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민달팽이를 참 좋아한다. 길을 걷다가 작은 민달팽이가 출현하면, 걸음을 멈추고 정지한다. 그들의 느린 질주는 그들에게 빠름이다. 나는 달팽이가 얼마나 빠른지, 관찰로 배웠다. 적막함은 내게 달팽이 키우는 취미를 선물했다. 지금은 하지 않지만, 2년전 내 집에는 달팽이가 있었다. 밤새도록 그들의 걸음을 관찰하며, 그들과 숨박꼭질을 하면서 그렇게 살았던 적이 있다. 아주 큰 화분의 나무를 사서 달팽이를 올려놨더니, 민달팽이는 나무 꼭대기에 올라갔다. 오!! 달팽이는 쉬운 존재가 아니다. 느림의 미학은 철학이 아니다. 달팽이의 집념이다. 나는 달팽이를 존경한다. 달팽이들은 더듬이로 서로를 탐색하며, 이런저런 더듬이 악수를 하고서, 서로를 향해 길을 허용한다. 그들도 그들의 언어세계가 있다. 한번은 달팽이가 화분을 탈출해서 장롱밑으로 달아났다. 겨우 달팽이를 찾아내서, 화분밑에 물을 넣어뒀다. 나는 그때 목격했다. 달팽이가 뒤로 수영을 한다는 것을!! 달팽이는 수영을 한다. 물속을 두둥실 떠서 헤엄을 친다. 보통 달팽이도 그렇고, 민달팽이도 마찬가지다. 나는 달팽이다. 가방을 달팽이처럼 뒤에 매고, 날마다 거의 비슷한 일을 한다. 그 중에서 나는 8개월 동안 민달팽이처럼 성경을 읽고 있다. 하루에 1장을 느린 속도로 8개월째 읽었다. 복음서를 2번째 탐독중이다. 달팽이가 내게 알려준 지혜는 ‘느림의 깊이’다. 길게 보고, 천천히 걷다보면, 어느새 달팽이는 이끝에서 저끝까지 옮겨있다. 아주 천천히 계속 가기 때문이다. 어제 했던 일을 오늘도, 오늘 했던 일을 내일도, 지속적으로 행하는 자는 그 분야 전문가다. 누군가 내게 “글을 어떻게 쓰느냐”고 물었다. 나는 “글을 먼저 써야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많이 써서, 그것을 엮으면 책이다”라고 알려준다. 경험으로 터득한 방법이다. 그런데, 대통령 글쓰기 작가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는데, 그 작가도 나와 동일하게 책쓰는 방법을 조언했다. 그 인터뷰를 읽으면서, “경험은 결이 같음”을 알게 됐다.
** 글쓰기에 가장 탁월한 방법은 날마다 일기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