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을 따라 요단강으로

세종대에 가는 도중 어떤 자전거 앞에서 글을 쓴다.
[서울교육방송 장창훈 기자]=중랑천을 따라 군자교를 건너면, 나는 대학생이다. 세종대학교에 공부하러 간다. 일상으로 흐르는 산책로, 그 중랑천도 믿음으로 보면, 요단강이다. 장한평 동편에 세종대가 있다. 오지 않으면, 내가 가는 것이다. 글이 오지 않으면, 그냥 쓰는 것이다.
글이 오거나, 글을 쓰거나
횡단보도가 빨간불이면, 있는 곳에 털썩 주저앉아서 노트북을 펼친다. 바로 이것이다. 젊은날에 나는 노트를 펼친 곳에서 작가가 되었다. 길 가다가 멈춘 그곳이 책상이다. 중년에 이르니, ‘작가’라는 직업이 내게 열정을 뺏어갔다.
누가 작가인가. 그냥 쓰는 사람이다. 글이 오든, 오지 않든, 작가는 계속 쓴다. 빨간불도 파란불도 작가의 글을 막지 못한다. 노트북이 있든 없든 작가는 계속 쓴다.
누군가의 자전거, 그 앞에서 나는 이 글을 남긴다. 이제 횡단보도를 건너면, 저녁 즈음에 다시 이 길을 지날 것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태어남도 떠남도 모두 하나님에서 시작해서 하나님께 가는 것이다.
시작도 하나님, 끝도 하나님인데, 과정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시스로 가거나, 배 밑창에서 깊은 잠을 자거나, 물고기 뱃속에 갇히거나…. 배신의 토함을 당하면서 비로서 하나님의 뜻길을 걷는다. 나는 어디쯤 있는가?
배부름도 배고픔도 결국 인생앞에는 밥 세끼에 불과한 것인데… 음식과 금식이 무엇이 다른가? 집이 있음과 없음이 도대체 무엇이 다른가? 나는 세입자로서 집에 살고, 집주인은 주인이지만 집에 살지 못한다. 진정한 소유가 무엇인가. 내가 지금 노트북을 덮고, 횡단보도를 건너면, 이 글은 여기서 끝날 것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노트북을 덮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