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 / 장창훈]=정보는 내가 아는 것을 건네주어도, 내게 남아있는 것으로 흔히 정의된다. 물건을 건네주거나 상품을 매매하면, 그 물건은 내게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정보는 내가 말해도, 내게 여전히 있다. 정보는 전달의 개념보다 ‘카피’(복제)의 개념이 강하다. 전달자는 원본이고, 듣는 청자는 복사본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보를 ‘데이터’라고 인식하면서, 어떤 정보를 전달한다고 잘못 인지하고 있다. 정보는 물건이 아니다.
정보에 있어서 주체가 2명이 존재하고, 각각 선택방식이 전혀 다르다. 우리는 그것을 인지해야한다. 물건의 전달이나 매매관계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명확하고, 물건도 정확하다. 정보는 다르다. 화자가 판매자, 청자가 구매자라고 흔히 착각할 뿐, 대화에서는 그렇게 일어나지 않는다. 정보의 카피가 일어나면서, 동시에 원본과 복사본의 위치도 바뀐다. 이것이 대화의 본질이다. 대화는 정보-통보-이해의 3단계로 구분해서 생각할 경우, 대화의 본질을 논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여기서 이해는 전적으로 ‘청자’의 선택영역이며, 화자가 강요할 수 없다.
말하는 화자는 말하면서 동시에 듣기 때문에 청자도 동시에 듣는다고 인식한다. 이러한 심리작용은 강연장에 설치된 에코 스피커에 자주 영향을 미친다. 에코 스피커가 약하면 강사는 자신에게 들리는 목소리가 작게 들리니까 듣는 청중들에게 약하게 들린다고 인식하고 목소리를 더 높이는데, 청중은 강사가 목소리를 너무 높여서 거부반응이 일어난다. 강사와 청중은 표정으로만 말하므로, 동상이몽의 심리작용이 생기면서 목소리의 편차가 더 커지면서, 강의가 불편해진다. 이럴 때는 무선 마이크를 설치해서 청중에게 마이크를 건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청중에게 마이크를 건네는 것’은 강사가 말한 것이 잘 전달되었는지를 확인받는 시간이 된다. 이때, 강사는 청중이 될 뿐이다. 강사가 아무리 잘 강의했어도 청중은 자신의 선택적 폭에 따라 선별해서 정보를 취득할 뿐이다. 강사의 강의가 원본이라면, 복사기는 청중의 머릿속에 설치되어 있어서, 청중이 스스로 원하는 부분만 알아서 복사하는 것이지, 강사의 원본이 그대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청중의 반응이 강사에게 전달될 때도, 청중이 말하는 모든 취지가 강사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단지, 강사의 인식관으로 청중의 반응을 들을 뿐이다. 이때, 강사는 청중의 반응을 복사하는 것이다. 대화는 이렇게 원본과 복사본이 무한반복 섞임현상이다.
대화가 끊길 때는 원본이 복사본이 되는 것을 거부할 때, 발생한다. “그것도 못 알아들어!!”라고 하거나, “내 말이 맞아!!”라고 하거나, “너가 잘못 알아들었어!”라고 따지면, 상대는 마음 문을 닫는다. 못 알아드는 것이 당연하다. 잘못 알아들었을 때는 원본의 내용을 자세히 알려주면서 대화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러한 소통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둘의 관계가 상호신뢰를 구축된 속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