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한자칼럼 / 장창훈]=얼마전, 편도선이 부었다. 침을 삼키는데 목이 따끔했다. 음식 섭취의 고통은 사람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방해한다. 행복은 욕구만족을 통해 발생하는 내면의 상태이다.
매슬로의 욕구단계 이론에 따르면, 욕구는 총 5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생리적 욕구로서 생명유지, 의식주의 욕구이다. 2단계는 안전욕구로서 자신을 보호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안전을 추구하는 욕구이다. 3단계는 사회적 욕구로서 가족, 친구, 동료 등과 정서적 관계를 맺고 귀속감을 느끼고 싶은 욕구이다. 4단계는 존중욕구로서 타인에게서 존중받고 싶은 욕구이다. 5단계는 자아실현 욕구로서 능력을 최대한 충분히 발휘하고 싶은 욕구이다.
편도선이 부은 것은 제 1단계 욕구가 방해받은 것이니, 행복의 주춧돌이 불안불안했다. 아픔은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행복은 추구하는 것이고, 지키는 것이며, 울타리를 치고서 행복을 위협하는 누군가를 막아내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나는 나의 행복을 방해하는 소리들을 가급적 듣지 않는다. 그런 소리를 듣지 않아도 나의 삶은 충분히 안정적이므로)
편도선(扁桃腺)은 ‘평평한 복숭아 씨앗’을 말한다. adam’s apple과는 다르다. 편도선은 혀 안쪽에 존재하고 있으며, 복숭아 씨앗처럼 생겼고, 세균의 외부침입을 막는 역할을 한다. 편도선이 부었다는 것은 세균이 침입했다는 증거다. 감기에 걸리면, 편도선이 제일 먼저 붓게 된다. 침을 삼킬 때 목이 아프면, 곧바로 한의원에 가서 침(針)을 맞으면 쉽게 치유된다.
도(桃)는 복숭아 도(桃)이다. 도원결의(桃園結義)는 복숭아 밭에서 결의를 맺은 유비, 관우, 장비를 말한다. 의형제(義兄弟)를 맺고서 중국의 천하통일을 도모했다는 삼국지의 시작점이다. 복숭아 밭에서 의리를 맺듯, 요즘은 까페에서 의형제를 맺는다. 친하게 지내다가 서로 뜻이 맞으면 정보를 교환하고, 새로운 사업을 실행에 옮긴다. 마커 주거버그(페이스북 창립자)도 처음 시작은 그랬다. 모든 시작은 겨자씨처럼 출발하지만, 훗날 세계를 뒤덮는다. 도(桃)속에 그런 의미가 들어있다.
도(桃)는 나무 목(木)과 조짐 조(兆)의 합성으로, 兆는 숫자 ‘조’(兆)를 의미하고, ‘많음’의 뜻이다. 조짐(兆朕)의 뜻도 있다. 갑골문에서 거북의 배껍질에 구멍을 내고 점을 쳤는데, 선분이 갈라지는 것을 보고서 점술사는 해석했다. 요즘 유행하는 타로 점괘가 그와 흡사하고, 손금을 보면서 운명을 해석하는 것도 그와 연장선이다. 요즘 거북점을 본다면,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맹비난을 받을 것이다.
복숭아는 그 발음처럼 ‘복스러운 열매’이다. 생김새도 복스럽고, 씨앗이 거북의 등껍질을 닮았으니 복스럽다. 兆는 ‘많음’의 뜻이 있으니,
열매가 많이 열리는 나무이고, 맛있으니 여기저기 많이 심은 나무이기도 하다. 특히, 兆는 반으로 쫙 쪼개지는 모양이다. 복숭아는 다른 과일과 다르게 반으로 쪼개진다. 사과는 쉽게 잘라지지 않는다. 배도 그렇다. 복숭아는 반으로 쪼개면 잘 쪼개진다.
백도(白桃)는 하얀 복숭아, 황도(黃桃)는 누런 복숭아, 천도(天桃)는 하늘 복숭아이다. 호두도 호도(胡桃)의 변형이다. 오랑캐에서 건너온 복숭아를 말한다. 호두껍질이 복숭아 씨앗과 닮아서 그렇게 붙여진 이름이다.
桃와 비슷한 글자들로, 跳逃挑가 있다. 跳는 발로 뛴다는 뜻, 逃는 멀리 달아난다는 뜻, 挑는 손으로 돋구다는 뜻이다. 뛸 도(跳)는 발을 많이 구른다는 의미로서 ‘뜀’이다. 逃(도망할 도)는 금이 짝짝 갈라지듯이 도망친다는 의미다. 挑(돋을 도, 자극할 도)는 손을 많이 펼치면서 돕는 것이다. 돕는 것은 돋구는 것이고, 돋구는 것은 자극하는 것이다.
여도지죄(餘桃之罪)는 ‘먹다 남은 복숭아를 준 죄’로서, 같은 행동이라도 상대의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다. 한비자(韓非子) 세난편(說難篇)에 나오는 이야기다. 전국시대, 위나라에 왕의 총애를 받던 미자하가 있었다. 어느날, 미자하는 어머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급해서 허락을 받지 않고 왕의 수레를 타고 다녀왔다. 허락을 받지 않고 왕의 수레를 타면 월형(刖刑_발뒤꿈치가 잘리는 형벌)을 당했다. 왕은 미자하 소식을 듣고 오히려 효심을 칭찬하며 “월형을 두려워하지 않는 효심이 지극하다”고 칭찬했다.
또, 어느날 미지하는 복숭아를 먹다가 너무 맛있어서, 먹던 복숭아를 임금에게 바로 줬다. 임금은 그 복숭아를 기뻐하면서 “얼마나 맛있으면 제가 먹을 것을 나에게 주다니”라고 좋아했다. 세월이 흘러서 미자하의 아름다움이 사라졌고, 왕의 총애가 다른 사람에게 옮겨갔다. 미지하가 사소한 잘못을 저질렀는데, 왕은 그 미자하를 보며 과거를 회상하면서 “당장 중벌을 내리라. 옛날 왕의 수레를 몰래 탔던 전과가 있고, 먹다 남은 복숭아를 과인이 먹게 했던 죄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내용은 같은 사건도 사람의 마음상태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