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뇨차가 다녀가면, 뒷간은 청정지역이 되더라.
나는 재개발 현장이 직장이다. 조합에도 가고, 조합원들에게도 간다. 어떤 조합은 썩었고, 어떤 조합원들 모임은 난장판이다. 혹은, 어떤 조합은 살아있고, 어떤 조합원들 모임은 생명력이 넘친다.
썩은 조합은 죽은 조합이다. 어떤 의지도 없고, 월급과 잿밥에 관심있는 조합이다. 조합원들은 “입주”를 원하는데, 그것을 볼모로 잡고서 자기 유익을 추구하는 집행부는 썩었다. 썩은 비대위는 “집행부”만 욕한다. 집행부를 무너뜨린 이후에 대책없는 비대위는 죽은 비대위다.
조합은 법률상 준행정기관이다. 행정기관이면서 민간사업이다. 1조원이 넘는 중소기업이 바로 조합 집행부다. 조합원들의 집문서는 ‘자본’으로 묶였고, 조합원은 주주에 해당된다. 주주는 집을 배당으로 받는다. 배당금은 ‘입주’를 통해 확정된다. 그래서, 조합장은 경영 마인드를 가져야한다. 수익을 어떻게 남겨서 조합원들에게 배당할 것인가?
개포동에 있는 어떤 조합장은 나와 친했다. 심심하면, “장기자, 오늘 뭐해? 인터뷰해서 대문짝만하게 내줘!” 나는 갈 때마다, “사업이 빨리 가야죠?”라고 했으나, 그 조합장은 “빨리 가나, 늦게 가나, 월급이 나오는데, 급할 것 뭐있어? 이 조합은 내 조합이야. 친위부대가 꾸려져 있어서, 비대위가 생겨도 밟으면 끝나!”
그 조합장의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비대위가 된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내롭게 조합장을 홍보하는 기사를 써줬다. 그 조합장, 결국 해임당했다. 내 고향 뒷간은 배설물이 차오르면, 어느날 분뇨차가 왔다. 분뇨차가 곧 ‘해임총회’다.
분뇨차가 다녀가면, 뒷간은 청정지역이 되더라.
만약, 어떤 조합장이 스스로 “나는 영원한 조합장이다”고 사석에서 말한다면, “그대는 조합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누군가 말해줘야 한다. 지금이 무슨 왕조체제인가? 여기가 북한인가? 대한민국은 자유 민주주의이며, 투표로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 조합원들이 뽑은 자가 곧 조합장이다. 민주주의를 짓밟는 자여! ‘해임총회’의 단두대를 기억하라! 모든 조합장은 겸허히 엎드려, 조합원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 숙이지 못하고, 군림하면서 명령하는 조합과 조합 집행부는 그 수명이 끝났다. 분뇨차가 곧 올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자주, 도시정비법의 조합장 연임제도가 ‘헌법의 대통령 임기’처럼 되기를 꿈꾼다. 헌법은 대통령 5년 단임제인데, 조합장은 10년, 20년 독재가 일어나면서, 부패하는 경우가 많다. 잘하는 조합은 잘하지만, 아닌 조합은 적폐청산 1호다. 어이할꼬?