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가는 오뎅집이 있다. 장안동 빨간 오뎅집이다. 바우하우스 근처에 살 때는 날마다 갔다. 장안평역 근처로 이사를 하고부터 걸어서 15분 걸리니, 일주일에 1~2번 정도 간다. 그 오뎅맛을 잊을 수가 없다. 다른 오뎅집을 가면, 역시 그 할머니집 오뎅맛을 생각나게 한다.
그 할머니는 28년 동안 오뎅과 떡볶이를 했다. 내가 오늘 물었다.
“할머니!! 제가 아는 어떤 오뎅집이 있는데, 주인이 바뀌면서 맛이 변했어요. 맛은 인수인계가 안되나요?”
“인수인계가 왜 안돼? 처음 인수인계를 하면, 그 맛이 그대로 나오는데, 일주일이 지나면, 돈을 조금 더 벌려고 양념을 적게 넣고, 손님이 없으면 절약한다면서 음식맛이 변해. 그러면, 맛이 없어지고, 사람들이 금방 알아. 처음에 물려준 그 방법을 벗어나면 안되는데, 일주일이 지나면 자기방식대로 하다보면, 맛이 서서히 달라져. 28년동안 오뎅을 하면서 터득한 방법이지. 손님들은 다 알아! 그래서 나는 감출 것이 없어. 감추면 안돼. 손님들에게 속옷만 빼고, 모든 것을 다 보여줘야지, 마음을 감추면, 감춘 그 마음이 드러나거든, 맛으로 드러나고, 표정으로 드러나고, 그래서 감추면 안돼!!”
그 할머니는 28년동안 떡볶이 값을 올리지 않았다. 오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겨울에 딱 1번 올렸는데, 500원짜리가 800원으로, 800원짜리가 1200원으로 올랐다. 28년만에 처음 올리면서, 가격인상을 대문짝만하게 걸어놨다. 손님들이 모두 알도록, 큼지막하게 “가격인상”이라고 써놓으니까, 단골손님들이 모두 웃었다. 그렇게 오른 가격에 손님들은 맛있게 먹는다.
“조금 더 벌겠다고, 양념을 적게 넣으면, 그게 죽는 길이야. 식당 망하는 길이야. 조금 덜 벌겠다는 마음으로 양념을 더 넣어야지. 식구들이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장사해야지. 초심!! 그게 가장 중요해!! 그리고, 옆에 오뎅집이 새로 생겼으면, 그곳에서 먹을 자유가 손님에게 있는데, 그것을 가지고 싫은 표정을 하면 안돼. 싫은 표정하면, 손님들은 금방 알고, 단골이 끊어져. 열린 마음으로 오뎅맛을 그대로 유지하면, 갔던 손님도 다시 온다는 것을 터득했지.”
내가 그 할머니에게, “할머니는 철학자세요”라고 말하고, 오뎅 2개값과 떡볶이 1000원 어치 값을 지불하고 나왔다.
그렇다. 1달란트 감춘 그 종은 혼쭐이 났다. 주인이 그 속을 알았다. 감추는 것은 어떤 모양으로도 좋지 않다. 2달란트, 5달란트 받은 자들은 감추지 않고 오픈하니, 장사가 더 잘됐다. 그 오뎅 할머니는 열린 마음, 열 달란트의 정신으로 사시는 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