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 / 장창훈]=발칸 반도 불가리아에 성자로 불리는 이반 릴스키가 AD 7C에 살았다. 릴스키는 ‘릴라의’로서, 릴라 골짜기에 살던 이반을 말한다. 이스라엘에 므깃도(아마겟돈) 골짝이 있듯이, 엘리야는 요단강 골짝에 숨어서 통치자 아합과 싸웠듯이, 이반은 릴라 골짝에 거주하면서 그 시대를 교훈했다. 하나님의 지혜가 수도사 이반에게 있다는 풍문이 널리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몰라기 시작했다. 그때 이반이 취한 행동은 독특하다. 사람에게 휩쓸려서 하나님의 지혜가 사라질까 우려하면서 더 깊은 골짝으로 은둔했다. 이발을 거부함으로 하나님과 약속을 지켰던 ‘삼손’처럼, 이반의 힘은 ‘수도생활’에서 흘러왔다. 그래서 더 깊은 곳에서, 하나님과 교제를 끝없이 행함으로 수도생활을 멈추지 않은 것이다.
국왕 페테르가 이반을 직접 찾았다. 수도 소피아에서 멀고 먼 릴라까지 대규모 원정을 나선 국왕 페테르가 이반이 거주하는 곳에 다가오자, 이반은 국왕의 방문을 듣고서 더 깊고 높은 곳으로 숨어 버렸다. 국왕 페테르는 금은보화와 함께 조심스럽게 편지를 보내서, “국가를 통치할 지혜를 주소서”라고 부탁했다. 보물과 편지를 받은 이반 수도사는 배고픔을 해결할 정도의 음식을 먹고, 나머지 모든 보물을 국왕에게 돌려보내면서 답신을 썼다.
“내게 보낸 귀한 보물을 헐벗고 굶주린 그대의 백성들에게 나눠주시고, 군대를 양성하시오, 그러면 백성이 존경하는 국왕이 될 것이오. 백성에게 군림하지 말고, 먼저 백성을 섬기는 왕이 되면, 백성이 기꺼이 그대를 왕으로 섬길 것이오.”
요즘 천주교는 사탄과 전쟁을 선포했다. 프란체스코 교황이 ‘악마를 물리치는 지혜’를 강론하면서 퇴마사(頹馬師)의 존재가 급부상하고 있다. 성경을 통해 보면, 예수님을 시험했던 사탄은 재물, 식욕, 명예, 말씀, 지식, 권력 등의 선물 보따리를 내밀면서 접근한다. 40일 밥을 굶은 예수님께 슬그머니 나타나서 밥을 사주는 척 한 사탄의 술수에 대해 예수님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살아야한다”라고 단칼에 선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악의 군주 사탄은 우리가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을 원치 않는다. 악마와 싸우는 방법을 성경에서 배워야한다. 악의 군주가 뱉는 약속은 믿어서는 안된다. 악마와는 말도 섞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그와 말을 하면 헤깔린다. 악마는 우리보다 똑똑하다. 악마는 그리스도의 부활로 자신이 패배했다는 것을 모른채 거대한 권세를 부리며 우리에게 선물 보따리를 내민다. 우리는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지 못하고, 그 꾐에 곧잘 넘어간다”라고 설명했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사랑’이라는 명언이 있다. 진리의 법은 엄격하다. 중력이 모두에게 적용되듯이, 남에게 불륜이면 내게도 불륜이고, 남에게 비리라면, 내게도 비리다. 불법은 누가 하든 불법이다.
메멘토 모리(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라는 라틴어처럼, 진리는 그 말씀을 실제로 행함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진리의 암송은 울리는 꽹과리에 불과하다. 오늘 내가 어떻게 행하느냐,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 어둠의 소리를 거부하면서 진실로 삶에 책임지는 것, 이반 수도사가 페테르 국왕에게 자문했던 교훈이 마음에 깊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