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발강에서 포로로 끌려간 에스겔에게 하늘의 문이 열렸다. BC597년이다. 에스겔은 하나님의 모습을 봤다. 하나님께서 보이시면, 사람은 볼 수 있다. 그발강은 아브라함의 고향 ‘갈대아 우르’ 근처에 있는 강이다. 북이스라엘은 앗스르 침공을 받고, 노아의 고향인 ‘티그리스강 하류’로 끌려가 멸절했고, 남유다는 바벨론의 침공을 받고, 아브라함의 고향인 ‘유프라테스 하류’로 끌려가 훗날 풀려난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약속을 다시 이루신다.
선지자의 소명은 사건의 본질을 드러내고, 그 죄악을 담당한다. 4장에 보면, 하나님은 에스겔에게 토판과 철판을 준비하게 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칠판 개념이 아니다. 벽돌처럼 생긴 넓은 토판을 준비해서, 그곳에 예루살렘의 건축모형을 만들고, 그 주위에 사다리를 세우고, 공성퇴를 만들고, 언덕을 쌓고, 에스겔과 토판 사이에 ‘철판’을 세우도록 했다. 철판은 바벨론이고, 사다리와 공성퇴는 전쟁이고,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이다. 에스겔은 누구인가? 하나님의 대신자다. 바벨론 침공은 하나님의 전쟁임을 의미한다.
예루살렘이 함락하는 전쟁 모형물이 설치되고, 390일과 40일, 430일 동안 죄악을 담당하는 명령을 받는다. 왼쪽으로 칼잠을 390일 자고, 오른쪽으로 40일 칼잠을 자는 것이 아니다. 390일동안 병에 걸려 누운 것이다. 그리고, 40일 동안 오른쪽으로 누워서 유다민족의 죄를 담당하고, 일어났다. 에스겔 4:8에서 “내가 줄로 너를 동이리니, 네가 에워싸는 날이 끝나기까지 몸을 이리저리 돌리지 못하리라”고 했다. 이것은 병에 걸렸거나, 형벌의 형틀에 묶인 형국이다. 계시록 2:18에서도 거짓 선지자인 이세벨이 회개하지 않으니, 침상에 던졌다. 에스겔은 참된 선지자로 거짓 성도들의 죄악을 담당하고, 침상에 던져졌다. 침상 옆에 ‘건축 모형물’이 1년 2개월 동안 있었을 것이다.
에스겔에게 주어진 음식은 보리떡과 물이다. 보리떡은 하루 20세겔, 물은 1/60 힌이다. 20세겔은 200g 남짓, 1/60 힌은 600ml 정도다. 햇반 하나로 3끼를 먹고, 작은 생수병 2개로 하루를 버틴 것이다. 보리떡을 만들 때, 사람 똥(인분)으로 만들라고 하니, 에스겔이 기겁을 했다. 그래서 하나님은 쇠똥으로 바꿔준다. 보리떡의 맛이 과연 어땠을까? 에스겔 3:3에서 두루마리를 먹은 에스겔은 그 맛이 “꿀”과 같다고 했는데, 선지자의 소명을 감당하는 것은 “쇠똥”과 같았다.
사도 요한도 계시록 10:10에서 작은 두루마리를 삼켰는데, “입에는 꿀같이 다나, 먹은 후에는 내 배에서 쓰게 되더라”고 고백했다. 선지자의 소명은 감당하기가 매우 고통스럽고, 고되다. 죄악을 감당하는 일이어서 그렇다. 호세아는 고멜과 결혼하고 ‘이혼했다가 재결합을 하는’ 사랑의 실패와 인내를 겪고, 예수님도 돌잔치 즈음 동방박사의 축하를 받고서 곧바로 죽음의 화살이 날아왔다. 이사야는 톱으로 켜서 죽임을 당했다. 선지자로서 소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390일은 390년으로 솔로몬 성전이 세워지고, 멸망할 때까지 기간이다. 40일은 40년으로 신광야 기간과 같다. 북이스라엘은 이미 멸망당했으니, 이제 포로로 끌려온 후손들과 본토에 남은 백성들의 미래를 위한 죄악 담당 기간이 ‘40일’로 계산된 것 같다. 두 기간을 합하면, 430일이며, 430년은 이집트에 머물러 출애굽한 때와 같다. 죄의 고역에서 에스겔은 출에굽했다. 제2의 출애굽이 에스겔의 ‘병환과 회복’에서 일어났다. 5장에는 칼로 머리카락을 잘라서 1/3은 성읍에서 불태우고, 1/3은 칼로 치고, 또 1/3은 바람에 흩었다. 이는 전염병에 죽는 1/3 백성, 칼에 죽는 1/3 백성, 흩어지는 1/3 백성을 뜻한다.
하나님의 심판이 진행되니, 백성들이 칼로 죽고, 전염병에 죽고, 기근에 죽었다. 마치, 에스겔이 430일 동안 환자로 눕고, 하루에 햇반 1개의 굶주림으로 살고, 430일 후에 긴 머리털과 수염을 칼로 자른 것과 같다. 에스겔의 삶이 징조가 되었고, 또한 에스겔이 생존자의 표상이 되었다.
이런 모든 일의 근원이 무엇인가?
“네가 모든 미운 물건과 모든 가증한 일로 내 성소를 더럽혔은즉 나도 너를 아끼지 아니하며 긍휼을 베풀지 아니하고 미약하게 하리니” (겔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