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과 사람의 소중함
子曰 : “人而無信, 不知其可也. 大車無輗, 小車無軏, 其何以行之哉?”
자왈 : “인이무신, 불지기가야. 대거무예 소거무월 기하이행지재
공자가 말했다. 사람이 믿음이 없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큰 수레가 멍어걸이가 없고, 작은 수레도 멍에걸이가 없다면 어찌 운행할 수 있는가?
“믿음”은 사람의 관계, 소통의 핵심이다. 공자의 핵심사상은 ‘인’(仁)이다. 공자의 모든 사상을 압축하면 곧 인인(人仁)이다. “사람은 착해야한다”는 의미다. 人은 시옷이며, 두 발로 서있는 모양이며,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의지하는 모습이다. 사람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仁은 2사람을 뜻한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만나면 반드시 ‘어진 마음’이 있어야한다. 어진 것은 곧 딱풀이며, 부드러움이다. 종이 2개가 딱 붙는 것은 딱풀이 있어서다. 사람과 사람도 서로 떨어져 있지만, 서로에게 어진 마음이 있으면 부드럽게 연결된다. 이것이 바로 소셜의 딱풀이다. 어진 마음은 곧 소통의 접착제다.
왜 상대를 믿지 못할까? 그것은 자신에게 믿음이 없어서 그렇다. 물로 아무리 종이칠해도, 종이는 붙지 않는다. 종이에 물칠을 하면 종이는 망가진다. 종이에 풀칠하면 종이는 붙는다. 믿음은 곧 풀칠이다. 내가 풀처럼 어질어야한다. 믿음은 곧 내가 나를 믿는 마음이며, 자신의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언행일치(言行一致)가 곧 믿음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성경에서는 진리를 듣고 행하라고 했다. 그것이 믿음의 사람이 되는 방법이다.
선미라 기호학 박사는 인류문화 전문가이다. 얼마전, 나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일본인들의 우수성과 취약성에 대해 말해줬다. 일본인들은 3년이 지나면, 3년 1일에 바뀐다는 것이다. 유럽과 일본이 만약 MOU를 맺으면, 3년동안 일본은 유럽에 무릎을 꿇고 배운다. 그렇게 3년동안 무릎을 꿇고, 3년 1일이 되면 당당히 일어서서 상대를 무릎 꿇리는 것이 일본의 습성이라는 것이다. 배웠으면 그 배움의 감사를 잊지 말아야하는데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문화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은 우리나라의 전통사상이다. 널리 인간의 관계를 이롭게 한다고 해석하는데, 일본인들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라고 해석한다. 둘의 해석이 같은 것 같아도 전혀 다르다. 間에 대해 일본인들은 간과한다. 사람은 혼자서 사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사람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간다. 사람이 태어나면, 맨 처음 눈을 마주치는 그 사람, 바로 어머니다. 처음으로 하는 말이 ‘엄마’다. 스스로 걸음을 배운 아이는 아무도 없다. 스스로 말을 배운 아이도 전혀 없다. 모두 어머니를 통해서 걷고 말하고 살아간다. 이것이 곧 관계이다. 자식과 어머니, 나와 동생, 왕과 신하, 스승과 제자 등은 사람과 사람이 맺는 인간사회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간’(間)에 익숙하다. 人보다 間에 익숙한 것이 바로 공자의 인(仁) 사상과 같고, 결국 성경의 진리와 맥이 통한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을 가장 사랑하고, 네 몸처럼 이웃을 사랑하라”고 했다. 나와 하나님의 관계, 나와 이웃의 관계, 모두 間에 해당된다. 이사야서 11장에서도 하나님은 이상세계를 이루는데, 동물처럼 성질이 사나운 인간들이 서로 사이좋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든다고 되어있다. ‘사이좋게’가 바로 ‘관계적 소통사회’인 것이다.
“바람이 불어야 꽃향기가 날리죠!!”
선미라 박사가 내게 말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역시 기호학 박사로서 지구행성을 순례의 여행지라고 표현한 그녀답다.
콜롬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카카오를 발견하고, 이후 카카오는 유럽에 직수입되었다. 사람들은 카카오 나무를 유럽에 가져와서 정성을 다해 심었는데, 열매가 열리지 않았다. 아무리 연구해도 알 수가 없었다. 아메리카에 있던 그 카카오 나무와 동일하게, 기후조건도 똑같이, 아메리카보다 더 청결하게 재배환경을 유지했는데, 카카오 열매가 열리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더럽게 보였던 카카오 나무의 잎들과 벌레들이 사실은 카카오 열매를 맺게 하는 일등공신이었다. 모든 것을 청결하게 했으나 그것이 오히려 카카오 열매를 맺지 못하게 한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그처럼 불편함으로 서로의 유익을 줄 때가 많다. 카카오 나무가 열매를 맺는데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벌레들, 지저분한 잎들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때론 부담스러움, 때론 원치 않음, 때론 거부감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성경에서는 이런 상황을 “오른 뺨을 때리면 왼뺨을 때리게 내어주고, 5리를 가자고 하면 10리까지 동행하고, 5만원을 꾸면 10만원을 거저 줘라”고 권면했다.
바람이 불어야 꽃향기가 날리는 것이다. 세찬 바람이 불어야 돛을 높이고 보물섬을 향해 출항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 내가 무엇을 얻을까에서 내가 무엇을 베풀까로 인식의 전환이 있으면, 모든 것이 편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