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드라마 비평]=상대방의 약점을 파악해서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박유하는 병원 후원금을 받기 위해서 갤러리 관장을 섭외했는데,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갤러리 관장이 좋아하는 사람이나 선물을 앞세워서 지원금을 받아내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예감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착오였다. 갤러리 관장의 마음이 상해버렸다. 마치 미끼를 던져주고서 낚시를 덥석 물 것으로 판단했는데, 그것이 미끼라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다. 의도적인 접근은 모든 사건에서 좋지 않다.
갤러리의 문제점을 다시 파악한 박유하는 경쟁하는 갤러리가 같은 주제로 오픈식을 하는 것을 알면서, 차라리 ‘시간’까지 같게 해서 오픈하도록 제안한다. 정덕현 박사의 히포크라테스의 봉사정신을 정은태 교수와 접목해서 ‘봉사와 희생의 대명사’로서 갤러리 홍보를 하도록 한 것이다. 박유하는 정은태 교수가 기자회견 불안증세가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상황이다. 기억 트라우마이다. 만약, 갤러리 관장이 OK를 한다면, 정운태 교수는 기자들을 공개적으로 만나야만 한다. 정운태 교수에게 불안을 일으키는 공포의 대상은 바로 기자들이다. 치명적 단점인데, 박유하는 전혀 그것을 모른다. 박유하는 기자들을 상대하는 것에 상당히 능수능란하다. 서로가 보완적 관계인 것이다. 예술가의 품위있는 과시욕을 슬며시 건들어서, 병원 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분위기는 만들었는데, 이제 어찌 될지는 갤러리 관장의 결정에 달렸다.
박효섭과 이미연의 관계도 순탄치 않다. 빌딩주라는 사실을 알았으나, 상가 재개발을 하려던 그 여사장이라는 사실은 숨긴 이미연은 나중에 그 사실까지 밝혀졌다. 박효섭은 이미연의 재산이 부유하다는 것이 그다지 문제가 되질 않았다. 왜냐면 이미연의 돈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그렇다. 그런데, 이미연이 남의 큰 빚을 덦거 갚아주는 모습을 보면서, 박효섭을 마음을 바꾸게 된다. 둘은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네게 맞춰야할지, 네가 내게 맞춰야할지, 맞추다가 무덤에 가겠다” (박효섭의 독백)
황혼이혼이 급증하는 요즘, 황혼결혼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결혼은 서로 묶는 것인데, 이미 살아온 삶의 경륜과 습관이 있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서로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데, 해줄 수 있는 것이 있고 해줄 수 없는 것이 있다. 실제로 박효섭은 구두방을 계속 하면서 살고 싶고, 이미연은 그곳을 싹 없애버리고 싶다. 재개발과 전통보존은 같이 존재할 수가 없듯이 박효섭과 이미연은 서로 다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산다는 것은 비극의 시작일 수도 있다. 박효섭은 그 불안을 깨달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