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송구역에서 만난 불굴의 남자들이 기억에 생생합니다. 모두 잘 지내시죠? 낯선 이방인으로 취재를 했지만 기꺼이 속내를 알몸처럼 보여주신 남자들의 이야기는 제 마음을 움직였지요.
한글을 모르면 글을 쓰지 못하듯, 저는 뉴스테이가 뭔지 몰라서 처음엔 기사를 쓸 수 없었어요. 이제는 뉴스테이를 안다고 해도, 제가 어찌 금송과 샛골을 고향처럼 뿌리내린 여러분의 애환과 슬픔과 분노와 애정을 모두 알겠습니까. 모두 잘 풀리길 바랄 뿐입니다.
화장품 가게를 하시는 어떤 여자 분을 마지막으로 뵙고 금송취재를 마친 것 같습니다. 그 분은 금송 재개발이 처음 태동했을 때, 주민들을 만나면서 설득했던 ‘재개발의 산 증인’과 같은데, 얼마나 두려움에 떨면서 사셨던지….. 집단적 권력이 칼보다 비정함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영화를 본 적 있나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사라마구’ 작가의 장편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는데, 2008년에 개봉했습니다. 어느날 ‘눈이 멀게 되는’ 전염병이 도시에 퍼지면서, 소경이 된 환자들이 격리되면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인간들의 탐욕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나요? 진지하게 물어야 합니다.
장창훈은 왜 금송구역 취재를 했을까요?
주민 감시단은 왜 뉴스테이를 반대할까요?
조합 집행부는 왜 뉴스테이를 찬성할까요?
모두 진지하게 물어야 합니다. 각자의 이익이 걸려 있는 문제니까요. 저는 여러분만큼 절실한 이익은 없습니다. 그곳에 집이 없으니까요. 어느날, 갑자기, 뉴스테이에 대한 제보가 있었고, ‘사건에 대한 호기심’이 제 펜을 움직였지요.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수용소에 갇힌 자들은 새로운 폐쇄집단을 이루면서, 원래 소경인 자들이 그들을 다스리고, 먹을 것으로 통제하는데, 너무 무섭고 소름이 끼쳤습니다. 과연, 금송구역은 어떠한가요? 민주주의 제도에 기초한 조합인가요?
저는 기사를 통해 여러번 말했지만, 돈이 있다면, 금송구역을 사고 싶어요, 왜냐구요? 뉴스테이 대신에 재개발이 되었을 때, 투자이익이 보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뉴스테이가 정말로 확정된다면, 저는 투자하지 않아요. 결국, 분담금이 근저당으로 설정될 것이 불보듯 뻔하거든요. 분담금은 반드시 각출입니다.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도대체 누가 주인인지….그러한 총회가 행복한가요?
돈에 눈멀면 돈밖에 보이지 않아요.
힘에 눈멀면 권력밖에 보이지 않아요.
색욕에 눈멀면 여자밖에 보이지 않아요.
과연 그 모든 것이 무엇인가요? 무엇을 보나요?
금송구역 조합원들은 모두 진지하게 물어야 합니다.
1. 나는 뉴스테이를 아는가?
2. 나는 조합 집행부를 아는가?
3. 대림AMC는 왜 금송구역에 투자했는가?
4. 삼호건설은 왜 금송구역에 투자했는가?
5. 반대파는 왜 반대하는가?
이러한 질문을 진실로 자신에게 던져 보세요. 여러분의 집문서가 결국 어찌 될 것인가, 그것이 핵심입니다. 그 정답을 알아야만, 탐욕 때문에 눈이 멀어 버린 금송구역에 무엇이 진실한지 그 분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모두, 부디, 눈을 뜨시길….
감사합니다.
장창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