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5주년에도 ‘아이들이 안전한 사회’는 ‘아직’ 요원하기에 ‘기억’이 필요합니다! : 광화문 ‘기억-안전 전시공간’ 개관식에서, 세월호 5주년을 추모하며.
4월이 다시 왔습니다. 304명의 꽃 같은 생명을 잃은 가슴 아팠던 2014년 4월 16일, 그해 봄처럼 올해도 어김없이 벚꽃잎이 흩날립니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벚꽃나무는 연분홍빛 꽃잎을 피워냈습니다. 매년 오는 봄이지만 고통을 승화해내는 자연이 늘 아름다운 이유입니다.
우리는 우리들의 4월을 어떻게 엔딩할 것인가, 우리의 다섯번째 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어떻게 승화시켜 끝내 빛나게 할 것인가, 그동안 많은 고민들이 있었습니다. 어제 세월호의 고통을 승화시킨 공간으로 광화문 천막 자리에 ‘기억, 안전 전시공간’이 마련되었습니다. 이 공간을 만든 박원순 시장과 함께 아래의 축사말씀을 드렸습니다.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이 공간을 많이 찾았으면 합니다. 이 공간에서 세월호로 희생된 학생들이 바로 자신들의 친구였음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도 자주 찾아가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에게 주문한 안전한 나라, 행복한 사회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주 가겠습니다.
지난 5년 동안 광장에서 부모님들은 우리 어른들의 무책임으로 아이들이 희생되었다는 것을 가장 많이 외쳤을 것입니다. 그리고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가 우리 아이들을 희생시켰다는 것입니다.
5년 동안 그 목소리가 광장을 메웠습니다. 그리고 5년이 흘렀습니다. 과연 우리 사회는 얼마나 바뀌었는가,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는가, 묻는다면 많은 분들은 ‘아직’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이 필요합니다.
P.S.
세월호 5주년에 즈음한 안전주간에 ‘세월호 희생자들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친구들: 숨어있는 슬픔>을 서울교육청 직원들과 함께 관람했습니다.
함께 공부하고 생활했던 친구를 잃은 학생들의 다양한 트라우마, 분노, 안타까움, 치유 과정을 담은 다큐이더군요. 정혜신 샘이 ‘공감기록단’이라는 봉사단과 함께 친구를 잃은 학생들과 대화하며 만든 것입니다(전도연씨가 출연한 영화<생일>의 이종언 감독이 만든 다큐입니다). 다큐에 나오는 친구들의 말들이 가슴에 남습니다.
“친구들이 잊혀지는 것에 분노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능력이 없어서 이것밖에 할 수 없어서 슬픕니다.”
“별이 되고 바람이 되어 나를 지켜보고 있구나.”
“잊지 말라는 이야기도 가혹하게 느껴집니다.”
“시간이 지나니 잊어 가는 자신이 미안하고 잊어가고 있는 사회에 분노를 느낍니다.”
“희생자 가족들이 더 힘들기 때문에 내색도 못하고… 고통에도 차이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친구들의 삶까지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몇 배나 더 열심히 살려고 하고 있습니다.”
“나는 고등학생이 되고 계속 커가고 있는데 내 기억 속의 친구는 그대로 있어 안타깝습니다. 나는 계속 커가는데 기억 속의 친구는 그대로 있습니다.”
“죽어서라도 승묵이를 만날래하면 그렇다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