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적막하거나 갑자기 마음에 거센 풍랑이 몰아치면, 나는 핸드폰을 버리고 집을 나선다. 나의 산책로는 중랑천이다.
집앞 골목을 돌자, 어떤 할머니가 1.5L 물병을 들고 있다. 호미가 보였고, 작은 구덩이에 심겨진 나무들에 물을 준다. 위에서 떨어지는 ‘작은 폭포수’다. 지나쳐 가려는데,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다”는 성경말씀이 내 손목을 잡았다. (고전 3:7)
“할머니, 뭐하세요?”
“물주죠.”
“이것 뭐예요?”
“철쭉…”
“직접 심었어요?”
“풀밭인데, 걷어내고 철쭉을 심었지”
“언제 필까요”
“곧, 아마도 봄에”
그 할머니는 나의 물음에 다정히 답해준다. 그냥 지나쳤다면, 지금의 글은 심어질 수가 없다. 흘러가는 삶에 ‘일시정지 버튼’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글은 ‘사건과 감정’의 캡쳐 화면이다. 누가 나를 이 땅에 심었을까? 성령의 물은 어디서 흘러오는가? 내 영혼을 자라게 하시는 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