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일이다. 옛날 교회에서는 예배후 집에 와서 주보를 버렸다. 때론 주보를 교회에 두고왔다. 새롭게 옮긴 교회에서 나는 주보를 모두 모았다. 차곡차곡, 주일때마다 한층 한층 쌓여 올라갔다. 처음엔, 주보를 주보위에 올려만 놓았는데, 주보의 특성은 “말씀제목”이 속에 들어있다. 그래서, 말씀제목과 날짜를 큼지막하게 주보 얼굴에 써놓는다. 예배를 마치고, 집에 오면 나는 이 일을 한다. ‘주보’라는 ‘교회 주간지’에 제목을 입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주보가 ‘나의 주보’가 된다.
설교제목도 내 주보에서는 밖에 쓰여있다. 마치 성경책의 맨 앞에 “성경”이라고 써있고, 66권의 서두에도 각각 성경책 제목이 써있듯이 그렇다. 1달은 4주다. 주보 4개를 옆으로 펼치면, 1달의 교회생활이 내 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10달은 주보 40장이다. 책상위에 40장이 순서대로 펼쳐지면, 1년이 책상위에 나열된다. 설교제목밑에는 내가 감동받은 중요한 깨달음, 목사님이 얼굴에 힘줘서 강조한 것, 몇 번씩 반복한 내용의 핵심 키워드를 적어놓는다. 그렇게 적어놓으면, 1주일동안 그 주보를 보면서 말씀이 내게 각인된다. 지난주는 “듣는 마음”이 내게 깊은 은혜가 되었고, 이번주는 “묵시”와 “떨기나무”였다.
그리고, 1주일의 책 편집 방향을 설계한다. 옛날엔, 하루살이처럼 닥치는대로 하루에 책을 10권씩 출간했다면, 지금은 “팔리는 책들”을 설계해서 조직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옛날엔, 이드로 장인의 양떼를 치던 모세처럼, 허송세월하듯 이 산, 저 산, 둘러보듯 그렇게 살았으나, 내게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어서, 모든 것을 갈아엎었다. 떨기나무가 불이 붙었으나 불에 타지 않고, 그 불이 영광스럽게 불타서 “큰 광경”이 되었다고 하니, 놀랍다. 주일말씀의 은혜가 가슴에 불을 지핀다. 인생, 결국, 위에서 불이 떨어지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성령의 불을 던지면, 모든 것이 새롭게 창조되리라.
그런 심경으로 나는 설교를 필기한 노트를 펼쳐서, 말씀을 정리한다. 오늘 하루는 풀잎처럼 쉽게 지나가지만, 하루가 하루로, 일주일이 일주일로, 1년이 1년으로 모이면 인생의 책이 남겨진다. 그렇게 주보는 쌓여가고, 그렇게 설교를 기록한 은혜의 말씀이 쌓여가고, 내 인생도 점점 새로운 형체로 빚어진다. 나는 예배가 끝나고 집에 오면 주보에 날짜와 성경본문과 설교제목을 크게 적고, 주일말씀을 다시 상고한다. 내 인생의 기적은 여기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