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때 내 아버지는 소를 몇 마리 키우셨다. 학교가 끝나면, 나는 황소를 데리고 들판에 풀을 뜯겼다. 산기슭, 작은 소나무에 황소의 고삐줄을 묶고서, 잠시 쉬려고 하는데, 황소가 펄쩍 펄쩍 뛴다. ‘내가 그렇게 좋은가?’ 속으로 생각하는데, 그 황소가 펄쩍 펄쩍 뛴다. 나는 황소한테 바짝 다가갔다. 땅벌떼가 있었다. 벌떼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때, 공포가 엄습해서, 발은 이미 뛰고 있었으나, 황소의 눈망울이 나를 붙잡았다. 나무에 꽁꽁 묶은 고삐줄을 풀 때, 땅벌이 내 얼굴을 공격했다. 고삐줄이 풀리자, 황소는 한걸음에 집으로 도망쳤고, 나도 줄행랑을 쳤다. 그날, 나와 황소는 동지였다.
땅벌은 나도, 황소도, 모두 무서웠다.
오늘은 기도하는데, 그때 사건이 자꾸만 생각난다. 내가 그렇게 묶여 있었는데, 땅벌떼가 엄습한 그 산속에 내가 묶여 있었는데, 주님이 나를 풀어주시고, 해방시키시고, 살 길을 열어주셨음을 감사하였다. 풀어주지 않았다면, 고삐줄이 묶인 것을 끌러주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도 거기에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 마음에 묶여있는 몇몇 인연의 사람들이 눈에 밟힌다. 옛날 그곳에 남아있는 몇몇이 떠올라, 그 이름이 황소처럼 펄쩍 펄쩍 뛴다. 내 마음이 무너지듯 아팠다. “주여, 구원하소서!!” 하나님께서 풀지 않으시면, 어찌 풀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