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 곳에서 땅의 호흡을 발바닥에서 느낄 수 있어요. 바람의 속삭임이 마음의 귓가에 들여오지요. 새들도 이제 친구가 되어서 자연의 품이 모태가 되는 신령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바로 진정한 순례자로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죠 / 본문중에서
장한평 스타벅스에서 선미라 박사와 인터뷰는 30분 후 즈음 흥미로워졌다. 선미라 박사가 선택한 인터뷰 테이블은 창가쪽이었다. 나는 당연히 커텐을 내렸더니, 선 박사는 손을 젖는다.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의 교과서가 생각났다. 알렉산더 대왕으로 기억한다. ‘햇빛을 가리지 말아달라’고 부탁받았던 그 역사적 사건. 선 박사가 손을 휘젖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햋빛이 얼마나 좋은데요? 지하철타고, 자동차로 이동하고, 건물속에서 하루종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햇빛은 곧 생명이예요. 이쪽으로 비스듬히 앉아서 햇빛을 느껴봐요. 빛은 물보다 좋아요. 햇빛을 많이 맞아야 건강에 좋아요. 마음건강에도 좋구요.”
나는 벽쪽으로 바짝 붙어서 햇빛을 피해보려고 애썼는데 선 박사는 온몸에 햇빛의 조명을 받고 있었다. 그게 늘 익숙하게 살았던 평소 삶의 습관인 것 같았다. 단군왕검의 어머니였다는 곰여인도 ‘햇빛없는 동굴’에서 인내롭게 버텼는데, 햇빛을 좋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데도…..
선미라 박사의 햇빛사랑은 알고보면 ‘자연주의’로 귀착된다. 문화(文化)란 사람의 손이 개입한 모든 것으로 정의된다면, 자연(自然)은 본래 본질의 모습을 의미한다. 선 미라 박사는 “우주와 자연과 사람은 대등한 관계다. 크고 작은 개념은 어디에도 없다. 모두 각각의 개성과 특성과 색깔로서 대등한 평등관계로서 존재한다. 사람이 만든 사회조직은 등번호판의 계급이 존재하지만, 우주와 자연에는 어떤 계급도 없고, 평등과 평화만 있을 뿐이다. 해도 달도 별도 사람도 모두 각자의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각각 스스로 아름다운 존재체이다”고 설명한다.
기호학이나 순례에 대한 선미라 박사의 학설은 한국문화에는 상당히 생소할 수도 있어 보인다. 왜냐면, 대기업을 지향하고, 인류대학을 목표로 진학과 진로탐색을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조직보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도록 권유하는 것은 ‘추상적 진로탐색’으로 비쳐질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 박사의 학설은 매우 타당하고, 학생들의 진로탐색과정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순례의 목적은 하나예요. 모태의 평화로 귀환이예요. 그렇다고 어머니 뱃속으로 우리가 들어갈 수는 없잖아요. 자연과 일체됨으로 새로운 모태를 마음으로 경험하는 것이죠. 순례는 곧 나를 찾는 여행이고, 그러한 여행을 통해서 자연과 일체되는 성스러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순례자가 걸어가는 길은 성자들이 걸었던 길들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의 추억과 조상들의 얼이 묻은 문화유적지가 될 수도 있어요. 장소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마음가짐이예요.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기로 결심하고, 빵을 조금 먹으면서 배고픔을 통해 남의 배고픔을 이해하고, 지구공동체에서 어디선가 배고파할 인류의 고통을 나누는 것이죠. 우주와 자연과 인간이 서로 대등한 관계로서 하나라는 것을 느끼기까지 맨발로 걸으면서, 고통의 좁은 길을 걷다보면 가장 낮은 곳에서 땅의 호흡을 발바닥에서 느낄 수 있어요. 바람의 속삭임이 마음의 귓가에 들여오지요. 새들도 이제 친구가 되어서 자연의 품이 모태가 되는 신령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바로 진정한 순례자로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죠.”
선 미라 박사에 따르면, 길(way)을 걷는 것은 3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첫째, 길을 따라 관광하는 것. 둘째 길을 따라 교육을 목적으로 문화탐방을 하는 것. 셋째 길을 따라 스스로 길이 되어서 순례를 하는 것이다. 순례는 곧 나의 길을 걷는 정신적 혁명이고, 나와 자연을 일체시키는 마음의 여행인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괴롭히는 것은 사회 부조리예요. 힘이 세다고 약자를 괴롭히는 것이 정의는 아니죠. 가진 자가 없는 자를 누르는 것은 옳지 않아요. 자연에는 착취도 없고, 지배도 없어요. 해가 달을 시샘하지 않고, 달이 별을 방해하지 않아요. 별들은 서로에게 빛을 비쳐주지요. 해는 해의 위치에서, 달은 달의 위치에서, 별은 별의 위치에서 모두 아름다운 거예요. 우리의 앞선 성자들이 순례길을 만든 목적은 사회의 부조리를 없애는 마음의 좁은 길을 발견하려고 했던 것이죠. 성자들은 모두 말해요. 사회의 부조리는 사회제도보다는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시기심과 사악함과 불평 불만들이 사회갈등의 근본원인이죠. 이것을 없애기 위해서 우리는 순례길을 따라 순례자가 되어서 배고픔과 갈증과 고독과 지침을 통해서 자신을 다스리는 지혜를 터득하게 돼죠. 순례자가 된다는 것은 바로 우주와 일체되어 우주의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예요. 모태속에서 우리가 가장 행복한 평화를 경험했듯, 우주와 일체되는 그 순간 모태의 평화가 마음속에 다시 찾아오게 되죠. 그래서 순례자들은 고통을 기꺼이 맨발로 걸어갑니다.”
인터뷰가 물흐르듯 흐르면서 나도 제법 햇빛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3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