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인물인터뷰 / 한다연 아나운서]
“음악에는, 노래에는 어떤 장애도 없었어요. 눈물과 갈채와 감동과 그리고 함께 어울어진 열정만 있었습니다. 그날의 감흥은 지금도 제 마음을 흔듭니다. 무대와 청중이 하나로 어울어진 그 행사가 있기까지, 김소당 회장님을 비롯해서 함께 한 모든 분들이 고맙습니다.”
8년째 MC의 길을 걷고 있는 한다연 아나운서와 인터뷰를 가졌다. 긴 손가락에 힘줄이 솟을 정도로 열정을 가진 그녀는 지난 10월 2일 개최된 ‘제2회 충청남도 장애인 합창대회’에 대해 설명했다. 한다연 아나운서가 직접 사회를 맡았다. 감동은 무대위에서, 무대밑에서 모두 동일한 법이다. 무대밖에서 그때를 회상하면서 여전히 뜨거움을 갖고 있는 그녀의 고백을 들으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굴레가 얼마나 부당한지” 느끼게 되었다. 체형관리 전문용어로 비유하면, 그녀는 소통의 관절로서 무대와 객석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하나로 어울어지는 행사가 되도록 인내로서 견뎠다. MC 그 자체가 좋아서, 어울림을 즐기는 특유의 재능이 있었다.
“출연팀이 올라올 때마다 저는 무대 옆에서 전체를 보았어요. 그때 그 광경은 지금도 뭉클합니다. 모든 정성으로 갈채를 보내고, 진심을 담아 환호하고, 춤을 추고, 울고, 웃고, 객석과 무대가 정말로 하나로 어울어지는 모습이었어요. 영혼이 느껴지는 그날의 행사를 보면서, 무감각의 삶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깊게 느꼈습니다. 시각장애인 할머니 한분은 보이지 않는데도, 제 말을 듣고서 온 몸으로 반응을 보이시는데, 그 모습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예요. 순수의 열정 그 자체였습니다.”
감동(感動)은 느낄 감(感) 움직일 동(動)이다. 마음의 움직임이 곧 감동이다. 마음없이 움직일 때는 ‘영혼없는 몸짓’이다. 형식적으로 박수를 치거나, 기교로만 노래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모든 예술은 마음에서 솟구치는 것이다. 눈도, 귀도, 지체도 결국 보여지는 신체의 근육일 뿐이다. 모든 근육은 신경이 움직이고, 말초신경은 중추신경이 다스린다. 신경이 곧 마음의 핵심이다. 마음이 함께 한다면, 신체의 부자연스러움은 ‘작은 장애물’에 불과할 뿐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도 실상 인식의 편견일 뿐, ‘할 수 있음’과 ‘할 수 없음’, ‘가능성’과 ‘불가능’으로 구분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두 손과 두 눈과 두 귀가 있으나 마음이 없어서 환호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부자연스러운 지체를 가지고서 마음의 열정을 다해서 온 몸으로 환호하는 사람이 있다. 결국, 예술은 사람이 살아가는 문제일 뿐이다. 지체는 사소한 수단일 뿐이다.
“김소당 회장님이 평소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삶으로 실천하시고, 장애인을 위한 문화예술학교도 운영하시고, 소외된 이웃과 홀몸 어르신을 진심으로 돕는 선행을 실천하고 계신데, 좋은 인연으로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되어서, 이 사회를 보다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인식의 눈을 새롭게 뜨게 되어서, 이번 행사를 통해서 제가 너무 큰 감동을 받고, 삶의 에너지를 얻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장애인(障碍人)은 막을 장(障) 막을 애(碍) 사람 인(人)이다. 꽉 막힌 사람이 바로 장애인이다. 인신의 편견을 가진 사람은 인식의 장애인이다. 눈이 안보이는 것보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비관론주의자는 인식의 장애인이다. 편견보다 무서운 장애가 또 어디에 있을까? 모든 것을 가졌으면서 불평하는 자와 보다 덜 가졌으나 행복한 자가 있다. 누가 장애인가? 무대와 객석이 하나로 어울어지도록 소통의 관절이 된 한다연 아나운서의 재능도 참으로 귀하고, 장애인 협회를 통해서 사회와 어울어지도록 ‘소통의 문’이 되어준 김소당 회장의 역할도 참으로 중요할 것이다.
“사회는 평소 어떤 마음으로 보시나요?”라고 내가 물었다.
한다연 아나운서가 대답했다.
“저는 10명이든, 100명이든, 500명이든 모두 소중한 무대라고 생각해요. 무대는 청중이 주인공이예요. 청중이 없다면 무대도 없고, 출연진이 없다면 사회자도 필요없죠. 무대를 보기 위해 모인 청중에게 저는 진심을 담아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무대가 크든, 작든, 그 현재의 시간에 최선의 열정을 쏟아 붓습니다. ‘나를 따르라’는 일방적인 사회는 거부합니다. ‘우리 모두 함께’의 마음으로, 제 가족이 출연했고, 제 친구들이 객석에 왔고, 동생들이 보고 있다고 항상 생각하고서 진정성있게 말하고, 화답하고, 소통하는 사회를 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항상 출연팀의 편이 되어주고, 청중의 편이 되어서 그 마음을 알아주려고 귀 기울이며 사회를 보려고 해요.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배워야해요. 매번 무대에 설 때마다 무대와 객석이 저를 가르치는 배움의 공간입니다.”
1시간 남짓 긴 인터뷰가 끝났다. 이틀전 행사에서 받은 그 감동의 전율을 인터뷰 내도록 전해준 한다연 아나운서의 말을 들으면서, ‘소통의 소명’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고귀한지 깊게 느끼게 된다.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항상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사회(司會)의 책임을 다하는 한 사람을 통해 사회(社會)를 보다 따뜻하게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