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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방송 자유칼럼 / 장창훈]=10월 16일 진산면에 위치한 월명동 자연성전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열린 감따는 사역이 내게 배정됐다. 시골출신이라 감따는 재미가 얼마나 신나는지 알고 있고, 더불어 감나무에 올라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고 있고, 감은 감이 달린 마지막 가지를 빠른 힘으로 꺽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끝의 가지를 꺽어야만 이듬해 감이 똑같이 많이 열린다.
여자 회원들과 함께 작은 사다리를 들고 운동장을 지나갔다. 우와~~ 엄청난 변화가 월명동 돌조경에 펼쳐졌다. 시화전!! 정명석 시인의 시들이 펼쳐진 월명동 전체 배경은 금강산과 백두산을 연상케 하는 진풍경이다. 가수는 멋진 무대에서 수많은 관객에게 자신의 실력을 뽐내고 싶고, 시인은 멋진 배경에 시를 펼쳐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한다. 정명석 시인의 시들은 돌조경마다 조화를 이루면서 시선을 멈추게 하는 놀라운 매력이 있었다.
주어진 사역을 향해 걸어가야하는 오늘의 운명이어서, 멀리서 시와 배경을 바라보고, 잔디밭 중앙에 있는 그 감나무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엄청난 감들이 열려 있었다. 그러나, 사람의 손은 닿지 않고, 장대를 흔들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사다리가 있어야만, 그 위에서 감나무 가지를 꺽어서 딸 수가 있다. 여자 4분과 나는 의기투합해서, 사다리를 받쳐주는 팀, 밑에서 포대기로 감을 받는 팀으로 각각 나눈 다음, 본격적 사역에 돌입했다.
사다리는 밑에서 안전하게 잡아주면 튼튼하다. 사다리가 밑에서 흔들리면 위는 휘청휘청한다. 사다리가 휘청하면 그 위에 있는 사람은 흔들바위가 되어서 떨어질 위험이 발생한다. 사다리가 높을수록 진동폭은 커진다. 그래서 사다리를 강하게 붙들어 줘야한다. 사다리가 보기에는 튼튼해 보여도 위에 올라간 사람이 움직일 때 사다리의 무게중심이 쏠리면서 흔들릴 수 있다. 마치 다리가 한쪽으로 기울면 목위 머리가 강하게 흔들리면서, 결국 척추까지 기울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무릎통증, 고관절 통증, 척추 디스크, 경추 디스크도 결국 발과 발가락의 약함에서 비롯된다. 사다리와 같은 원리다.
밑에서 사다리 잡아주는 팀이 다리를 붙잡듯 강하게 붙들었다. 내가 사다리 위헤서 시험삼아 강하게 흔들었는데, 흔들리지 않았다. 바위처럼 강하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긴 전지 가위를 뻗어서 감이 달린 가지를 쑥쑥쑥 꺽었다. 이때 사진팀이 오더니 정말로 많은 사진을 찍었다. 붉은 홍시가 전지 가위에 달려서 땅에 내려지는 것은 정말로 풍요로운 가을이다. 어떤 감나무 가지는 20개가 넘는 감이 열렸다. 전지 가지로 꺽어서 붙들었더니, 월척이 걸린 낙시대처럼 전지 가위가 휘청했다. 서서히 바닥에 내리면, 그곳에도 홍시가 2~3개 있었다.
제법 손에 전지가위가 익혀지니, 이제는 가지를 꺽어서 떨어뜨렸다. 속도 때문이다. 가지를 꺽어서 땅에 조심스럽게 내리기에는 사역의 시간이 부족했다. 우리를 기다리는 감나무가 모두 4그루였고, 1그루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쑥쑥쑥 가지를 꺽으면서 바로 떨어뜨리고, 밑에서 포대기로 감을 받는 팀도 정말로 역할을 잘 해냈다. 떨어뜨리면 감은 2가지 반응을 보인다. 홍시는 푸지직, 단단한 감은 우당탕이다.
어떤 여자분은 시의 감성이 풍부한지, 시를 썼다면서 즉석에서 발표했다.
오늘 감을 땄다. / 홍시는 푸지직 / 단감은 우당탕 / 우리는 까르르 / 바구니 가득 우리는 행복을 담았다.
목이 몹시 아팠다. 하늘을 향해 올려다보는 지속시간이 길어지므로, 경추가 뒤로 젖혀지는 통증이 서서히 다가온 것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다리를 밑에서 붙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팀들의 고개도 모두 아팠다. 우리는 잠시 쉬면서, 고개 돌리기 운동과 경추를 부드럽게 하는 근육운동을 실시했다. 정명석 목사님이 가르쳐주신 소쩍새 운동을 중심으로 방향을 조금 더 확장한 운동법이다. 모든 근육은 한쪽 방향으로 오랫동안 사용하면 다음날 반드시 통증이 발생한다. 3일이 지나면 엄청나게 근육이 강해진다. 고통은 근력강화의 과정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운동해서 근력을 강화하는 것은 좋지 않다. 날마다 조금씩 계단 오르듯 몸관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
감따는 사역을 하면서 모두 힘을 합해서 일을 분담하고, 간혹 깨진 홍시를 나눠 먹고, 주변에 사람들에게도 나눠주면서 행복을 공유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른채 하루가 지나갔다. 오전에는 닭강정이 배달되어서, 정말로 맛있게 먹었다. 잔디밭 감나무에는 긴 대나무가 나뭇가지를 받치고 있는데, 정명석 목사님이 감나무 가지가 부러질까봐 받쳐준 것이다. 감을 따니까, 감나무가 가벼워져서 그냥 위로 올라갔다. 감의 중력이 그렇게 큰 것이다. 사람도 물건을 들면 어깨가 내려오듯 그러하다. 감나무마다 가지가 편해져서 가볍게 팔을 휘젖는 느낌이다. 내년도 감따는 사역을 약속받고, 서울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