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語彙)는 말의 무리, 말의 집합, 말의 총체다. 어휘는 모든 단어들이며, 단어의 꾸러미로서 단어와 단어가 결합한 숙어도 포함된다. ‘치즈 떡볶이’는 2개의 단어로 구성된 1개의 어휘다.
한국어 어휘는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로 되어 있다. 이것을 삼중체계라고 하는데, 한자어가 가장 많다. 어휘는 대략 50만개인데, 그 중에 30만개가 한자어다. 60%에 가깝다. 고유어는 13만개, 25%다. 그리고 외래어가 15%인데, 순수 외래어는 2만개(5%)이고, 혼종어는 5만개(10%)다. 혼종어도 결코 적지 않다.
한자어는 한자로 된 단어인데, 중국에서 온 한자어, 일본에서 온 한자어, 우리가 만든 한자어가 있다. 상당수 한자어가 일본에서 들어왔다. 일제 식민지 치하를 살면서 일본단어가 우리말로 교체된 것이다. 공부(工夫) 당신(當身)은 중국산 한자어인데, 엽서(葉書) 정치(政治) 사회(社會) 추월(追越) 등은 일본산 한자어다. 개념어는 대부분 한자어이고, 전문용어로서 뜻을 구체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고유어는 ‘순 우리말’이다. 토종어라고 할 수 있다. 외국말의 침입에도 순수 혈통을 그대로 유지해온 언어로서, 자주 사용하면서 고유어의 위치를 지켰다. 고유어는 25%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사용빈도는 매우 높다.
고유어는 자음교체와 모음 교체 현상이 있고, 의성어와 의태어가 발달되고, 형태적 유언성이 높다. 형태적 유연성은 기본형에서 변화되는 단어들이다. ‘먹다’에서 먹히다, 먹이다, 먹이, 먹보, 먹성, 먹거리 등이 나온다. ‘자다’에서 재우다. 잠, 잠보, 잠꼬대, 잠꾸러기, 늦잠, 낮잠의 단어가 나온다. 고유어는 한민족의 정서를 표현하는데 적합하며, 정서적 감수성이 풍요롭다.
외래어는 낯설다. 식민지 독립후 ‘한글’을 강조하면서, ‘한자’가 외면당하고, 무의식적으로 ‘외래어’를 금지하면서도, 일상에서 자주 사용한다. 외래어는 사마리아 여인과 같다. 한국에 결혼한 이주여성처럼 힘들게 살아가는 외래어인데, ‘혼종어’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고유어+외래어가 혼종어인데, 가령 ‘치즈+떡볶이’가 혼종어다. 외래어와 고유어가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언어는 차별과 경계와 적대감이 없다.
◆ 다양한 어휘들
은어와 속어는 비슷하면서 다르다. 은어(隱語)는 은밀한 어휘로서 비밀어다. 폐쇄집단에서 남들이 들을 수 없는 암호로서 사용한다. 반면, 속어는 비속하고 천박하게 사용하는 유행어다.
금기어와 완곡어는 상호 보완한다. 금기어는 ‘죽음, 배설, 성(性) 범죄, 질병’ 등에 대해 입 밖에 꺼내기를 두려워하는 것으로서, 불쾌감과 두려움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발음하는 것을 피한다. 금기어 대신에 완곡어가 사용된다. 천연두 대신에 손님, 변소 대신에 화장실이나 해우소, 감옥 대신에 교도소, 후진국 대신에 개발 도상국이 사용된다.
관용어는 관습 어휘로서,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면서 굳어진 표현이다. ‘미역국을 먹다’는 출산을 상징한다. ‘발이 넓다’는 것은 인맥이 넓다는 것이다. 한국속담도 관용어와 비슷하다. 속담을 들어보면, 한국의 전통문화가 들어잇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표현에서 백성들의 협력을 알 수 있다.
전문어는 전문용어다. 가령, 과학분야에서 염화나트륨을 사용해야지, ‘소금’을 쓰면 안된다. 전문가는 전문용어를 사용해야, 그 분야의 공신력을 얻을 수 있다. 신어는 사회에 새로 등장한 어휘다. 오포세대는 다섯 가지를 포기한 세대다.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주택구매를 포기한 세대다. 핵꿀잼은 핵심적으로 꿀처럼 재밌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