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딕션은 구사법을 말한다. 말하는 전략에는 2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표현력의 문제다. 표현력이란 어떤 어휘를 선택할 것인가? 어떤 문장구조로서 말할 것인가? 어떤 비유를 통해서 설명할 것인가? 논리전개를 어떻게 펼질 것인가? 표현력을 결정하는 문제이다.
둘째, 표현방법을 결정했다면 이제는 표현하는 것이다. 표현은 곧 발음이다. 언어는 말로 발음하면서 화살이 활을 떠나서 과녁판에 맞듯이 꽂히는 거이다. 영어발음에서 중요한 요소는 높낮이, 연음, 끊어읽기, 리듬감 등등이다. 이러한 모든 요소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뤄야만 표현하려는 내용이 듣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정치학을 공부하고, 외국에서 학식을 쌓으면서도 별도로 스피치학원을 다니는 이유는 지식을 말로 전달해야하는 실력을 키위기 위해서이다. 아무리 지식이 뛰어나도 그 지식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정치인으로 자질이 부족할 것이다. 정치인은 말로서 자신의 사상을 전달하는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에게 표현법은 곧 실력이다.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입의 혀인데, 입의 혀가 어눌하게 말을 하면 호소력이 약해서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게된다. 발음은 곧 소통이며, 표현력은 사람을 얻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말은 부정적인 의미가 있다. 말이 많으면 시끄러운 깡통같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큰소리로 말하면 깡패같다는 핀잔을 듣는다. 침묵은 금이라는 속담도 ‘말’에 족쇄를 채우는 앞잡이다. 입이 있다는 것은 말을 하기 위해서이다. 말을 하려면 정확한 표현으로 발음하는 훈련을 별도로 해야만 발음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영어를 배우려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영어로 말하려면 영어로서 제대로 발음해야만 영어를 알아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딕션에는 9가지 요소가 존재한다. 이 부분은 나중에 구체적으로 거론하기로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표현력과 발음을 포함해서 ‘핵심을 말하는 것’이다. 아무리 유창하게 말하고, 물이 흘러가듯 영어로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연설의 핵심이 뚜렷하지 못하다면 전달력이 없는 것이다.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도대체 뭔지 늘 연설의 목적이 분명해야한다. 대화도 마찬가지다. 목적이 분명하지 못한 영어대화는 재미가 없다. 화살을 쏠려면 과녁이 정확해야한다. 칼을 뽑았으면 뽑은 목적이 분명해야지 그냥 생각없이 표현의 칼을 뽑으면 안되는 것이다.
우리말에 ‘정곡을 찌른다’는 말이 있다. 딕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정곡 찌르기’이다. 발음의 목적도, 표현의 목적도 결국 ‘핵심’을 제대로 발음하는 것이다. 핵심을 제대로 말한다는 것은 말하는 사람의 성격과 상관있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강속구를 던질줄 알아야 뛰어난 투수이듯, 카르스마가 있는 언어구사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의 표현력은 호소력이 짙다.
스피치에 강한 정치인을 꼽으라고 한다면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정동영 국회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김경제 정치인이다. 반면 스피치에 약한 정치인을 꼽으라면 영어로 말할 때 반기문 사무총장, 안철수 국회의원, 손학규 국회의원 등등이다. 모두가 뛰어난 학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발음과 표현을 통한 딕션의 기술이라서, 지식과 전혀 다른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40년된 독수리가 새로운 깃털과 새로운 발톱과 새로운 부리를 얻기 위해서 과거의 것들을 모두 뽑는 고독한 투쟁의 훈련을 하지 않는다면 쉽게 얻을 수 없는 ‘딕션의 깃털’이라고 할 것이다. 책을 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딕션이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고서 그 부분을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딕션에 대해서 말하자면, 목소리가 우렁차다고 해서 호소력이 짙은 것도 아니고, 말하는 것이 잔잔하다고 해서 말을 못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목소리가 차분하고 잔잔하다. 그런데 목소리 톤이 옆에서 속삭이듯 부드럽게 말하니까 시민들의 마음속에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다. 호소력이 짙게 말하는 것이 바로 딕션의 훈련이다. 박원순 시장은 본인의 학식을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아는 사람이다.
너무 거창하게 말한 것 같다. 그냥 편하게 말하자면, 딕션은 컵라면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보가 넘쳐난다. 컵라면에 면(麵)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 열정도 모두 가지고 있다. 지식의 면발과 뜨거운 열정으로 말을 하는데 그 호소력이 약한 것은 ‘스프’가 빠졌기 때문이다. 그 스프가 뭔지는 본인이 깨닫고 그 단점을 보완하는 자가 딕션의 컵라면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스프없이 라면을 먹는 것은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딕션없는 연설은 스프없이 끓인 라면을 먹는 것과 똑같으니, 모두 딕션의 중요성을 다시금 자각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