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를 쓰면 3번 살아가는 기적이 일어난다.
[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 / 장창훈]=드라마는 재밌다. 그러나, 남의 이야기다. 친구들끼리 떠들면, 그 수다가 재밌다. 모두가 자기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흥미롭다. 자기와 상관있는 일들을 말하면 귀가 쫑긋한다. 일기는 자기가 오늘 겪은 일을 글로 쓰는 것이다. 하루의 삶을 고스란히 일기에 담는 일은 추억을 영원히 보존할 수 있는 거룩한 일이다.
사람의 기억장치는 휘발류같다. 눈에 보이면 기억나고, 안 보이면 기억나지 않는다. 새로운 정보가 입력되면 기존의 것은 지워진다. 기억의 속성이 그렇다. 보는 것만 보이고, 들리는 것만 들린다. 2가지 장면을 동시에 볼 수 없고, 2가지 소리를 동시에 들을 수 없다. 기억은 이처럼 유통기한이 매우 짧다.
“추억은 영원하다”
이런 말을 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추억이 있었던 어떤 사건은 사실이지만, 그 사건을 떠올리는 사람의 기억은 한계가 있다. 추억(追憶)은 기억을 쫓는 것으로, 과거의 어떤 사건을 생각으로 여행하는 것이다. 1년전, 10년전, 20년전, 어떤 특별한 날에 무엇을 했는가? 그것은 결코 기억나지 않는다. 멀리 보이는 산처럼 뭉퉁거려서 보일 뿐이다. 반면, 오늘 있었던 일은 산속에 들어오듯, 소풍을 떠나 만난 자연의 아름다움처럼, 기말고사 시험지처럼 분명하게 보인다. 그래서, 그날의 일기는 그날 쓰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자신의 느낌이다. 지금 느끼는 그 심장, 지금 숨쉬는 그 호흡, 지금 듣는 청각세포, 지금 보는 눈동자, 그 모든 감정이 가장 소중하다. 누구도 그 감정에 침입할 수 없다. 철옹성이다. 그러나, 시간은 그 감정을 무장해제하고, 과거로 던져 버린다. 어제 있었던 일은 도무지 생각나지 못한다. 그렇게 삶은 과거로 밀려나고, 신문지처럼 버려진다. 그래서 일기를 써야한다. 일기는 삶을 보물로 보관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일기를 쓰는 사람은 3번 살아가는 기적이 일어난다.
1. 실제로 살아가는 하루의 삶
2. 살았던 삶을 생각으로 떠올리면서 글로 옮기면서 살아가는 삶
3. 먼 훗날 과거를 다시 회상하면서 일기장을 꺼내 읽을 때 추억의 삶
일기쓰기는 사진과 전혀 다른 효과가 있다. 사진은 얼굴과 모습을 담을 뿐, 감정은 담지 못한다. 일기는 글의 매개체로서 감정과 배경과 주변의 모든 일들까지 묘사하고, 담을 수 있다. 조금만 신경쓰면 작은 일기장에 코끼리도 담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일기의 매력’이다. 그러므로, 오늘 일기장을 펼쳐서 하루의 삶을 정리하는 사람은 지혜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일기를 오늘부터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