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베드로의 대명사다. 동양에서 닭은 새벽을 밝혀주고, 시간을 열어준다는 의미지만, 닭 유(酉)는 술병을 본떴다. 닭이 울면, 술을 그만 마시고 집에 돌아간다는 의미가 있다.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닭이 울기전에 3번 부인하리라”라고 예언했다. 마가복음에는 “닭이 2번 울기전에 3번 부인하리라”고 했다. 베드로는 3번 부인했고, 그때 닭이 울었다. 그때 충격은 평생 각인되었을 것이다.
예수님의 예언으로 베드로는 3번만 부인하고, 4번째 부인은 멈춘 것이다. 이것이 예수님의 사랑이다. 평생 베드로는 닭울음 소리에 그때 그사건을 기억했을 것이다. 닭울음 소리는 예수님께서 베드로의 기억에 새긴 ‘영적 할례’인 것이다. 주님을 부인했던 과거의 치욕적 수치가 날마다 기억난다면, 그것은 하나님을 기억하라는 언약의 증표다.
사도 바울에게도 ‘사탄의 가시’가 있었는데, 그것을 빼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가, 나중에 하나님이 기도를 들어주지 않자, 엄청나게 기뻐한 사건이 나온다. 그 가시 때문에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게 되므로, 그러한 것이다.
예수님이 베드로를 얼마나 사랑했으면, 새벽의 닭울음 소리에 ‘십자가 흔적’을 새겼을까? 베드로는 새벽마다 십자가에 달린 기분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죽을 때, 거꾸로 메달려 죽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평생 닭울음 소리에 베드로의 영성은 깊어진 것이다. 아마도 베드로는 연륜이 깊어지면서 닭울음을 사랑하게 되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