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의학칼럼 / 장창훈]=양약고어구(良藥苦於口)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 이것은 건강과 인생과 경제와 사회생활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절대법칙이다. 양약고어구의 핵심은 약이 쓰다는 것이 아니고, 좋은 약을 먹으라는 것이다. 좋은 약중에 쓴 것도 있으니, 인내하고 먹어야하며, 달콤한 것중에 독이 있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몸에 좋은 것은 약이고, 몸에 나쁜 것은 독이다.
침대(寢臺)는 잠자는 곳이다. 어떤 침대가 좋을까? 침대를 고를 때 무엇을 가장 신경써야할까? 사람들은 침대를 ‘옷 고르듯’ 고른다. 참 어리석다. 침대는 잠자는 곳인데, 왜 피부를 생각할까? 알몸으로 자는 것도 아니고, 이불을 깔고 자는 것인데, 푹신함을 찾는다. 침대는 부드러움보다 ‘척추’를 가장 먼저 생각해야한다. 모든 가구는 그 기능이 적용되는 신체를 먼저 생각해야한다. 척추에 좋은 침대인가? 이것이 침대를 고르는 첫 번째 기준이다.
뇌는 어차피 공처럼 홀로 존재한다. 뇌는 앞으로 눕든, 뒤로 눕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냥 동글동글하다. 반면, 척추는 뇌의 척수가 담겨 있는데, 제2의 뇌가 바로 척수이고, 척추의 곡선은 잠을 자면서 이리저리 틀어진다. 편한 침대, 스프링 장치가 너무 좋은 침대는 척추를 망가뜨릴 위험이 매우 높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누웠는데 등이 푹 들어가면, 그 침대는 안 좋다. 등이 푹 들어가서 편하니까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등의 광배근 감각에만 좋은 것이고, 피부에 느낌과 감촉만 좋은 것이지, 척추에는 치명타다. 척추는 흉추가 가슴처럼 뒤로 불룩하고(후만), 요추는 배가 들어가듯 안쪽으로 오목하다.(전만) 그런데 푹신한 침대는 흉추 11번과 12번, 요추 1번~5번을 모두 불룩하게 후만으로 만들어버린다. 흉추 11번 12번 요추 1번 2번은 위장과 직결된다. 결국 위장이 뒤로 밀려나면서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십이지장과 소장의 위치까지 변동된다. 요추가 뒤로 밀려나면 소장까지 틀어지면서 자고 일어나면 피곤이 쌓인다. 척추는 곧 신경덩이다. 척추는 S의 형태로 유지되어야하고, 그 상태 그대로 유지되게 해주는 침대가 가장 좋은데, 그냥 담요가 가장 좋다. 혹은 약간 딱딱한 침대가 적당하다. 그래야 요추에 부담이 가지 않는다.
척추는 절대로 기둥이 아니다. 나무도 아니다. 그렇다고 활처럼 휘는 것도 아니다. 4개의 곡선으로 이어지는 S형태다. 앞쪽으로 들어가면 전만, 뒤쪽으로 나오면 후만이라고 하는데, 목의 경추 7개는 전만, 가슴의 흉추 12개는 후만, 허리의 요추 5개는 전만, 천추와 미추는 후만이다. 천추와 미추는 골반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다리와 팔은 어차피 길어서 전만과 후만이 없다. 그러나 척추 26개는 전만과 후만의 곡선이 매우 중요하다. 6시간 동안 잠을 자는데 척추의 곡선이 날마다 활처럼 움푹 들어간다면, 요추는 엉뚱한 방향으로 변형되어서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것이다. 편한 침대가 불편한 척추를 만든 것이니, 결국 달콤한 설탕이 독이 되는 것과 같다. 피부에는 편한 침대인데, 척추에는 불편한 영향을 준 것이다. 모든 운동기구와 가구는 1가지만 보면 안된다. 2가지, 3가지를 동시에 고려해서 행해야한다.
베개는 작은 침대다. 몸은 침대에 눕고, 머리는 베개에 눕는다. 정확히 말하면, 경추가 베게에 눕는 것이다. 베게는 목과 직접 상관있다. 베개는 어떤 것이 좋을까? 목이 불편하지 않는 것이 좋다. 베개 없이 잠을 자는 사람도 있는데, 목의 근육이 경직되지 않는 높이가 가장 좋다. 너무 높은 베개는 목근육을 경직시킨다. 6시간 내도록 근육이 그렇게 유지되면, 책가방을 6시간 동안 들고 있는 것과 같다. 그것은 운동이 아니고, ‘벌’(罰)이다. 높은 베개는 흉추까지 과도한 후만을 일으켜서 등을 더 굽게 한다.
신발도 동일하다. 어떤 신발이 좋을까? 신발은 눈을 위한 것이 아닌데, 사람들은 눈을 위한 패션으로 착각한다. 물론 디자인도 중요하다. 신발이 우중충하면, 민망하다. 그러나, 신발의 첫 번째 기능은 발의 기능 강화다. 발바닥과 발가락과 발등과 발목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일 좋은 신발이다. 운동화도 그렇고, 축구화도 그렇고, 구두도 그렇다. 그래서 신발을 고를 때는 신발의 길이와 폭을 동시에 고려해야한다. 그런데 한국의 대부분 신발은 사이즈만 있다. 사이즈는 왜 길이만 존재할까? 폭도 매우 중요하다. 폭이 줄어들면 발가락도 움추려들고, 발가락이 붙으면 힘을 쓰지 못하고, 발바닥도 힘을 쓰지 못한다. 그래서 신발은 2cm 정도 크고, 1cm 정도 넓은 신발을 신어야 발의 26개 뼈들과 인대와 근육들과 혈관들이 제대로 작동한다. 신발은 메이커를 보고 고르는 것도 아니고, 색깔도 아니고, 오직 ‘발과 발가락의 탄력성’을 위해서 골라야한다.
양말도 마찬가지다. 양말을 신는 목적은 발의 보온성이다. 그런데 요즘 짧은 양말이 유행한다. 짧은 양말은 발목에 있는 정맥을 차단한다. 고무줄처럼 물렁한 혈관이 설마 막힐까 싶겠지만, 하루종일 혈관이 목졸림을 당하면 흐름은 느려질 수 밖에 없다. 누군가 목을 조르면 호흡이 불편하듯, 발목에 있는 양말은 정맥을 차단해서 혈액이 위로 흘러가지 못하고, 그러한 양말습관은 결국 하지정맥류의 주원인이 된다. 양말 때문에 하지정맥류가 생겼다고 하면, ‘엉뚱한 해석’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짧은 양말이 정맥을 차단했다면, 하지정맥류의 원인이 충분히 될 수 있다. 정맥이 차단되면 보온성은 떨어진다. 결국 양말의 목적도 상실된다. 좋은 양말은 혈관을 막지 않는 부드러움에 있다. 그래서 짧은 양말보다는 긴 양말이 발건강에 좋다. 반지와 시계도 동일하다. 혈관을 막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