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 (몽양 여운형 선생 기념사업회 이사장)
[서울교육방송 공동취재단]=6월 22일(토) 오전 11시 광주 5.18민주묘지 역사의 문에서 열린 합수 윤한봉선생 12주기 추모식에서 역사의 주요한 고비를 넘고 있는 지금, 우리 시민사회가 무엇을 해야할까를 모색해보자고 추도사에서 말했습니다.

이부영 이사장 (몽양 여운형 선생 기념 사업회)
<추도사> 합수 윤한봉 선생에게 우리의 결의를 다시 다지는 자리입니다.
합수 윤한봉 선생, 벌써 열두 해가 훌쩍 지나갔습니다.
지난해 평창 올림픽을 환호 속에 지낸 뒤 우리는 남북, 한미, 북미 관계가 우리 생애 살아오는 가운데 가장 매끄럽게 진전되어서 꿈결 같은 세월을 보냈습니다. 너무 반갑고 고마워서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好事多魔라고 할까, 지난 2월말의 하노이 북미회담에서 미국은 완전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동시 단계적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요구하는 북한에게 등을 돌려 버렸습니다. 기차로 중국대륙을 종단해서 달려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실망과 분노는 컸을 겁니다.
세계 도처에서 ‘미국 제일’을 내세우면서 분쟁을 가장 많이 자주 일으키고 있는 초강대국 미국이 가장 다루기 힘든 북한과 너무 유연하게 협상에 대응한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이런 고비가 찾아온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야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우리에게는 중대한 고비이리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북한도 오랜 세월의 제재와 봉쇄 속에 온갖 고난을 견디면서 출혈하듯 핵무장을 해왔을 겁니다. 이런 순간에 무장해제나 마찬가지인 전면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아무런 성의를 보이지 않는 미국에게 격분했을 겁니다. 강대국의 오만을 겪어낸 일이 어제 오늘 만이었겠습니까. 죽음과 파멸이 아닌 이상 견디어내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내는 일이라면 인내해야겠습니다. 한국에게도 미국은 온갖 간섭과 압력으로 북한과의 협의와 교류를 확대하려는 것을 가로막아왔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촛불시민혁명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가 북쪽과 함께 한반도평화와 공동번영을 만들어내려고 젖 먹던 힘까지 내서 노력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지난해 당장 핵전쟁으로 한반도를 불바다로 만들 듯이 위협하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의 동의 없이는 한반도에서 어떤 나라도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가로막고 나서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해서 만들어낸 남북 간의 신뢰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 남북 사이의 자율공간이었습니다.
다시 가동되기 시작한 남북 사이의 신뢰의 소통으로 문재인 정부의 중재가 시작됐습니다. 미국도 문재인 정부와 상의하여 협상에 다시 나서려합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다시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성과를 가지고 나서야 할 것입니다. 이번 4차 남북정상회담과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큰 정치적 성과를 안겨주는 협상이 되도록 문재인 대통령이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이 사태를 지켜보아온 한국의 시민사회도 많은 반성을 하고 결의를 다졌을 겁니다. 한반도 전쟁을 소리 높여 외치는 극우세력들이 거리를 휩쓸어도, 미국의 군산복합체 세력들이 한반도비핵화 협상을 깨뜨리려 온갖 불순한 언동을 일삼아도 무기력하게 바라보고 있지 않았습니까. 촛불시민의 정의감, 에너지를 다시 우람하게 세워야할 때입니다. 미국이 다시 판을 깨려고 한다면 한국 정부가 아니라 한국 국민이 미국을 용납하지 않으라는 것을 알려야 할 것입니다.
오늘 합수 윤한봉 선생에게 우리들의 결의, 우리들의 단결 연대를 알리는 자리가 이 추도식 자리입니다. 합수 윤한봉 동지여, 당신이 걱정하지 않도록 열심히 살겠습니다.
2019년 6월 22일 합수선생 12주기에
몽양 여운형 선생기 념사업회 이사장 이 부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