상에서 벗어난 것이 문제다. 정상을 고수한다면 중독현상에 빠질 이유가 없다. 중독(中毒)은 해로운 독약과 같은데, 누가 그것을 마신단 말인가?
게임은 정말로 무섭다.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지 못하도록 어려서 바로 잡아줘야한다. 사람의 시간은 정말로 부족하다. 하루 24시간이 많다고 해도 새벽에 일어나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침부터 하루가 시작된다. 밥먹고, 화장실 가는 생존본능의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가운데 자신의 꿈과 현실을 이루기 위해서 얼마의 시간을 가질까? 5시간도 안될 것이다. 이 시간에 게임중독으로 3시간을 없애면 정작 남는 것은 2시간도 안된다. 이러한 삶의 반복이 인생의 적분이 된다. 인생에 성공하려면 하루에 성공해야한다. 하루가운데 자신의 삶에서 중독현상이 없는지 가만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독은 시간의 강도(强盜)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담배를 끊었던 그 때를, 나는 사실 담배를 피우고 싶지 않았다. 호흡기가 썩 좋지 않았으니 담배를 피우면 가래가 너무 많이 나왔다. 해병대 시절에도 담배를 피우면 피울수록 기침이 나와서 곤혹을 치뤘다. 밤새 기침하고, 새벽에 한모금 빨던 그 쾌감 때문에 담배를 끊지 못하고 하루에 2갑을 피웠다. 전역후 국민대학교를 다니면서도 담배를 쉽게 끊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1999년 담배를 끊었다. 금단현상을 견딘 것은 신앙의 힘이었다. 나에게 하나님의 존재를 근본으로 알게 해준 그 전도사님은 “담배를 피우는 것은 하나의 현상에 불과해요. 왜 담배를 피우게 됐는지, 담배의 뿌리가 도대체 무엇인지, 그 죄를 뿌리뽑지 않는다면 오늘 담배를 끊어도, 언젠가 다시 담배를 피울거예요. 담배의 근원을 없애야 해요”라고 조언했다. 그 조언은 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계기가 되었다. 태풍이 지나간 처참함의 심정으로 나는 나의 집에 돌아와, 나의 20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그렇게 나의 30대는 ‘담배와 이혼’으로 시작됐다. 물론, 훗날 그 전도사님은 “하나님을 근본으로 찾고, 하나님이 싫어하는 습관을 버려야죠”라고 말해줬고, 담배와 결별을 선언했다. 담배를 끊자, 나는 새벽이 정말 편해졌다. 담배를 피웠을 때는 일어나면 가슴이 답답하고, 냄새가 나고, 매쾌했다. 단지 새벽에 담배 한모금을 훅 빨아드리는 그 쾌감 때문에 그런 지저분한 냄새도 익숙하게 받아드릴 뿐이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지금에 나는 맑은 공기로 매일매일 행복하게 살아간다. 더불어, 술도 마찬가지다. 술을 마시면서 나는 잃었던 것이 너무 많다. 시간과 돈과 친구를 잃었다. 술을 마시면서 괴로움을 풀려고 친구와 많이 다투기도 했고, 청년시절 한달에 200만원의 큰 돈을 벌었는데, 그 돈을 술마신데 거의 쓰면서 탕진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얼마나 미련하게 살았던 것인지 스스로 반성한다. 뒤늦게 30대부터 나는 내 인생의 삶을 근본적으로 만들려고 도전하기 시작했고, 40대가 되면서 작가로서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2100권의 저서를 출간하고 오늘도 1권의 책을 집필하고 있다. 중독을 벗어나니 좋은 습관으로 내가 벗하게 되었다. 바로 손가락 타이핑으로 책을 쓰는 것이 나의 중독이다. 좋은 습관의 중독현상은 하면 할수록 좋으니,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