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착잡한 현실 속에서 우리들을 이끌어 준 안락한 공식을 잃어버렸을 때…. 우리는 새로운 발판을 찾아내거나 헤엄치는 법을 배울 때까지는 마치 사실(事實)의 대해(大海)에 빠진 것과 같다.
<역사란 무엇인가> p95 발췌
위에 인용한 내용은 베르너 좀바르트의 글이다. 마르크스주의자를 포기한 사람들에게 엄습하는 ‘불안감’이 위와같다는 것이다. 나는 지난해 11월 이런 감정을 겪었다. 믿었던 것이 상실당한 끔찍함은 단발령처럼 청천벽력이다. 그렇다. 마르크스 공산이론은 세속종교이며, 러시아에서 70년 실험을 통해서 이미 ‘실패작’으로 증명됐다. UN을 통한 세계평화를 인류가 염원하지만, 브렉시트를 비롯해서 미국 자국보호무역이 보여주는 국제사회는 ‘인류평화의 실종’이다. 이 세상은 과학적 프로그램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 어떤 예언으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이단은 계시록의 사건을 내세우면서, 예언의 성취를 말하고, 어떤 이단은 ‘영원한 복음’(한에녹)의 한때두때반때 예언풀이를 악용시켜 지상천국론을 외친다. 모두 공산주의 이론과 같은 ‘가설의 공식’이며, 절대진리가 될 수 없다. 절대진리는 구약정경과 신약정경이며, 그 사이에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가 있다. 십자가 외에는 생명나무로 나아가는 열쇠는 없다. 주님은 고난을 통해 영광에 이르렀고, 십자가를 믿는 성도는 은혜를 받음으로 십자가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이다. 십자가는 반드시 거쳐야하는 운명이다. 그 외에는 임시적 공식들이다. 나는 국민대 기계공학과 출신인데, 더 이상 고체역학과 열역학과 유체역학과 기체역학을 배우지 않는다. 졸업했고, 그 분야 직장을 갖지 않아서다. 세속종교인 공산주의와 이단들의 교리는 그와 같다. 그때 임시적으로 필요한 ‘불확실한 진리’를 절대진리로 믿을 경우, 러시아의 멸망을 당한 그들의 지도부가 될 것이다.
<참고내용 - 마크르스 200주년 추계 토론회 참석 기사>
공산주의는 황제가 있다. 당시 스탈린이 황제로서 언어의 지배를 했다. 1950년 스탈린은 언어에 대한 논설을 신문에 발표하면서, 스스로 주인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언어는 오직 언어만이 자신의 자리에 앉을 수 있다고 정의하면서, 스탈린은 주인의 자리에서 내려왔고, 3년후 죽었다. 이때부터 언어의 자리는 누구도 앉을 수가 없었다. 왕의 자리가 비어있었다. 결국, 소련은 그때부터 똑같은 것을 베끼는 원본의 복제가 무한 반복되기 시작했다. 새롭게 언어를 만들 수가 없었던 것은 기존의 만들어진 것과 다를 경우, 주인의 자리에 앉게 되는 모순에 봉착하므로, 과거에 있는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방법을 따랐고, 틀리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결국 소련은 형식의 복제, 권력의 복제, 획일화 시스템이 가동된다.
투표를 하러 가면, 소련 시민들은 투표장에 모여서 ‘투표를 합니다’라고 하면, 모두 고개를 숙이고서 자신이 가져간 책을 읽었다. 후보자의 연설을 들을 필요가 없는 것이 자신들이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표를 결정합니다”라고 하면, 모두 동시에 손을 번쩍 들었다. 단일후보라서 그렇다. 이것이 소련의 현실이다. 답은 정해져 있다. 그런데, 그러한 획일성과 기계적 움직임이 ‘공산주의자로서 존재 가치’를 얻는 자격과 같았다. 그렇게 해야만 공산주의자이고, 소비에트에 속한 자격을 얻는다고 세뇌되어서 그렇게 한 것이다. 소련인은 그러한 투표를 한 이후부터 자신들의 생각으로 돌아온다. 투표에 대해 비판하기도 하고, 또는 투표에 찬양하기도 하고, 두 부류로 나뉘어서 각자의 삶을 영위해 나간다. 꼭두각시, 기계적으로 행하는 것 같아도, 그들은 투표행위에는 관심이 없다. 투표를 통해 바꿀 수 없음을 알아서 그렇다. 지도부에서 짜고치는 고스톱인 것도 모두 알고 있다. 투표에 참여해서 손을 드는 것이 소련 공산주의자로서 존재을 얻는 조건으로 인식이 설정되어서 그렇게 한 것이다. 소련 내부에는 극단적 2 부류가 존재하는데, 앵무새와 같은 절대적 충성파, 딱따구리와 같은 반체제 저항파가 있었다. 2부류가 모순적 공존관계를 유지하면서 존재했다.
그 어느날, 한순간에 소련이 무너졌다. 그토록 급작스럽게, 예기치 못할 정도로 왕국이 무너졌다. 무너진 이후에 지도부들이 과거를 돌아보면서 회상하길 “왕국이 하루아침에 무너졌지만, 우리 모두가 30년 가까이 멸망에 가담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