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드라마 비평/장창훈]=나는 드라마 시크릿 부티크를 좋아한다. 시청률이 장난이 아니다. 4%. 망했다. 1회, 2회가 끝났으나, 시청률은 4%다. 그런데, 나는 재밌다. 건너편 드라마는 동백꽃 필 무렵(KBS 수목드라마), 시청률이 8%다. 승부는 초반부에 결정되는데, 동백꽃이 뭐라고?
1회, 2회를 다운로드로 봤다. 동백꽃이 뭐라고? 알아야, 시청률의 출처를 확인할 수 있으니…. 보면서, 이런 드라마는 또한 처음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이렇게 절묘하게 움켜쥘 수도 있구나!! 어떤 자극적인 사건이 나오지도 않는다. 아주 평범한 일상이 펼쳐지는데, 그 속에서는 진지하다. 그리고, 반전이 독특하게 펼쳐진다. 심리묘사가 상황으로 연출된다.
까멜리아라는 간판이 달렸다. 공효진(동백)이 새롭게 오픈한 가게 이름이다. 옹산에 있는 골목상권이다. (용산 아님) 사람들은 쳐다본다. 여사장이 온다는 것만 알고, “얼굴이 이쁠까” 그것을 놓고, 여자들과 남자들의 시선집중. 그런데, 공효진이 모자를 눌러쓰고 있다가 골목에서 모자가 바람에 떨어진다. 얼굴이 예쁘다. 예쁜 정도가 ‘빛난다’ 아줌마들은 얼굴이 어두워지고, 남자들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넘어지고, 고추를 말리던 사람은 자빠지고, 자동차는 멈춰서고…. 한바탕 소통이 일어난다. 그런데, 압권은 2번째다. 이삿짐에서 ‘휠체어’를 내린다. 아이가 있다. 여자들은 다시 화색이 돌면서 안도의 한숨, 남자들은 아쉬운 마음에 하던 일을 한다. 도대체, 이런 절묘한 연출은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자극적이다. 드라마가 재밌는 이유를 알겠다.
장사를 시작한 동백은 개업떡을 해서 주변에 돌렸다. 고두심을 만나서, 꽃집 이야기를 듣는다. 동백은 동네 아줌마들을 만나서 “꽃집 아네요”라고 설명한다. 아줌마들은 “동백꽃이 꽃집이 아니라고?” 다시 묻는다. 그렇다면, 무슨 집인데? 알고보니, 술집이다. 동백꽃 필무렵은 술집이다. 그 소식은 아줌마들의 얼굴을 어둡게 하고, 남자들의 술잔을 뜨겁게 한다. 남자들은 동네 빈 의자에서 소주를 마셨는데, 이제 동백꽃필무렵이 이야기를 나눌 유일한 장소가 된 것이다. 게다가, 동백은 아이는 있는데 아빠가 없다. 동백이 퉁명하게 “아이에게 아빠가 꼭 있어야하나요?”라고 담담히 말한다. 이 드라마는 아빠없이 자라는 미혼모의 사회적 현실을 고려한 따뜻한 가족 드라마다.
옹산 골목 아줌마들이 동백을 싫어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웃음을 팔아서 술집 장사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백은 술을 팔았고, 웃음을 팔지 않았다. 6년을 버티면서, 동백이 경영원칙을 세웠다. 술장사는 음식장사다. 사람들이 즐겁게 떠들다가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동백꽃 필무렵이 잘된 이유는 동백의 미모가 한몫 한 것도 있지만, 진실은 다른 곳에 있다. 남자들이 함께 대화를 나눌 공간이 없었던 것이다. 씨족사회처럼 혈연관계로 맺어진 ‘옹산’이다보니, 식사를 하다가 잘못 말을 하면, 그게 바로 가족에게 전달된다. 그래서, 남자들이 말을 못하고 속에서 부글부글 끓다가, 여자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유일한 아지트를 발견한 것이다. 동백꽃 필무렵은 지역사회에 필요한 ‘까페’의 중요성을 또한 말하고 있다. 왜, 술집에서 술을 팔아야지, 다른 것을 팔까?
# 땅콩 8천원
동백꽃 필 무렵 술집에서는 땅콩이 8천원이다. 건물주는 이곳 단골. 땅콩을 서비스로 달라고 요청하니, 동백은 직원 향미에게 신신당부한다. “앞으로 건물주는 예약을 받지 말고, 강냉이 추가하지 말 것!!”으로. 땅콩 8천원의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드라마의 솜씨는 흥미진진하다. 사물속에 함축된 의미가 매우 깊다. 건물주에게 땅콩을 주었더니, 술잔을 건넨다. 그러면서, “내년 임대료 동결”을 약속하자, 동백은 단숨에 술잔을 비운다.
“사장님!! 여기 안주는 4천원, 두루치기는 7천원인데요. 안주값에는 제 손목값과 웃음값이 포함되지 않았어요. 여기서 살 수 있는 것은 술과 안주예요. 제 손목과 웃음은 살 수 없어요. 아시겠죠?”
황용식 순경은 이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계산을 하는데, 동백은 땅콩 8천원을 계산서에 올렸다. 그랬더니, 건물주 사장은 8천원을 빼고 계산했다. 땅콩 8천원을 가지고 실랑이를 하다가, 건물주는 술에 취해서 그냥 가는데, 황용식이 달려가서 건물주의 멱살을 잡더니, 지갑을 뺏어서 땅콩값 8천원을 동백에게 갔다준다. 다음날, 건물주는 이 사건을 빌미삼아 황용식을 ‘지갑 소매치기’로 고소장을 접수하겠다고 경찰서에 와서 협박한다. 라면을 먹고 있는 황용식 순경앞에서…..
# 누렁이 출산과 오락기
동백꽃 필무렵에 나오는 대화는 비유다.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뜻이 깊다. 가령, 누렁이 출산 소식은 동백의 아빠 문제를 예고한다. 복선이다. 동백이 낳은 필구는 누구의 아이인가? 유명인 강종렬 야구선수의 아이인데, 앞으로 사건이 진행될 매우 중요한 단초다. 그것을 누렁이 출산소식으로 비유한다. 진돗개가 누렁이를 건들어서 임신을 했는데, 누구의 재산권인가? 그것이 걸린 매우 중요한 문제다.
오락기도 그렇다. 필구는 집에 오면서, 엄마에게 “오락기”를 사달라고 조른다. 수식어가 있다. “아빠가 사다준 친구 오락기”라고 말한다. 오락기를 아빠로 비유해서 말한 것이다. 처음부터 오락기가 없었던 필구다. 그처럼 처음부터 아빠가 없어서, 이제는 오락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빠를 말한다. 그런데, 오락실에 데려간 사람은 황용식 순경이다. 5백원짜리 동전을 바꿔서, 학원에 가지 않고 신나게 오락하면서 옆에서 친구가 되어준 동네 아저씨, 필구는 그런 황용식이 좋다.
다음주에는 동백꽃필무렵을 본방사수하고, 시크릿 부티크를 다운로드해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