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 / 장창훈]=일기(日記)는 날마다 그날의 일을 기록하는 것이다. 일기는 글쓰기 향상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일기의 주된 목적은 글쓰기에 있지 않고, 자기완성에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거울을 보고 화장을 하듯이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일기의 거울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비쳐봐야한다. 얼굴은 겉을 보여주고, 일기는 내면을 보여준다. 일기쓰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거울을 볼 때 거울에 자신을 너무 바짝 붙이면 안된다. 최소한 30cm, 1m는 떨어져야한다. 10cm 거리에서는 자신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와 같이 일기도 너무 바짝 붙어서 쓰면 안된다. 최소한 1시간, 혹은 2시간이 지난 다음에 그 사건에 대해서 찬찬히 생각하는 것, 그것이 일기쓰기의 핵심이다. 일기는 뇌의 생각으로 시간을 이동하는 훈련을 날마다 하는 것이다. 글쓰기는 글을 쓰는 것이 아니고, 생각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날마다 이 훈련을 하는 것은 100m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생각의 근육이 증진된다.
글이 잘 쓰진닥 하거나,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것은 생각의 집중과 관련있다. 1년 전 사건에 대해 쓰려고 하거나, 무엇을 써야할지 정해지지 않으면 글은 나오지 않는다. 글은 무엇을 쓸지 명확히 정해야한다. 일기쓰기는 글쓰는 소재가 분명하고, 사건의 시간성이 가깝기 때문에 생각이 잘 난다. 그래서 일기쓰기를 통해서 글쓰기 연습을 하면 매우 좋다.
반성의 기회를 삼을 수가 있다. 우리는 날마다 뭔가를 한다. 그런데, 다람쥐 쳇바퀴를 돌면서 살 수도 있다. 일기쓰기를 하지 않으면 다람쥐 쳇바퀴의 일상적 삶도 발전의 방향이라고 착각한다. 왜냐면 계속 앞으로 전진하고 있어서 그렇다. 날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 다람쥐 쳇바퀴의 삶을 발견하고,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서 고뇌하면서 자신의 내면에 발전적 방향을 모색하게 된다.
친구와 싸웠다고 하자. 화산이 폭발하고, 부글부글한다. 그 친구와 싸운 경위를 일기로 써보자. 처음에는 욕이 나오는데, 친구의 입장, 친구와 좋았던 일, 친구에게 자신이 잘못한 실수까지 글에서 나오게 된다. 그러면서 감정은 점점점 누그러진다. 글은 이런 신비한 효험을 가지고 있다. 글은 마음을 치료하는 알약이다.
혹여, 친구와 화해를 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살면서 글을 쓴 일은 자신의 것이 되어 있어서, 삶속에서 실수를 줄이게 된다. 일기를 쓰지 않으면 반성의 기회를 갖지 못해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함으로 실수를 또 반복한다. 그래서 책상에 앉아 그날의 중요한 사건, 재밌는 사건, 의미있는 사건 등등 가만히 생각해 보고, 그 중에서 1가지를 선택해서 글을 쓰는 것이 꼭 필요하다.
거짓말을 했다고 하자. 거짓말이 들통나서 너무나 부끄러운 모멸감을 느꼈다고 하자. 공개망신을 당한 그날의 수치를 일기에 써보자. 일기를 쓰게 되면, 앞으로는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생길 것이고, 그러한 반성을 통해서 인생의 큰 밑거름을 얻게 된다. 반성을 하지 않으면, 모멸감을 준 사람에게 원망이 생긴다. 반면에 반성을 하게 되면 그 사건이 자신을 변화시키는 양약이 된다. 이렇게 다르다. 화나는 일이 있거나 푸념을 친구에게 토로할 수도 있지만, 일기를 통해서 승화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가장 유익하다.
소풍을 갔다고 하자. 소풍에 대해서 글을 쓸 수도 있고, 소풍가서 있었던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의미있는 일에 대해서 쓸 수도 있고, 소풍에서 발견한 새로운 풍경에 대해서만 쓸 수도 있고, 보물찾기의 신나는 여향에 대해서, 혹은 소풍을 준비하면서 느낀 설레임에 대해서만 쓸 수도 있다. 글의 향방은 자신이 결정한다. 글은 독립심과 판단력을 향상시킨다. 글쓰는 습관이 몸에 배인 사람은 판단력이 빠르고, 분석력이 탁월하다. 날마다 생각훈련을 해서 누구도 따라올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