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간은 대략 2시간, 나는 거의 받아쓰기에 오른손이 마지막을 향해 뛰고 있었다. 말은 물처럼 흘렀다. 오랫동안 축척한 지식의 창고에서 경험과 함께 맛있게 비벼진 다양한 순례길의 설명은 유럽, 중국, 미국, 아시아와 각 국가별 지역 특유의 문화에 따라 다양하게 달라지므로, 1년이 걸려도 시간은 부족할 것이다. 선미라 박사의 설명은 ‘프랑스 세느강’까지 흘러갔다.
“바이킹이 오면 약탈했던 곳이 바로 세느강이죠. 파리는 말 그대로 파리날리는, 아주 못사는 동네였어요. 바이킹은 2명이 한 조가 되어서 빠르고 날렵한 작은 배를 타고서 앞에는 도끼를 든 해적이, 뒤에서는 노젖는 해적이 돌진해서 쳐들어왔던 곳이 바로 세느강이예요. 늘 당하고, 뺏기고 바보처럼 살던 파리 시민들은 뺏기지 않으려고 경험에서 지혜가 발달하지 않을 수 없었죠. 사람이 죽으면 묻는 곳,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바로 세느강이었어요. 가장 추악한 악취가 모여있던 우범지대였죠. 이곳이 지금은 모든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어요. 바로 순례자들이 흘러 흘러 이곳까지 왔기때문이죠. 순례자들의 발길이 머무는 곳은 그곳이 어디든, 쓰레기가 쌓여있든 어떻든 세계적 보물단지가 됩니다. 순례자들이 찾아오면서 파리 시민들은 세느강을 청소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환경을 변화시키면서 지금은 세계적 관광명소가 된 것입니다. 순례는 곧 새로운 세상을 여는 열쇠랍니다.”
선미라 박사는 한국 최초로 ‘순례단’을 만들었다. ‘베풀선 보성선씨 성지순례단’이다. 이 순례단은 선(宣)씨의 뿌리를 찾는 순례여행으로서, 현존하는 선씨 어르신들을 자연스럽게 찾아다니면서 가문중심의 공동체 구축에 상당히 긍정적 영향력을 줬다. ‘뿌리를 찾는 여행’이 사실은 ‘자신을 찾는 여행’이 되었고, ‘우리의 공동체’를 만들어준 것이다. SNS를 통해서 결성된 이 순례단은 앞으로 각 성씨마다 확산되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선(宣)은 모자(帽子)과 해(日)와 땅(一)이 합쳐진 글자로서, 하늘의 태양빛이 모든 집에 들어왔다는 의미이다. 집은 곧 국가이며, 집합체이며, 모임이며, 사회를 상징한다. 하늘의 태양과 땅과 땅위의 사람의 집단을 형상화한 글자가 ‘宣’이며, ‘베풀다’는 뜻은 태양빛을 의미한다. 햇빛은 ‘베풀기’와 ‘나눔’의 상징체이다.
“현대는 조직사회에 속해서 수레바퀴처럼 직장과 집을 반복하는 구속의 삶을 살고 있어요. 이러한 굴레는 인간의 제도가 만든 감옥이죠. 마음이 갇혀서 자유롭지 못한 영혼이 자유를 찾기 위해서는 우주라는 거대한 모태를 느낄 수 있어야해요. 그게 바로 순례여행입니다. 보성 선씨 순례단 단장으로 활동하면서, 전국의 선씨 뿌리를 찾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나를 다시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고 모두가 행복해 했어요. 순례는 삶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기를 찾게 하고, 자유를 찾은 각자는 다시 삶의 일상으로 돌아가서 더 멋진 인생을 살도록 하죠. 똑같은 반복의 일상을 새로운 차원으로 살게 해주는 삶의 활력소가 바로 순례라고 보면 됩니다. 새롭게 눈을 뜨면 직장생활도 더 멋지게 하게 돼죠.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자신의 개성적 빛을 발하면서 순례자의 영혼이 되어서 살 수 있답니다. 모두가 순례자가 된다면 저 밤하늘의 별들처럼 인류 전체가 평화공동체가 되어서 핵폭탄이 없는 이상세계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 순례는 세계평화로 나아가는 아름다운 행진입니다.”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할 곳도 인간의 마음속이다.
Since wars begin in the minds of men, it is in the minds of men that the defence of peace must be constructed
– 유네스코 헌장
선미라 박사는 유네스코 헌장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할 곳이 바로 ‘마음속’이라는 것, 그 마음속에 평화의 방벽을 세우기 위해서는 ‘기존의 잘못된 무질서의 성벽’을 무너뜨려야하고, 그것은 인간의 탐욕과 욕심과 시기와 질투와 이기심 등이다. 그것이 무너진 곳에 평화의 방벽으로서 ‘순례자의 정신’을 세운다면, 인류평화는 마음속에서 출발해서 이땅에 온다는 것이 순례자의 정신이다.
인터뷰를 모두 마치고,나의 집무실에서, 기록한 인터뷰 노트를 정리하면서 순례자의 길을 떠나는 것은 내가 크리챤으로서 ‘진실한 사랑의 크리스챤’으로 나아가는 것이 순례자의 좁은길이라는 생각에 도착했다. 순례길은 결국 나의 마음속에 있고, 순례의 눈을 뜨는 그 순간 나는 순례자가 되어서 일상의 좁은 길에서 순례길을 걸어갈 수 있음을 깨달았다. 별이 된다는 것은 결국 나의 결정이며,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출발한다. 이상으로 3편의 순례자와 여행을 마친다.
지금은 낮(晝)인데, 웬지 마음속에 별빛이 빛나는 느낌을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