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의학칼럼 / 장창훈]=노화(老化)는 ‘늙어감으로 변화’이고, 굽어짐으로 변화다. 老는 등이 굽고 지팡이를 집고 있는 노인이다. 굽었다는 것은 펴지 못하는 것이고, 관절이 굳고, 근육이 퇴화한 상태다. 근육운동을 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다.
노화는 언제부터 시작할까? 운동을 하지 않는 관절에서부터 시작된다. 체크해보자. 가만히 있는데 목이 자꾸 앞으로 구부러지는가? 거북목처럼 길게 나와서 힘든가? 굽어진 경추는 노화현상이다. 본래 목은 사통팔달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거북목은 오직 앞쪽으로만 길게 나와 있다. 그래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 매우 불편하다. 노화는 한쪽 방향으로만 기울어지는 현상이다.
목이 굽듯이, 허리가 굽었다면 그것은 이미 노인이 된 것이다. 가장 크게 휜 상태다. 이 정도로 진행되었다면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다. 허리를 굽혔다가 펴고, 등을 뒤로 휘는 운동을 하루에 3번씩만 했어도 등은 굽지 않는다. 사용하지 않는 근육은 녹슨 철사처럼 쓸모가 없어지는 법이다. 남북의 휴전선도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으니, 이제 폐기물이 되었다. 평화의 시점이 온 것이다. 쓸모없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 그와 같이 허리를 받쳐주는 근육을 너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니, 그대로 굳어버린 것이다.
발가락과 손가락도 체크해보자. 주먹을 쥐어보자.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엄지 손가락을 주먹에서 분리하게 해보자. 그냥 분리되면, 엄지 손가락에 힘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이것도 노화의 중요 증상이다. 늙지 않으면, 관절이 자유롭게 강하게 움직이지만, 늙으면 관절의 가동범위가 좁아진다. 한쪽 방향으로 굽어지는 것이 노화이듯,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도 노화다. 노화는 관절의 가동범위가 현저하게 줄어든 증상이다.
노화의 시작점은 다양성을 잃은 데서 발생한다. 관절은 사방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가동범위가 관절마다 다르지만, 만져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가령, 손가락의 관절 범위는 앞과 뒤, 그리고 좌우로도 약간 움직인다. 앞쪽으로는 90도 구부려지고, 뒤로는 20도 정도 구부러지고, 좌우로 5도 정도 구부러진다. 이러한 관절운동이 안되면 그것은 노화현상이다.
손목은 앞으로(밑으로) 90도, 위로 90도, 좌우로 45도가 구부러진다. 이렇게 안되면 그것도 노화다. 안되는 이유는 모두 있다. 관절을 만져보면 아프거나, 관절을 이어주는 인대에 염증이 있는 것처럼 통증이 느껴진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관절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고, 그래서 손에 힘이 없다. 손에 힘이 없으니, 몸 전체에 힘이 없다. 노화현상의 전형적 증상이다.
발의 노화는 엄지 발가락에서 시작한다. 서있는 상태에서 엄지 발가락에 힘을 줘보자. 누군가에게 엄지 발가락을 땅에서 분리하도록 해보자. 만약 분리되면, 엄지 발가락에 힘이 없는 것이다. 서있는 것은 엄지 발가락이 땅을 지탱하는 것인데, 그냥 떨어진다면 엄지 발가락은 그냥 형식적으로 있을 뿐이고, 모든 힘은 발뒤꿈치와 엄지 발가락 밑의 관절에서 받고 있다. 엄지 발가락에 힘이 없다는 것은 엄지 발가락에 있는 관절이 노화되었다는 것이다.
엄지 발가락은 손의 주먹처럼 마지막 관절이 직각으로 굽어질 수 있어야한다. 굽어질 수 없다면, 발에 힘을 쓸 수가 없다. 걸을 때는 발을 앞으로 뻗는 힘이 필요한데, 이때 엄지 발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계단을 오를 때도 발등을 들어서 올라가는데 이때도 엄지 발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엄지 발가락에 힘이 없으면 발을 들어올리는 힘이 없다. 노인의 전형적 특성이다.
노인(老人)은 보통 허리가 굽은 사람이다. 허리가 굽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는데, 핵심은 2가지다. ①등근육 퇴화 ②배근육 퇴화다. 배근육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갈비뼈와 골반을 이어주는 복직근, 옆구리를 이어주는 외복사근과 내복사근이 있고, 갈비뼈를 받치면서 내장을 보호하는 복횡근이 있다. 이 중에서 복횡근이 퇴화하면 허리가 굽는다. 복횡근은 심층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배에 王이 새겨지면, 그것은 복직근이다. 복횡근은 복직근보다 더 깊게 있으며, 갈비뼈를 받쳐주는 것이다. 복횡근이 무너지면, 허리가 그대로 굽는다. 갈비뼈가 내려앉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대를 하면 갈비뼈가 받쳐지니, 허리 통증이 다소 감소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복횡근을 강화하는 것이다.
복횡근은 배를 둥글게 감싸는 심층근으로, 내장을 보호하는 강한 근육이다. 복횡근이 퇴화하면 뱃살이 늘어나고, 허리 통증이 생기며, 흉곽이 기울면서 호흡도 불편해지고, 갈비뼈와 골반 사이도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좁아진 배의 공간으로 내장이 나오면서 배가 나오는 것이다. 배가 나오는 대부분의 이유는 갈비뼈가 내려않는 것이고, 갈비뼈가 내려않은 것은 복횡근이 약해져서다. 복횡근이 약해지는 것도 노화의 증상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