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전에 김은영(가명) 여성협회 회장과 인맥을 가졌다. 연세가 있었던 그녀는 선릉역 근처에 땅이 있었고, 그곳에 독일 장교와 같은 ‘중후한’ 빌딩을 올렸다. 나는 자주 그곳에 놀러갔다. 어느날, 김은영 여성협회 회장이 근심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라고 물으니, 빌딩이 경매로 넘어갈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다. 신축건물인데, 꼼짝없이 당한 것이다. 상황을 들어보니, 1F에 들어온 와인상점이 “사기꾼”인데, 장사는 하지 않고, 권리금을 챙길 목적으로 진열만 하는 전문 사기꾼이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건물전체 세입자들을 상대로 괜히 시비를 붙이면서, 건물에 있던 세입자들이 다른 곳으로 옮기고, 새롭게 들어올 세입자들도 1F 때문에 고개를 돌린 것이다. 세입자라서 어떻게 할 수가 없는데, “나가라”고 해도, 그것이 불법이고, 세입자들이 모두 나가면, 건물은 은행빚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서 이자를 물어야하고, 1F 업자가 만약 누군가에게 권리금을 받고 넘기면, 그 권리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120억짜리 신축건물은 경매의 늪에 빠진다는 것이다. 설명을 듣고서, 김회장이 내 손을 붙잡고, “장기자가 해결을 해주면 좋겠어. 내가 은혜를 꼭 갚을께”라고 간청했다.
“경찰을 부르세요?”
“경찰은 그 업자가 먼저 불렀어. 경찰은 세입자 편이지, 건물주 편이 아니야. 법이 강도 법이라니까!!”
그때, 김회장의 딸이 들어오면서, 도끼를 가져왔다. 내가 물었다.
“도끼는 왜요?”
김회장의 설명을 들어보니, 1F의 대형유리를 도끼로 내려쳐서 깨뜨린다면, 1F은 자동적으로 철거가 되면서, 세입자는 떠난다는 것이다. 안에 물건만 없다면, 세입자도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니까, 누구에게도 권리금을 받고 넘기지 못할 것이고, 세입자가 백기투항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회장이 나를 쳐다봤다.
“그래요. 제가 돕죠. 도끼로 뭘 어떻게 해요?”
“도끼로, 유리를 내려쳐!! 그때 방탄유리가 깨질거야. 모서리를 꽝!!”
작전은 김회장이 세입자에게 고함을 지르고, 세입자가 경찰을 부르면서 동네싸움이 터지면, 그때 방탄유리 모서리를 깨뜨리고, 도끼를 버리고, 튀라고 했다. 도끼를 뒤에 숨기고, 작전대로 대형유리의 모서리를 내리쳤다. 도끼가 오히려 튕겨쳤다. 10번을 찍어도 깨지지 않는 방탄유리였다. 그때, 김회장은 “돈을 1억이든, 2억이든, 세입자가 달라는 대로 주고, 쫓아야겠어. 그냥 도끼 버리고, 철수해”라고 했다. 그 목소리가 너무 안타까워서, 나는 “마지막으로 1번 더 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모서리를 향해, 도끼에 몸의 중심을 싣고, 내리 꽂았다. 그때, 1F의 대형유리가 와르르 주저 앉았다. 방탄유리는 기존 유리와 달라서 파편이 자갈처럼 흩어진다. 나는 도끼를 버리고, 달아났다. 그리고, 김회장은 내게 전화해서, “모든 것이 해결됐다. 장기자가 아니었으면, 큰 낭패를 당할 뻔했다. 장기자 덕분에 건물이 살아남았다”고 좋아했다.
1주일이 지나고, 김회장을 만나러 갔다.
김회장은 “고맙다”면서 “지금은 세입자 사건을 정리하느라 변호사 비용주고, 형편이 어려우니, 은혜를 나중에 갚겠다”고 했다.
1주일이 또 지나고, 김회장을 만나러 갔다.
김회장은 “대형유리를 갈아 끼우는데, 60만원이나 들었다”면서 푸념했다. 나는 그 말에 매우 불편했다. 그때, 내가 도끼로 내리 찍지 말았어야 했던가? 김회장은 ‘은혜를 갚겠다’는 말은 진심이었으나, 그 마음을 실행하는데는 나와 같지 않았다. 도끼로 내리 찍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그녀와 인연을 끊었다. 3달후, 그녀는 계단을 헛딛어, 생을 마감했다고 부고장이 내게 배달됐다. 장례식에서 영정사진을 마지막으로 보았다. 그때 그 사건이 그녀를 생각하면, 항상 아쉽다. 왜, 대형유리 값을 놓고 내게 푸념했을까? 그것을 깨지 않았다면, 최소 2억의 손실을 보거나, 건물이 경매에 넘어갔을 것인데….. 은혜를 갚는 일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