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한자칼럼 / 장창훈]=손없는 날, 이사할 때 반드시 고려한다. “일손이 없는 날”이니, 미리미리 좋은 날을 선점한다고 ‘손’을 생각한다. 어림도 없는 착각이다. 그 손이 아니다. 여기서 손은 손해(損害)와 관련있고, ‘신’, ‘귀신’과 관련있다. 어찌보면 고유미풍양속이라고 할 수도 있고, 또 어찌보면 미신(迷信)이라고 할 수도 있다.
損은 손(扌)과 원(員)으로 되어있다. 員은 돈이다. 옛날 조개중에 호주 근방에서 잡힌 진주조개가 패물로 활용되었다. 員은 진주조개에 약간의 구멍을 내서 돈으로 사용했다. 貴는 員의 꾸러미로서, 돈꾸러미는 귀하다는 말이다.
員은 돈이고, 사람이다. 여기에 사람 손(手)이 합쳐졌다. “돈을 받는 손”을 뜻한다. 돈을 걷는 사람은 소금쟁이같은 세금쟁이들이다. 관리들이 주로 그 일을 했다. 損이 ‘줄이다, 덜다’의 뜻이 생긴 것은 상대적 의미가 강하다. 돈을 내면, 돈을 낸 사람은 ‘줄어들고, 덜어짐’을 당한다.
여기에다가 ‘귀신’의 의미가 더해졌다. 돈에도 신이 있다고 믿은 옛날 사람들은 損은 ‘돈신’으로 생각했다. 돈신은 돈을 잡아먹으니, 돈신이 활동할 때는 무슨 일을 하면 화를 당했다고 생각했다. 돈을 계속 쓰게 하는 그런 귀신이 돈신이다. 이사가는 날, 돈신이 활동하고 있으면 이사하고서 계속 불행이 찾아든다고 믿은 것이다. 참, 어이없는 생각이지만, “돈신”을 빼고 생각해보면, 이사하는 날은 한가한 날로 잡는 것이 옳다. 집안에 제사가 있거나, 행사가 있는 날에 이사하는 사람은 없다. 손없는 날은 그처럼 각 개인마다 다른 것이다. “손있는 날”은 다른 말로 “손님있는 날”을 뜻한다. 손님있는 날에는 손님 대접을 해야하니, 손님없는 날에 이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손님은 ‘손’의 존칭이다. 여기서 “손”은 “損”이다. 돈신은 손님과 함께 와서, 돈을 쓰게 하니, 이런 손님은 대접하면 돈이 된다. “손”은 돈을 쓰게 하는 그런 귀신으로, 사람들이 만들어낸 일종의 무속신앙이다. 損이 쉰다는 날짜는 9일, 10일, 19일, 20일, 29일, 30일이다. 사람은 주5일제로 토요일과 일요일에 쉬고, 損이라는 귀신은 9일과 10일에 쉰다고 하니, 1달에 쉬는 날짜는 서로 비슷하다. 토요일과 일요일중에서 9일과 10일이 오면 그때는 귀신도 쉬고, 사람도 쉬니, 손없는 날로 이사하기에 좋은 날이다.
과연 이것이 합리적 사고인가? 살펴야할 것은 이사하기에 적합한 경제적 사정인가, 이사할 곳은 살기에 적당한가, 이사할 포장이사는 믿을만한가, 등등이다. 손님이라 불리는 귀신을 신경쓸 것이 아니라, 요즘 갑질하는 포장이사들의 횡포를 더 조심해야한다. 손없는 날에 이사한다고 손해가 없는 것이 아니다. 손해는 항상 존재하고, 이익도 항상 존재한다.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는 미혹(迷惑)은 합리적인 판단력을 흐리게 할 뿐이다. 하늘에 먹장 구름이 끼면 비가 내리듯 비합리적 사상에 머릿속에 들어오면 그것이 오히려 손해를 발생시킨다. ‘손없는 날’이 존재한다는 그 생각이 바로 ‘손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손없는 날’의 어절은 우리말에 깊게 뿌리내렸으니, 그 말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누군가 ‘손없는 날’을 거론했다면, 그것은 ‘손해없는 날’을 의미하고, 한발짝 더 나가서 ‘손님없는 날’까지 해석하면 좋다. 손님없는 날은 곧 ‘손’(損)이라 불리는 돈신이 활동하지 않는 날이기도 하다는 미풍양속을 기억하면, 사람과 대화할 때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