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제국을 무너뜨릴 마지막 황후
[서울교육방송 드라마 칼럼 / 장창훈]=권력이 추락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 ‘갑질’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드문 지금, 대한제국을 부활시킨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인간성 복원의 메시지를 던진다. 재밌고, 즐겁고, 묵직한 드라마이다. 오락처럼 웃다가 ‘쿵’하는 감동이 온다. 장나라, 최진혁, 신성록, 신은경이 연기를 펼친다. 신성록 배우는 악역(惡役)의 대명사인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황제역할로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 겉과 속이 완벽히 다른 황제, 비리로 가득찼으나 한없이 따뜻하게 보여지는 황제, 절대권력의 모순을 연기한다.
이 드라마의 진정한 묘미는 역사의 재해석이다. 과연, 일제 식민지 치하가 오지 않았으면 행복한 한국사회가 되었을까? 황후의 품격을 통해 재조명되는 대한제국의 미래사회는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다. 황제가 국회에서 순방발표를 하지만, 칭호만 대통령과 황제만 다를 뿐, 권력의 부패는 비슷하다. 어떻게 감추느냐, 어떻게 수습하느냐, 어떻게 비치느냐 그런 문제만 다를 뿐이다. 황궁에서 쇼핑몰을 운영한다는 발상도 작가의 창의력이 뛰어나다.
실제 일본은 황제가 존재한다. 왕이 남아있으면서 민주주의 제도가 운영되는 일본, 한국도 그렇게 될 뻔 했다. 황후의 품격에서는 수상은 허수아비이고, 황제의 권력이 여전히 존재하는 정치제도를 묘사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왕의 권력은 사라졌고, 수상이 다스린다. 왕의 권력이 존재하는 나라는 북한외에는 거의 없다. 왕권체제는 행정부의 권력이 상속된다는 뜻이다. 그런 세계가 과연 아름다울까?
장나라가 연기하는 오써니는 순결한 사랑을 믿는 뮤지컬 배우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뜻밖의 행운은 황제와 로맨스다. 우연이 찾아온 황제의 프로포즈, 그것은 연기인줄, 깜짝쇼인줄 알았는데 상황이 점점점 그렇게 되어갔다. 나중에 알고보니 태후가 황제를 견제하기 위해서 어리숙한 오써니를 황후로 끌어드린 것이다. 오써니는 알 턱이 없다. 그렇게 황후가 된 오써니는 혈혈단신으로 절대권력과 맞서 싸우면서 의문사한 태황태후의 살인사건을 조사하면서 궁궐의 비참한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 비리와 비밀을 감추려는 궁궐과 진실을 세상에 알리려는 황후의 투쟁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나왕식과 민유라는 극적인 반대인물이다. 민유라와 나왕식은 본래 연인관계다. 민유라는 시골촌에서 사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서 독학으로 공부해서 궁궐비서가 되었다가 비서실장까지 된 영특함을 지녔다. 유혹해서 황제의 여자가 되었으나, 나왕식과 나왕식의 모친이 민유라를 놓아주지 않자, 나왕식의 모친을 죽음으로 내몰게 된다. 그리고 나왕식도 철저히 버림을 받는다. 나왕식의 모친은 황제의 차에 치여서 교통사고로 죽었다. 나왕식은 모친의 복수를 위해서 환골탈태에 성공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장해 궁궐 경호원이 되어서 궁궐입성에 성공한다. 민유라는 배신의 코드, 나왕식의 의리의 코드인데, 둘은 악연이다.
대한민국의 권력은 삼권분립으로 매우 약하다. 행정부 수반으로 입법부와 사법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반면, 황후의 품격에서 나오는 황제의 권한은 절대권력이다. 절대권력이 보여주는 권력의 모습은 갑질과 횡포 그 이상이다. 그런데 완벽한 조작이 가능하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흔적을 남기지 않을 정도로 CCTV 조작이 가능하다. 절대권력자 황제가 뺑소니범인데도 경찰은 조사를 나서지 않을 정도다. 황제를 범인으로 지목하자, 목격자가 범인이 되는 그런 세상이다. 부활한 대한제국에서 오써니가 펼치는 절대권력과 투쟁, ‘황후의 품격’은 과연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