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앞 목포에서 올라온 아줌마는 “단팥죽을 모레 한다”고 말했다. 어제, 그제, 단팥죽을 했고, 월요일과 화요일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밤단팥죽을 샀다. 역시, 맛있다.
나는 종종 이미 아는 단어도 네이버로 검색해본다. 단팥죽에 ‘어원’을 붙여서 검색한다. ‘단팥죽 어원’을 검색해서, 찬찬히 살펴보면, 내가 알던 뜻이 더욱 깊어진다. 내가 단어를 사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편의점에 가서 상품을 고르듯, 나는 단어를 보면, 단어의 내면을 찬찬히 살펴본다. 오늘도 ‘단팥죽’을 검색했더니, ‘단맛이 센 팥죽’이라는 정확한 뜻을 확인했다. 물론, 이미 알고 있는 뜻이지만, 정확히 확인하면 단어가 ‘나의 단어’가 된다.
[위키백과_단팥죽] 단맛이 센 팥죽을 단팥죽이라고 부르는데, 대개 단팥+죽인 줄 알지만 실제로는 단+팥죽으로 뜻풀이가 된다. 단팥으로 만든 죽이 아니라 팥죽이 달다는 뜻인 것.
언어는 당구 큣대같다. “팥죽이 맛있다”는 정보를 듣자, 내 마음에는 “팥죽”이 생긴다. 거기에다가 “팥칼국수가 맛있다”는 정보가 들어오자, 내 마음에는 “팥죽과 팥칼국수”가 차려진다. 팥죽과 팥칼국수는 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하지만, 문언생심(聞言生心)이다. 나의 ‘팥죽 여행’은 이렇게 시작했다. 언어가 내 마음을 때리니, 그 마음이 내 몸을 움직인다. 그리고, 팥죽을 먹고 나서, 이렇게 ‘팥죽 이야기’로 글을 쓴다.
1년전, 나는 운명적 선택을 했다. 북한땅에 떨어진 손예진(윤세리 역_재벌 후계자)이 현빈(리정혁 장교)의 권면을 받고, 갈림길에서 오른쪽과 왼쪽에서 운명의 선택을 하듯, 나는 1년전에 결단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성경이 내게 왔고, 나는 성경속에 있다. 게다가 주님은 나의 과거를 ‘재료’로 ‘새로운 글’을 쓸 수 있게 했다. 바벨론 포로생활이 유대교를 낳듯, 로마의 식민지와 유대교의 핍박이 초대교회를 낳듯, 고단했던 사막의 광야생활이 십자가의 복음을 낳는다. 주님은 모든 성도를 지금도 각각 살펴보신다. 의인과 악인에게 비와 빛을 내리시니, 하나님은 모든 성도를 살피신다.
오늘도 로마서 8장을 읽고, 글을 쓰고, 해야할 사회활동을 하고, 신앙서적을 읽고, 내게 들려오거나 떠오르는 영감에 의지해서 신앙칼럼을 쓰고, 단팥죽을 먹고, 일요일 저녁에 놓쳤던 사랑의 불시착(tvN) 4회를 다운로드해서 보려고 한다. 오!!! 드라마는 단팥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