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 전 국회의원. 몽양 여운형선생 기념사업회 이사장)
일본의 도발, 엄중한 한반도 정세 속에 맞는 몽양 72주기! <72주기 추모식 인사말> 남북 당국자 사이의 신뢰가 꼭 필요하다.
몽양 여운형 선생님, 기념사업회가 지난 5월 22일 양평군과 재위탁 협약식을 갖고 6월 17일 기념관에 복귀했습니다. 지난 2년 5개월 동안 저희들이 불민한 탓으로 선생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했습니다. 송구합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정동균 양평군수님의 도움으로 다시 기념관으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에는 강북구청에서 여기 이 묘소를 정비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처럼 경사지지 않고 바닥이 평평하도록 고치고 공원처럼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애용할 수 있도록 정비한다고 하였습니다. 역시 박겸수 강북구청장님께도 몽양기념사업회를 대표해서 감사드립니다.
한반도 상황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전쟁위협, 대결과 비방으로 얼룩졌던 지난날보다는 그 어느 때보다 희망을 가져볼만한 조건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흐린 날과 개인 날이 엇바뀌는 세월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호전되는 쪽으로, 북미관계도 무리 없이 전진하는 쪽으로 전개될수록 우리 안에서는 분단대결과 남남갈등을 부추기려는 세력들의 안간힘도 목소리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웃 강국들도 한반도의 현상변화 가능성에 자신들의 몫을 챙기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자신의 역사적 죄과를 되돌아보기는커녕 한반도 남북의 새로운 관계에 다시 간여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열악한 해방 전후의 암울한 여건 속에서도 늠름하게 분단을 막고 평화통일을 지향하셨던 몽양 선생님의 지혜와 용기가 오늘날처럼 필요한 때도 없을 겁니다. 테러와 음해가 일상화했던 해방정국에서도 좌우 양측의 대화와 조율을 꿋꿋하게 밀고 나가셨던 선생님의 신념은 어디서 오는 것이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미국과 소련이라는 강대국을 배경으로 가지고 그들의 세계전략을 믿고 따르던 이른바 좌우 양 진영의 중심세력이 몽양 여운형 선생과 우사 김규식 선생의 합작연합 노선을 얼마나 가소롭게 폄하했던가 회고해 봅니다.
그네들이 가소롭다고 폄하했던 몽양-우사의 합작연합 노선을 당시 해방정국의 일반 대중은 절대적으로 지지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이 길이라야 분단을 막고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일반대중은 알고 있었던 겁니다.
오늘도 남북관계를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려면 친북, 종북이라고 목소리 높이는 정치세력들이 넘쳐 납니다. 우리 문제를 얘기하자면서 외국 국기들을 흔들어야 믿음이 간다고 주장하는 민간단체들이 거리를 누빕니다. 분단되었고 전쟁까지 겪은 한반도에서 화해 교류 공존번영을 협상으로 성사시키려면 반대와 논란을 겪어가는 것은 당연하며 그럼에도 대화하고 참여하도록 이끄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적대적 대외의존적 여론이 드세다고 미국에 대해 자주적 자세를 견지 하지 못한다면 올바른 한반도평화 정책을 세워갈 수 없을 겁니다.
지금의 남북 정권 담당자들이 당장 통일은 아니더라도 남북의 화해, 교류, 공존공영을 지향한다면, 해방정국의 좌우 합작연합보다는 덜 불리한 여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내외의 장애를 극복하고 나아가야 할 일이 가득한데 남북 당국자들 사이에 흔들림 없는 믿음을 가지는 일이 모든 일의 선행조건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12차례의 테러에 쓰러지시면서도 바위 같은 의지를 보이셨던 몽양 여운형 선생의 자주독립 자세는 지금의 남북 당국자들이 잊지 말아야 할 사표입니다.
지난 2017년 미국과 조선 사이에 곧 핵전쟁이 일어날 것 같던 시기에 “한반도에서 그 어떤 나라도 한국의 동의 없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천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연한 자세가 남북 사이에 만든 신뢰는 그대로 이어져야 합니다.
무더위에 몽양 여운형 선생의 추모식에 와주신 내빈과 추모객 여러분들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면서 몽양 선생의 가호 속에 우리 조국과 겨레에게 더욱 평화로운 내일이 펼쳐지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7월 19일 몽양 여운형선생 72주기에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 이부영 上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