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메라 앞에서 떨린다. 오!! 그 설레임!! 카메라는 내 사랑, 내 연인이다. 나는 카메라 앞에 서면, 얼굴이 붉어지고, 카메라를 붙잡으면 마음이 붉어진다. 카메라는 내 운명이다. 내가 기자로 활동했을 때, 그 어느날 편집국장이 “취재기자가 사진까지 찍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편집회의에서 말했다. 내가 “맞아요”라고 대답하고, 다음날 거금을 들여서 D40을 샀다. 편집국장에게 어떤 DSLR이 좋은 것이냐고 물으니, D40이 제일 쓰기 편하다고 알려줬다. 그때 나는 니콘 D40에 푹 빠졌다.
이혼하고, 내 마음을 사로잡은 여인은 D40이다. 그렇게 7년 정도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오!! D40이 멈췄다. 아무리 찍어도, 내게 응답이 없다. 그때,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슬펐다. 그리고, D80을 정품으로 구입했다. D40은 정품이 아니었고, 중고로 샀지만, D80은 정품을 구입했다. 하나님께서 내 슬픈 마음을 아셨는지, 니콘 정품을 구입할 수 있게 허락하셨다. 그때도 거금을 지불했고, 아깝지 않았다. 그런데, D80은 많이 사용하지 못했다. 내가 책에 푹 빠져있어서, 사진을 찍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D80을 꺼냈다.
인생은 착각한다. 나는 분명히 D80을 구입했는데, D80을 D40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너무 오랜만에 DSLR을 잡아서 그럴 것이다. 그러다가, 내가 결심했다. “D40을 버리고, 새로운 카메라를 장만하리라”고. 그리고, 그렇게 했다. D40을 어찌 해야할지, 깊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D80이었다. 그제서야, 내가 D80을 구입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 엉겹결에 찬밥 신세가 된 D80이 얼마나 미안하던지….
물론, 사진전문 기자들은 DSLR을 3대 정도 가지고 있다. 렌즈를 현장에서 갈아 끼울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각각 다른 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를 양쪽에 메고서 사진촬영을 한다. 나는 그럴 사건이 없으니, DSLR 3대는 사치다. 또 한 대는 D70이 있는데, 이것은 완전히 구형 카메라다. 그래서, D80의 주인공을 찾았는데, 선연히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미래 역사학자!! 하나님께서 D80을 그 아이에게 주려고, 나를 혼동시키셨나? 혼자서, 빙그레 웃어본다. D80이 D80인 것을 알았다면, 나는 DSLR을 추가로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사진을 잘 찍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사진을 잘 찍지 못한다. 단지, 원리를 알고서 순간순간 적응을 할 뿐이다. ISO와 셔터 스피드와 조리개값(F)은 삼각함수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DSLR이 좋은 이유는 ISO 때문이다. ISO는 카메라속에 암실이 있는 것과 같다. ISO가 없었다면, DSLR의 발전도 상당히 느렸을 것이다. ISO는 DSLR을 무적으로 만들고, 단렌즈는 인물을 예술적으로 묘사한다. 오!! 사진은 매력적인 여인이다. 사람들이 내가 사진을 잘 찍는다고 말하는 이유는 한가지다. 잘 찍은 사진들만 골라서 보내주기 때문이다. 선별작업은 내 사진실력을 감쪽같이 숨겨준다. 내 D80을 물려받는 그 아이에게 ‘빛’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